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의료서비스, 재해복구 전략 수립 필요

전문가 칼럼입력 :2013/09/26 08:56

임병혁 팔콘스토어코리아 대표

최근 사우디아라비아가 대규모 의료 전산망 구축 사업을 우리나라에 맡기기로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사우디 전체 3천개 보건소와 80개 공공 병원을 대상으로 한 병원정보시스템(HIS) 구축 사업으로 그 규모가 1조원에 달할 것이라 한다. 한국식 IT 의료 서비스가 세계 시장에서도 통하는 시대가 온 것일까? HIS 측면에서 보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운영 측면에서는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바로 재해복구(DR) 부문이다.

국내 의료 업계는 2000년대 초반 대형 의료원을 중심으로 재해복구 관련 투자가 일기 시작했다. 의료 서비스 활동 모두가 전자의무기록(EMR), 의료영상저장전송솔루션(PACS), 처방전달시스템(OCS) 등에 디지털화 되어 기록, 유통되면서 자연스럽게 업무 연속성 보장을 위해 DR 구축이 필수화 된 것이다.

당시 유행했던 방식은 EMR, PACS, OCS 등 주요 시스템을 대상으로 한 스토리지 차원의 이중화였다. 나름 실시간 백업을 표방하였지만 나날이 늘어나는 의료 데이터를 감안했을 때 지속적으로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상당히 커져야 하는 그런 구조였다. 흔히 업계에서 말하는 백업 윈도우 투자비가 매해 상승하는 그런 구조였던 것이다.

또한 최근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이 국내 최초 병원 밖에 DR센터를 구축하기 전까지 대부분 원내 다른 건물 내에 DR센터를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글로벌 의료 IT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이런 DR 방식은 경쟁력이 없다.

최근 해외 선진 사례들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폭발적인 데이터 증가세에도 큰 비용 들이지 않는 구조로 DR센터를 운영한다는 것이다. 디스크 미러링을 통한 실시간 백업 방식만을 고집하지 않고 최신 기술을 적극 활용해 백업 윈도우를 줄여 경제성을 확보하는 가운데 WAN을 통한 원거리 백업과 복구 수행을 자동화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백업 및 복구 자동화는 스토리지에 저장된 데이터 수준이 아니다. 장애 발생 시 애플리케이션 인지(Application Aware) 차원에서 모든 것에 대한 서비스 정상화를 의미한다.

이런 선진화된 사례는 국내에는 없지만 해외에서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가까운 중국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700병상 규모인 베이징 암 병원(Beijing Cancer Hospital)의 경우 이기종 스토리지, 다양한 종류와 버전의 데이터베이스, 여러 애플리케이션, 가상화 환경과 물리 서버의 혼재 등 일반적인 대형 병원의 IT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매년 데이터가 늘면서 이 병원은 데이터 백업과 복구의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고,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CDP 솔루션을 가지고 디스크 기반 백업 및 복구 자동화를 하는 것을 선택했다. 또한 최대 하루 1,000개까지 찍을 수 있는 스냅샷 기술을 통해 장애 전 가장 빠른 정상 가동 시점으로의 복구를 할 수 있게 DR 환경을 구성했다.

물론 디스크 기반의 백업 및 복구 자동화가 능사는 아니다. 병원은 의료정보보호법(HIPPA)과 같이 데이터 보관 주기 관련 규제를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기업보다 데이터 보관 주기가 길다. 따라서 효과적인 D2D2T(disk-to-disk-to-tape) 전략이 필요하다.

신속한 복구와 서비스 정상화를 위해 1차 백업은 디스크 기반으로 CDP 등의 솔루션을 통해 자동화를 하고, 중장기 보관 단계로 넘길 때는 중복제거 기술을 기반으로 테이프로 넘기는 전략이 필요하다. 병원에서 D2D2T 연계가 중요한 것은 중복제거를 통한 비용 절감만을 위함이 아니다.

병원은 EMR 등 시스템에 쌓이는 과거 기록을 가지고 각종 연구를 한다. 의료진이 연구 목적으로 자료를 요구할 때 이에 대한 자료 수집 및 가공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할지도 중요한데, VTL(Virtual Tape Library)와 같은 기술을 활용하면 중복제거뿐 아니라 디스크 환경 못지 않은 속도의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

비용 합리적인 DR센터 운영 역시 풀어야 할 숙제다. 모든 병원이 외부에 DR센터를 운영할 수는 없다. 너무 큰 비용과 운영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업과 복구를 자동화 하고 WAN 최적화 기술을 이용한다면 의료원급 환경에서는 병원 밖에 DR센터를 비교적 합리적으로 구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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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쉬운 방법도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주요 업무 시스템에 대한 원격지 백업의 한 방안으로 클라우드가 대두 된지는 꽤 오래 되었다. DR센터 운영이 여의치 않다면 원격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국내에서는 미국의 HIPPA처럼 이를 실현하기 위한 법적 기반이 없어 아쉬울 따름이다.

정리해 보자면 국내 의료 IT 기술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을 인정 받고 있다. 이제는 겉에 보이는 모습뿐 아니라 촌각을 다투는 의료 서비스 현장에서 시스템 장애로 인한 업무 중단을 최소화할 수 있는 비즈니스 연속성 보장을 위한 합리적인 DR 전략과 운영 방안 제시가 뒤따라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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