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산업이 요즘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라는 새 옷을 입고 혁신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패스트 패션은 통상 계절 변화에 따라 신상품을 내어 놓던 방식에서 벗어나,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1~2주 단위로 새로운 제품을 내어놓는 브랜드들을 말한다. 눈여겨 볼 점은, 이를 가능케 하는 데에 정보통신기술(ICT)이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세계적인 패스트 패션 브랜드인 ‘자라(Zara)’는 전 세계 매장에서 실시간으로 보내오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특정 상품을 언제, 어느 매장에 진열해야하는지 분석 한다. 대량 생산과 유통이 아닌, 빅데이터 분석으로 잘 팔리는 제품을 적기에 공급한다는 전략이다. 빅데이터 분석 알고리즘을 개발하는데는 미국의 MIT와 협업도 이루어졌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기존의 장기 기획 방식을 탈피해 다품종 소량생산과 유통단계를 줄이는 방식의 패스트 패션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패스트 패션뿐만 아니라, 패션과 ICT가 직접 결합된 상품들도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스포츠용품 회사인 나이키는 손목보호대처럼 생긴 퓨얼밴드(FuelBand)를 내어놓았다. 퓨얼밴드는 운동량을 측정해 점수로 환산해주고, 이를 모바일 앱이나 웹사이트를 통해 주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처럼 ICT와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이는 영역에서도 ICT와 결합을 통해 새로운 시장과 가능성을 창출해 내는 시도들이 활발해 지고 있다. 이는 전 세계가 촘촘히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방대한 정보들을 한꺼번에 수집하고 해석할 수 있게 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여기에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혁명이 더해져 ICT는 혁신적인 사업을 만들어내는 기반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2009년 80만 명이던 스마트폰 이용자가, 3천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급증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 기기를 갖고 있고, 무선 인터넷에 항상 접속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6월 닐슨코리아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이용자들의 하루 평균 모바일 기기를 이용하는 시간은 203분으로 PC나 TV를 앞지를 정도라고 한다. 때문에 모바일을 이용하면, 개개인의 세부적인 생활 패턴과 습관에 맞춘 제품이나 서비스 등 무궁무진한 비즈니스와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질병예방, 진단, 치료 등을 위한 스마트헬스, 독거노인을 위한 원격 모니터링 등과 같은 의료 및 복지 분야는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지능형 교통 정보제공 시스템과 같은 공공 분야나 스마트폰을 통한 다양한 위치기반 서비스 등 생활밀착형 서비스들도 활발히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패션과 ICT의 융합과 같이 문화적인 분야와 ICT의 접목은 향후 더 많은 관심을 모을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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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ICT를 접목하여 혁신적인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산업, 복지, 교육, 문화 등 경제‧사회 전 영역으로 시야를 확장해야 할 것이다. ICT를 근간으로 창조경제를 표방한 현 정부에서는 기존에 시도되지 않았던 영역들과의 융합을 발굴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ICT와 다양한 분야와의 인적 교류도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 또는 민간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창업 지원이나 아이디어 발굴 프로그램들은 이러한 점에 주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인터넷 시대에서 ICT 산업이 각 산업을 지원하는 역할에 머물렀다면, 앞으로 전개될 융합화 시대에는 ICT 산업이 모든 사회분야에 혁신을 이끌어가는 핵심 동력으로 창조경제를 이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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