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매년 10월15일)은 세계시각장애인연합회가 시각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지정한 '시각장애인의 날'이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시각장애인들이 점자나 스크린리더기 등 특수기기 없이도 비장애인과 동일한 환경에서 모바일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2007년 등장한 애플 아이폰은 시각장애인들에게는 빛과 같은 존재다. 간단한 설정을 거치면 모든 기능과 텍스트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음성지원 기능이 기본으로 지원되는 ‘보이스오버’라는 기능 덕분이다. 스크린 리더기 같은 별도 장비를 구매하지 않더라도 스마트폰의 모든 기능을 동일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장애인 접근성 분야에서 iOS에 비해 뒤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구글은 안드로이드4.0 아이스크림샌드위치(ICS)부터 화면 내용을 음성으로 안내해주는 ‘토크백(TalkBack)’ 기능과 문자음성 자동변환 기능인 ‘TTS(Text-to-Speech)’ 탑재를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장애인 접근성에 소홀하던 국내 제조사들도 스마트폰에 장애인을 위한 기본적인 기능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상황이 더 좋아졌다. 웬만한 스마트폰에 기본으로 탑재되는 음성인식 기능 덕분이다. 애플의 음성인식 기능인 시리(Siri)나 삼성전자 S보이스, LG전자 Q보이스 등 기능을 이용하면 음성 명령만으로 스마트폰의 주요 기능을 모두 제어할 수 있고 전화를 걸거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물론 인터넷 검색까지 도와준다.
하지만 모바일 서비스 전반에 걸쳐 스마트폰 사용자 3천만 시대에 걸맞는 장애인 접근성에 대한 인식은 아직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애플리케이션 개발 단계부터 이미지에 대한 대체텍스트를 마련하지 않을 경우 iOS나 안드로이드OS에서 제공하는 접근성 관련 기능이 무용지물이다. 때문에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제조사들이나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이 조금 더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주기를 바라고 있다.
■장애인 접근성 iOS 우수, 안드로이드는 몸만들기
애플은 ‘눈감고도 쓸 수 있을 만큼 쉬운 기능’을 아이폰의 장점으로 내세울 만큼 시각장애가 있는 사용자들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사용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모든 메뉴와 애플리케이션 제목, 텍스트를 읽어주는 보이스오버 기능을 비롯해 원하는 메시지나 웹페이지 등 텍스트를 하이라이트로 표시하면 해당 항목을 읽어주는 ‘선택 항목 말하기’ 기능이 대표적이다.
음성 인식 기능인 시리에서는 “현주한테 늦는다고 말하기”나 “토요일 예약하기”처럼 필요한 내용을 말로 하면 이를 직접 실행해준다. 키보드에서 마이크 버튼을 탭하고 입력하고 싶은 내용을 말하면 그대로 텍스트로 변환해주는 ‘받아쓰기’ 기능도 있다. 손으로 입력하지 않아도 이메일, 메모, URL 등을 간편하게 입력할 수 있다.
최신 iOS7부터는 좀 더 많은 기능이 보강됐다. 기존에도 점자를 읽어주는 기능이 있었지만 iOS7에서는 점자 방식 중 하나인 ‘네메스 점자체’를 지원해 수학공식이나 방정식까지 표현할 수 있도록 했다. 아직 한국어 음성안내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호주영어, 영국영어 등 다양한 사투리를 추가해 듣는 사람 입장에서 자신에게 편한 영어로 들을 수 있도록 한 것도 변화 중 하나다.
구글은 안드로이드4.0 아이스크림샌드위치 버전부터 토크백과 TTS 기능에 대한 기본 탑재를 의무화했다. 다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토크백이나 TTS 기능에서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아 한국어 음성안내 기능을 이용하려면 사용자가 직접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유료로 한국어 언어팩을 내려받아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국내에서 안드로이드폰을 사용하는 시각장애인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던 이유다.
최근에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사 대부분이 고유의 음성엔진을 탑재하면서 언어팩을 추가로 구입해야하는 문제는 없어진 상태다. 각 스마트폰에 시리와 유사한 음성인식 기능이 내장되면서 사용자의 질의어에 음성으로 응답을 해야하다보니 삼성전자와 LG전자 스마트폰에는 토크백과 TTS 내장이 기본 사양으로 자리잡게 됐다. 하지만 아직 섬세한 제스쳐 조작에서 안드로이드가 iOS에 비해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시각장애인용 소프트웨어 개발기업인 엑스비전테크놀로지의 김정호 이사는 “스마트 기기 분야 접근성은 여전히 iOS 강세인 상황으로 안드로이드는 몸만들기 단계 정도”라면서 “안드로이드의 경우 iOS에 비해 아직 정확도가 떨어지고 최긴 안드로이드4.3에서도 크게 개선된 면모를 보여주지 않으면서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입장에서도 접근성 측면에서 큰 개선을 이루기는 기술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애플리케이션 지원도 이뤄진다면..
스마트폰의 접근성이 크게 개선됐지만 아직 아쉬운 점은 있다. 단말기가 준비돼도 애플리케이션 개발 단계에서 이미지에 대한 대체텍스트가 입력되지 않으면 보이스오버나 토크백 기능이 모두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해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시 7개 필수사항과 8개의 권고사항으로 이뤄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접근성 지침(행안부고시 제2011-38호)’을 마련했지만 아직까지 이를 강제할 수 있는 관련 법률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국내 제조사들이 출시하고 있는 스마트폰에는 다양한 편의 기능이 기본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내장돼있지만 접근성이 확보된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안드로이드가 OS 자체에 애플리케이션 접근성 확보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는 만큼 제조사 기본 애플리케이션이 이를 충족하면 현재 상태에서도 얼마든지 장애인들에게 편리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함께 공공분야 애플리케이션의 접근성 확보 노력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현재 공공애플리케이션 개발시 장애인 접근성은 전혀 고려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공공 애플리케이션 발주시 모바일 접근성 가이드라인 준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바람이다.
김정호 이사는 “대부분의 스마트폰에서 장애인 접근성 지원을 기본 기능으로 제공하고 있어 장애인 이용자가 쉽게 원하는 기기를 이용할 수 있는 기술적 토대가 제공되고 있다”면서 “더 나악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접근성 개선 노력은 당장 실천할 수 있고 그 혜택 역시 즉각적으로 장애인에게 제공될 수 있기 때문에 웹 접근성과 마찬가지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접근성 지침 역시 기본으로 의무화하는 조치가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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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나 구글은 개발자들이 보이스오버나 토크백 등 음성지원 관련 솔루션을 이용할 수 있도록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모두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활용할지 여부는 전적으로 개발자들이 선택에 달려있기 때문에 개발자들의 인식 개선을 바라는 요구도 높다.
업계관계자는 “대부분의 텍스트의 경우 음성지원이 가능하지만 메뉴 버튼 등은 텍스트가 아닌 이미지 기반으로 제작될 경우 보이스오버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면서 “이를 염두에 두고 개발을 진행하는 장애인용 특수한 애플리케이션을 제외하고는 거의 지원이 되지 않는 상황으로 개발자들의 의지의 달린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