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 '제 2의 엔씨' 어렵다

일반입력 :2013/09/05 11:22    수정: 2013/09/05 14:04

남혜현 기자

모바일 게임 시장이 급성장했지만 투자심리는 위축됐다. 어떤 게임이 성공할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중소개발사에 선뜻 투자하긴 어렵다는 우려가 커졌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모바일 게임사들이 상반기 저조한 실적을 보인 가운데, 상장을 준비 중인 중소형 게임사들에 대한 증권가 전망도 어둡다.

올 상반기 모바일 게임 업계 화두는 '상장'이었다. '애니팡' '아이러브커피' 등이 카카오 플랫폼 수혜를 입고 성공하자 선데이토즈, 파티게임즈 등이 잇따라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선언했다. 상장을 통한 투자금 확보가 목적이다.

가장 먼저 상장하는 회사는 '애니팡'으로 유명해진 선데이토즈다. 하나그린기업인수목적회사(SPAC)와 내달 18일 합병하고 11월 5일 신주 상장한다. 합병 후 선데이토즈 시가총액은 약 1천300억원이다. 상반기 순익 64억원을 고려한 올해 당기순이익 추정치는 126억원. 주가순이익비율(PER)은 대략 10배다.

게임빌, 컴투스 등 이미 상장한 모바일게임의 PER가 15배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됐다. 선데이토즈는 최근 간담회를 통해, 신주가 저평가돼있어 주가 메리트를 보유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증권 전문가들은 선데이토즈 가치(밸류에이션)가 낮게 평가됐다 하더라도 무조건적인 매수는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상반기 모바일 게임사들이 저조한 실적을 보이며, PER가 지난해 25배에서 올해 15배로 많이 낮아졌다는 부분을 지적한다. 신규 상장하는 업체들도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란 것이다.

가장 큰 우려는 모바일 게임사들의 지속적인 성장 여부다. 리니지를 성공시킨 엔씨소프트가 창업 3년만에 상장, 대표 게임주로 성장한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대작으로 분류되는 초기 온라인 게임은 수명 주기가 10년이 넘는다. 모바일 게임은 초창기 온라인 게임과 대비해서 흥행의 확률이 적고 수명 주기가 짧다. 과거 온라인 게임 태동기와 비교해, 그만큼 밸류에이션을 받기는 어렵단 뜻이다.

최훈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모바일 게임만 놓고 보면 단기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고, 주가는 굉장히 불안할 수 밖에 없다라며 신작 게임을 내놓아 얼마만큼 성장할 수 있는지 거기에 대한 확신을 시장에 심어줘야 하는데 과거 온라인 게임 대비 흥행의 확률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라고 분석했다.

때문에 관건은 후속작의 성공이다. 선데이토즈는 애니팡 이후 이렇다할 히트작을 내지 못했다. 애니팡 효과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아무도 확신하지 못하는 가운데, 후속작으로 선보인 애니팡 사천성, 애니팡 노점왕 등의 성적은 만족할 수준이 못된다.

공영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애니팡의 밸류에이션이 낮아 저렴해 보이는 것은 맞지만 리스크는 분명히 있다라며 애니팡 트래픽이 계속해 유지되기는 어려운데 얼마전 출시한 노점왕이 어느정도 히트를 쳐서 보조를 해줬으면 좋겠지만, 노점왕의 실제 매출은 애니팡과 비교해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신작 게임들의 성공 확률도 줄어든다는 것도 우려점이다. 데브시스터즈가 만든 쿠키런 등, 일부 게임을 제외하곤 올해 소규모 개발사가 출시한 모바일 게임 중 큰 성공을 거둔 상품을 찾긴 어렵다.

황승택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상장한다고 해서 (주가가) 마구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라며 시장에선 게임 라인업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히 약해진 상황이라, 상장을 하는 업체든 안하는 업체든 상관없이 퍼포먼스 위주로 접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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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 투자를 위해선 향후 모바일 게임 시장을 누가 이끌어갈지 잘 살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시장 전망이 어려워지는 상황일수록 안정적으로 성과를 내는 업체들 중심으로 투자처를 가려야 한다는 것이다. 플랫폼을 보유한 업체들과, 여러 성공작을 가진 대형 게임 개발업체들로 투자가 몰릴 가능성도 크다.

최훈 연구원도 모바일 게임주들이 단기적으로 봤을 때 신작 게임들의 성공 확률이 점점 떨어진다는 부분이 투자 심리를 어둡게 만든다라며 산업 전반으로 봤을 때는, 개발사보단 플랫폼을 확보한 업체를 중심으로 관심이 많이 쏠릴 것으로 예상되므로 누가 승자가 될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