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태블릿PC와 같은 모바일 단말의 성능이 향상되고 유튜브와 같은 멀티미디어 서비스 이용이 확산되면서 우리는 점차 더 많은 콘텐츠를 소비하게 되었다. 또한 애플은 얼마 전 인터넷망을 통해 콘텐츠들을 여러 단말에서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처럼 디지털 생태계가 발전해 감에 따라 데이터 소비가 급증하면서 통신 사업자와 인터넷 콘텐츠 사업자들 사이에 망 중립성 이슈가 다시 쟁점이 되고 있다.
EU집행위원회의 정의를 빌리자면, 망 중립성(Net Neutrality)이란 "인터넷 망을 통해 전송되는 모든 전자적 통신은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단말기, 제공사업자(콘텐츠/애플리케이션/서비스) 및 최종이용자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취급되어야 한다"는 개념이다.
처음 망 중립성에 관한 논의는 통신망의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여타 사업자의 망 접근을 제한함으로써 통신시장은 물론, 단말 등의 전·후방산업을 독점화할 우려가 제기되면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최근의 망 중립성에 대한 논의는 통신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 간에 인터넷이라는 통신망을 기반으로 발생하는 수익의 분배 또는 투자비용의 분담이라는 이슈로 발전되고 있다.
즉 대용량의 콘텐츠로 인해 데이터 트래픽이 폭증하여 통신품질이 저하됨에 따라 통신 인프라 투자 비용을 전적으로 통신사업자가 부담해야 하는가, 그리고 최종 이용자 권리는 어떻게 보장할 것 인가 등의 문제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유럽의 대형 통신사인 프랑스텔레콤(France Telecom)과 텔레포니카(Telefonica)가 콘텐츠 사업자도 통신인프라 구축에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망 중립성에 관한 이슈를 본격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그동안 유럽 통신업계는 피어링 협약(Peering Agreement)에 의해 망 중립성 이슈는 크게 문제되지 않아왔다. 피어링 협약이란 주로 유럽 통신사업자들이 맺어온 계약방식으로 상호 간의 망에 흐르는 데이터의 양이 비슷하다면 별도의 트래픽 요금을 부과하지 않는 것이다. 2008년까지는 통신사 간 데이터 흐름의 양이 대체로 비슷하여 큰 논란거리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구글 유튜브나 영국 방송사 BBC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아이플레이어(iPlayer)가 크게 인기를 끌며 이들 서비스가 대용량 트래픽을 유발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이에 프랑스텔레콤과 텔레포니카는 공동 명의로 콘텐츠 사업자에 대한 과금안을 작성하여 EU집행위원회에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는 기존 피어링 협약 때와 달리 자신들의 망을 통해 트래픽을 유발하는 모든 콘텐츠 사업자들에게 해당 양만큼 망 이용대가를 요구하겠다는 내용과 자신들의 망을 통과하는 고품질 동영상 트래픽에 관해 도매 기반의 과금을 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들 통신사업자는 그 동안 EU집행위원회로부터 지속적으로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에 대한 압력을 받아왔으며, 마찬가지로 이용자들로부터도 통신 품질 향상에 대한 요구를 받아왔다. 그러나 컨설팅 기관인 맥킨지(McKinsey)의 조사에 따르면, 유럽 지역에 광케이블 기반의 초고속 인터넷 망을 구축하는데 드는 비용은 약 3천억 유로(약 47조원)인 것으로 나타나 통신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한 신규 투자 규모가 상당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당연히 통신사업자는 새로운 수익원 확보 없이 쉽게 투자에 나서기가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프랑스텔레콤과 텔레포니카는 직접적으로 품질 저하를 야기하는 콘텐츠 사업자가 통신인프라 투자에 일정부분 역할을 해 줄 것을 요구하기에 이른 것이다.
물론 미국의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콘텐츠 사업자는 프랑스텔레콤과 텔레포니카의 공동 제안서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EU집행위원회는 통신망 업그레이드에 대한 투자금 분담이라는 논리가 일리가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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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EU집행위원회는 통신사업자들이 주장하는 콘텐츠 사업자들에 대한 망 이용대가 부과에 관한 입장을 빠르면 7월경 발표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 통신업계에 불고 있는 새로운 망 중립성에 관한 논의가 최종이용자를 위한 서비스 품질 향상과 투자 부담의 분담이란 측면에서 어떤 시사점을 줄 것인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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