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애플 아이폰을 위협하는 안드로이드 진영의 선두업체로 떠올랐지만, 그 단말기가 제공하는 접근성 측면에서 더 많은 사용자를 배려한 흔적은 부족해 보인다는 비판도 있다.
삼성이 갤럭시S 시리즈의 성공을 잇기 위해서뿐 아니라 다음달 11일부터 모든 법인과 개인에게 확대적용되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을 준수하려면, 접근성 기능이 필요한 사용자의 편의가 실질적으로 보장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안드로이드, 접근성 미흡-일관성 부족
시각장애인을 위한 '토크백'이 대표적인 접근성 기능이다. 안드로이드4.0 ICS부터 탑재된 토크백 기능은 떠 있는 화면이나 사용자가 선택한 항목 내용을 음성으로 들려준다. 이는 사용자가 건드린 위치의 글자나 단추를 읽어주는 '터치하여탐색(explore by Touch)' 기능과 함께 쓰인다.
갤럭시S3에서도 토크백과 터치하여탐색을 켤 수 있다. 시각장애인이 기능을 쓰면 이론적으로 어떤 기능이나 단추의 위치를 손가락 감각으로 어림잡아 암기해가면서 쓰지 않아도 된다. 단, 이를 위해서는 토크백이 활성화됐을 때 일정하게 쓰이는 손동작(제스처)을 익혀야 한다.
그런데 삼성이 만든 갤럭시 시리즈의 제스처는 '일관성'을 보장하지 못한다. 각각의 기기와 OS 버전에 따라 사용방식이 차이를 보여 매번 새로 익혀야 한다는 얘기다. 그나마 해당 기능에 대한 세부 정보를 얻기도 어렵다.
29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부설 한국웹접근성평가센터의 안동한 진단평가팀장은 흔히 비교대상이 되는 애플의 아이폰은 처음 출시 때부터 iOS에 접근성 지원이 많이 고려됐지만, 안드로이드 초기버전은 그렇지 않았다며 삼성도 갤럭시노트2 이후부터 어느정도 보완됐다는 평가를 듣고 있지만 여전히 기기 종류와 OS버전별 일관성을 보장하지 못한 점은 문제로 꼽힌다고 지적했다.
사용자가 토크백과 터치하여탐색을 활성화하면 화면에 놓인 앱을 찾는 '화면탐색', 화면 크기를 넘어선 항목들을 살피는 '목록스크롤', 화면을 쓸어넘기는 동작(스와이프)으로 기기가 읽는 단락 위치를 바꾸는 '문자단위로읽기', 3가지 기본기능을 연습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구글이 토크백 상태에서 화면 전환이나 내용 탐색을 위해 지정해 둔 제스처는 훨씬 다양하다. 설정→접근성→토크백→설정→바로가기동작관리 항목을 찾아 열면 8가지 제스처와 각각에 지정된 동작 목록을 볼 수 있다.
삼성쪽에서 이 기능을 상세 설명한 자료는 없다. 지디넷코리아가 직접 삼성측에 접근성 지원 기능 관련 세부정보를 요청한 결과, '공식사이트 제품매뉴얼을 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사이트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갤럭시S3 매뉴얼은 26MB짜리 PDF파일이다. 134쪽 분량 가운데 접근성에 대한 설명은 딱 1쪽이다. 그나마 이 파일은 PC에서만 내려받을 수 있다. 안드로이드 젤리빈에 내장된 모바일 브라우저로는 구할 수도 없다는 얘기다.
이달초 약시 시각장애인 A씨는 갤럭시S3 토크백 제스처 기능을 쓰기 위해 삼성서비스센터에 '사용법에 대한 정보를 달라'고 문의를 했는데 (담당자가) 이해를 못한 듯했고 오히려 관련 기능을 소개한 언론 기사를 어디서 봤냐고 되물었다고 말했다.
그는 답답함에 삼성에 직접 문의해 제스처 사용법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지만 받지 못했다. 3월 중순까지 회신을 약속했지만 월말까지 연락이 없는 상태다.
A씨는 갤럭시S3 접근성 기능에 대해 자판으로 글을 쓰거나 앱을 손가락으로 읽으면서 실행하는 부분은 어느정도 된다면서도 (제조사가) 세밀한 제스처 사용법에 대한 자료를 제공할 수 없기에 이용하긴 좋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삼성 구글 안드로이드보다 더 신경 썼다
하지만 삼성은 이미 주력 모델인 갤럭시S 시리즈에 꾸준히 접근성 지원 기능을 구현해왔다고 강조했다. 기기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 여러 유관 부서에서 연구개발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게 회사쪽 입장이다.
삼성이 소개하는 갤럭시S3의 접근성 기능 목록을 보면 새로 만든 것도 있고 구글 안드로이드 기본 요소들을 확충한 것도 있다. 장애인 사용자를 위한 것뿐 아니라 일반적인 편의와 관련된 요소도 들었다. 좋게 말하면 '유니버설디자인'을 지향했다고 볼 수도 있다.
다만 장애인사용자에게 실제로 편리한지, 애초에 유용하게 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평가를 듣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A씨는 일관성 없고 준비되지 않은 접근성 제공은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하다며 삼성이 접근성 기능을 이슈화하기 전에 소비자의 사용성에 대해 깊이 이해해서 갤럭시의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바란다고 말했다.
우선 시스템 영역의 접근성 기능으로 단말기가 놓인 방향에 따라 화면이 돌아가는 '화면자동회전', 암호입력창에 쓰는 글자를 읽어주는 '비밀번호말하기', 전원경고창에서 곧바로 접근성을 설정할 수 있게 해주는 '접근성바로가기', LCD화면이 자동으로 꺼지는 시간을 설정하는 '자동으로잠금'이 있다.
시각적 접근성 지원 기능으로 앞서 소개한 토크백, 여러 글꼴 크기를 설정케 해주는 '글자크기', 화면의 색상을 반전시켜주는 '색상반전', 사용자가 웹콘텐츠를 쉽게 접근하도록 구글이 제공하는 스크립트를 브라우저에 설치되게 허용하는 '웹접근성향상', 플래시를 보조광원으로 켜기,이어폰 사용시 스테레오사운드를 모노로 바꾸기, 단말기의 모든 소리를 끄기, 왼쪽과 오른쪽 귀의 음역대에 맞는 주파수 제공도 한다는 설명이다.
이동성 측면의 접근성 기능으로는 길게 터치하는 시간을 기본값보다 늘리거나 줄일 수 있는 '화면누름시간'과 터치 대신 홈 단추로 전화를 받고 전원 버튼으로 전화를 끊을 수 있는 '전화수신/종료' 항목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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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접근성 기능가운데 원래 안드로이드에 담겼던 요소는 화면자동회전, 비밀번호말하기, 토크백, 웹접근성향상, 화면누름시간, 글자크기, 전원 단추로 전화를 끊는 전화종료 기능이다. 나머지는 삼성이 직접 만든 것들이다.
별도로 기능을 추가하는 노력을 기울였다면 실제로 장애인 사용자든 일반인이든 유용하게 쓸 수 있어야겠지만 꼭 그렇지는 않은 상태다. 정작 접근성 기능을 요긴하게 써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사용법에 대한 안내와 정보제공이 미흡한 점은 아쉽다는 평가다. 출시를 앞둔 갤럭시S4나 최신 기종인 갤럭시노트2에 차세대 안드로이드OS '키라임파이'가 올라갈 경우 또 접근성 측면의 혼란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도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