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퀄컴이 같은날 각각 스마트워치 신제품을 선보였지만 목표는 제각각이다. 독자적인 차세대 웨어러블컴퓨터 시장 선점과 부진했던 저전력 디스플레이 부품을 대량으로 사용할 파트너 확보로 상반된 모습이다.
지난 5일 삼성전자는 독일 베를린 '삼성언팩2013 에피소드2' 행사장에서 갤럭시기어(galaxy gear)를 공개했고, 같은 시간 퀄컴은 미국 샌디에이고 '업링크2013' 컨퍼런스 기조연설중 토크(Toq)를 처음 선보였다.
앞서 삼성전자가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이어 스마트워치 제품을 출시한다는 내용이나 이날 실물을 선보일거란 소식은 익히 알려져 있었다. 모바일기기용 프로세서 업체로 알려진 퀄컴이 별다른 예고 없이 삼성전자와 나란히 스마트워치를 선보인 것은 갤럭시기어 출시에 따른 홍보 편승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얼핏 보면 갤럭시기어와 토크는 작동 방식, 지원 기능, 출시 일정, 판매 가격 등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유사하다. 갤럭시기어가 299달러, 토크가 300달러 전후 가격에 다음달중 미국서 판매될 것으로 알려졌고, 둘 다 스마트폰과 저전력 블루투스 무선통신으로 연결돼 그 문자 송수신과 통화내역같은 정보 제공에 초점을 맞춘 구글 안드로이드 기반 시계형 컴퓨터로 묘사된다.
이를 만든 삼성전자와 퀄컴의 제품은 세부 사양이나 시장 전략 면에서 차이가 컸다. 이날 스마트워치 신제품을 선보인 삼성전자와 퀄컴의 태도도 상반된다.
■'갤럭시기어, 갤럭시 궁극의 액세서리'
삼성전자는 갤럭시기어를 차세대 스마트기기의 한 갈래로 제시했다. 갤럭시 스마트폰과 태블릿 사용자들의 제품 사용에 새로운 편익과 문화를 제공할 거라고 강조했다. 이는 오는 10일 '아이워치'로 알려진 애플 스마트워치의 등장에 앞서 업계 주목을 유도하고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갤럭시기어는 320x320화소 1.63인치 크기의 삼성전자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디스플레이와 800MHz 싱글코어 엑시노스 프로세서 그리고 4GB 저장공간과 512MB 램 또 190만화소 카메라를 달았다. 안드로이드4.3 기반이다. 비교적 최근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 및 태블릿에만 연결 가능하다. 내장 애플리케이션(이하 '앱')과 별개로 서드파티 앱과 이를 위한 장터가 제공된다.
그리고 갤럭시기어는 1번 충전시 25시간 사용 가능한 315MHz 배터리를 품었다. 하루에 1번만 충전하면 종일 쓸 수 있긴 하지만 수시로 충전을 원하는 사용자에게는 불편한 방식을 지원한다. 직접 연결 가능한 어댑터가 아니라 별도의 도크를 연결해 마이크로USB 단자로 충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73.8g으로 가벼운 몸체와 별도로 도크를 휴대해야 한다면 충전이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다.
갤럭시기어는 회사의 여느 프리미엄 스마트기기와 마찬가지로 고사양에 많은 기능을 아우른다. HW 자체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페블이나 소니 등 과거 스마트워치 제품에 담긴 기능을 모두 품고서 카메라와 S보이스 음성명령, 그리고 '70여개의 서드파티 앱' 같이 더 많은 경험을 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삼성리서치아메리카의 '씽크탱크팀'을 이끄는 프라나브 미스트리 연구부문 이사는 갤럭시기어의 활용방법을 소개하며 향후 10년간의 기술을 담은 꾸러미라며 이는 우리가 소통하고 표현하고 기록하는 방식을 바꿔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크, 웨어러블 플랫폼 대세를 꿈꾸다'
공격적인 시장 공략을 선언한 삼성전자와 대조적으로, 퀄컴은 토크 출시가 자사의 HW 완제품 시장 진출을 뜻하는 건 아니라는 입장으로 선을 그었다. 자사가 토크를 내놓으며 갖추게 된 SW 플랫폼을 소개하고 사업적으로 부진했던 미라솔디스플레이의 활로를 뚫기 위해 제조 파트너 생태계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퀄컴은 토크의 구체적인 제품 HW 사양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화면은 야외시인성과 전력효율이 좋은 288x192화소 컬러 미라솔디스플레이를 1.55인치 크기로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보다 클럭수가 낮은 200MHz 코어텍스M3 프로세서와 안드로이드4.2를 넣었다. 카메라는 언급되지 않았다. 안드로이드4.0.3 이상의 스마트폰과 연결된다. 애플 iOS 기기와 연동되게 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퀄컴은 상대적으로 낮은 클럭의 프로세서와 더 작고 전력을 덜 소모하는 디스플레이를 탑재함으로써 갤럭시기어보다 훨씬 긴 사용 시간을 지원한다. 1번 충전시 일반적인 사용 환경에서 5일, 자주 사용할 경우 3일간 쓸 수 있다는 게 회사쪽 설명이다. 삼성전자 제품처럼 전용 도크를 함께 제공하는데 이는 마이크로USB같은 케이블 없이 무선 방식으로 충전이 이뤄진다. 몸체 무게는 약 90g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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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는 정식으로 출시되더라도 최대 3만대 정도로 한정된 수량만 출하될 예정이다. 이는 퀄컴이 토크에 적용한 SW플랫폼 '투넷(2net)모바일'을 활용할 제조 파트너 확보 움직임으로 읽힌다. 투넷모바일은 퀄컴 자회사 퀄컴라이프의 다중 센서기반 의료데이터를 처리하는 장비 플랫폼 '투넷'에 연결하기 위한 모바일 기기용 플랫폼이다.
스마트워치와 그 플랫폼을 소개한 폴 제이콥스 퀄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장기적으로 소비자용 제품 사업을 벌이려는 게 아니다라며 토크가 인기를 얻는다면 이런 제품을 더 만들어낼 방법을 찾아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7월 컨퍼런스콜에서 차세대 미라솔디스플레이 (직접 생산보다) 기술 라이선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