우리나라 대학생들 10명 중 8명이 인터넷 상의 '잊혀질 권리'에 대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인터넷 게시판이나 커뮤니티, 소셜미디어서비스(SNS) 등 남겼던 기록물에 대한 사후 논란 가능성 탓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전병헌 의원이 25일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제출받은 '잊혀질 권리의 국내제도 도입 반영 방안 연구'에 따르면 대학생 19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81%의 대학생들이 잊혀질 권리 입법에 대해 찬성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2012년 1월 세계 최초로 잊혀질 권리를 명문화 한 데이터보호법에 대해서도 60%의 대학생들이 찬성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2012년 개정된 EU의 데이터보호법은 정확성 여부를 묻지 않고 개인에게 삭제요구권을 부여한 것으로, 개인정보처리자는 정보주체의 삭제 요구가 있는 경우 모든 합리적 조치, 기술적 수단을 포함한 조치취해야 하며, 해당 정보를 처리하는 제3자에게 정보주체로부터 링크⋅복제⋅복사한 정보에 대한 삭제 요구가 있었음을 알리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 SNS이용자 40% 신상털기에 노출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란 인터넷에서 생성·저장·유통되는 개인 사진이나 거래 정보 또는 개인의 성향과 관련된 정보 소유권을 강화하고 이에 대해 유통기한을 정하거나 이를 삭제, 수정, 영구적인 파기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 개념이다.
최근 소위 '신상털기'라고 하는 행위가 온라인상에서 형벌과도 같은 수준으로 이루어져 피해자 개인의 정상적인 실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단순히 개인의 신상을 폭로하는 것에 더하여 주체도 알지 못하는 개인정보들의 조각들을 퍼즐처럼 맞추어 정치적 성향, 의료정보 등 개인적인 민감 정보를 유추해 내기도 하고, 허위사실이나 루머 등이 결합되면서 정신적 타격을 입고 자살에 이르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어 사회문제로 빈번히 대두되고 있다.
10월 13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사이버보안연구단이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 이용자 계정 934만개를 대상으로 개인정보 노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름과 출신 고교ㆍ대학 등 정보를 알고 있을 때 특정인을 구분할 수 있는 SNS 계정이 10개 중 4개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름과 출신 고교 2개 정보만 있어도 34.4% 계정을 특정인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주민등록번호나 ID, 계좌번호 등과 같은 식별정보가 없더라도 개인의 특정 정보를 통해 신상 털기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음
■개인이 피해 소명해야 하는 현행법의 한계와 표현의 자유 충돌
현행 정보통신망법의 경우 정보통신 서비스 사업자로 하여금 개인의 사생활 침해 및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보가 유통되지 않도록 하는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또한 개인이 이를 발견하는 경우 정보통신서비스 사업자로 하여금 삭제 등의 조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지만, 실질적으로 해당 정보로 개인의 사생활이 침해되었거나 명예훼손 등이 발생한 경우 한하여 그 해당 조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삭제조치 요청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 대한 제재조항이 부재하여 실효성 문제가 있다. 법으로 규정되지 않은 즉, 사생활의 침해나 명예훼손의 범주에 해당하지 않은 게시물이라도 개인들이 자신들과 관련된 정보를 삭제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충분히 존재한다.
본인이 직접 온라인상에 게시했으나 시간이 흘러 삭제하고 싶은 내용이 있을 수도 있으나 이에 대한 법 규정은 미비한 실정이다. 헌법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충돌로 인해 잊혀질 권리 입법은 아직 국내에서 많은 토론과 논의를 거쳐야 할 것이다. 자칫 타인의 창작물을 검열하는 수단이 되거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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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헌 의원은 잊혀질 권리제도 국내 도입이 당장은 어렵기 때문에, 현행 제도상의 미비점을 행정적으로 보완하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25일 한국인터넷진흥원 국정감사에서 한국인터넷진흥원이 기존의 118센터의 기능을 확대해 이용자 정보 삭제 요청을 접수하는 전문창구의 개설, 정보삭제 절차의 안내, 실질적인 삭제조치를 위한 이용자 보호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며 이 경우 당장의 논란을 야기하는 제도도입 없이도 정보화시대의 가장 큰 부작용인 마녀사냥, 인터넷 인격살인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