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를 잡아라'
최근 중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메이드인코리아' 열풍이 불고있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쇼핑코스에는 가전제품 매장이 필수로 포함된지 오래다. 일부 매장에서는 중국인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전기압력밥솥의 경우 하루 판매량의 80%가 이들 요우커의 차지가 될 정도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한국산 가전제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전기밥솥에서 시작된 메이드인코리아 열풍이 최근 원액기, 다기능 중탕기, 침구청소기, 로봇청소기 등 소형가전 전체로 퍼지고 있다. 이에 맞춰 제조사들도 중국인 관광객들을 잡기 위해 제품 개발부터 마케팅까지 신경쓰는 모습이다.
실제 본지가 지난 12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을 방문한 결과 가전매장이 위치한 8층 여기저기에서 소형가전 제품을 살펴보는 중국인 관광객들과 자연스러운 중국어로 제품을 설명하는 매장 직원들이 눈에 띄었다. 가장 인기있는 소형 가전은 전기압력밥솥으로 8층에 위치한 쿠쿠전자와 쿠첸 매장에서 중국인들이 사가는 밥솥은 하루 평균 10대에 이른다. 주말에는 30대까지도 판매된다.
전기압력밥솥 매장에 한 직원은 매장에서 판매되는 밥솥의 80%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사간다며 최근엔 불경기로 제품을 구매하는 한국 손님이 상당히 줄었기 때문에 매출 대부분은 중국인 관광객들에게서 나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압력밥솥 이외에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홍삼 중탕기도 인기다. 고려홍삼이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자 중탕기까지 잘 팔리고 있는 것. 판매 매장에서는 다양한 찜요리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중국어로 제작한 요리책자까지 비치해 뒀다. 매장 한 켠에는 한경희생활과학의 침구청소기와 유진로봇의 로봇청소기 등 우리 중소기업에서 만든 소형가전도 함께 전시하고 있다.한국에서 구입한 가전제품을 중국으로 가지고 들어갈 경우 중국돈 1천위안(약 17만원) 당 우리 돈 4만원의 높은 관세가 붙는데다 해외 배송비를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해외에서 구매한 가전제품은 중국에서 사후서비스(AS)를 받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그럼에도 중국인 관광객들이 굳이 한국에 와서 이들 제품을 사가지고 가는 이유는 한국산 제품의 높은 품질에다가 중국 내에서 유통되는 가전제품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한 매장관계자는 중국 현지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워낙 짝퉁이 많아 중국인들이 신뢰하지를 못한다며 한국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제품이라야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중국인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중국인들 사이에서 한국산 제품이 품질이 좋다고 소문나 있어 코리아 프리미엄이 붙는다고 덧붙였다.
전기압력밥솥 등 제품 정면에 '메이드인코리아(Made in Korea)'라는 마크가 눈에 띄게 붙어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산 소형가전을 선호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늘면서 제조업체와 백화점 측에서도 중국 관광객 맞춤 서비스를 적극 제공하고 있다.
압력밥솥의 경우 한국어로 쓰여진 '압력취사', '보온' 등 제품 조작 버튼 옆에 중국어 스티커를 별도로 붙이고 있다. 중국어 음성지원도 기본으로 지원하는 모델도 다수 출시됐으며 중국어로 만든 사용설명서도 함께 제공된다. 또 220V에 50Hz를 사용하는 한국과 달리 220V에 60Hz를 전압 규격으로 사용하고 있는 중국 환경에 맞춰 헤르츠(Hz)를 자동으로 변환해 주는 제품도 나왔다.한국에서 산 제품이지만 중국 본토에서도 AS가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소형가전 제조업체 리홈쿠첸은 중국에서 인기 있는 일부 모델에 한해서 중국 현지 AS 센터에서도 동일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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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으로 중국어를 공부하는 매장 직원들도 생겨났다. 백화점 측에서도 중국어, 일어, 영어가 가능한 전문 상담원들을 배치해 관광객들을 응대하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중국 중추절 연휴(19∼21일)를 맞아 중국인 관광객이 더욱 몰릴 것으로 보인다며 비합리적인 저가 관광상품을 없애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중국 관광법 개정안'이 10월부터 발효되면 오히려 구매력 있는 중국인들이 더 많이 국내로 유입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