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결국 노키아를 삼켰다. 모바일 시장에서 애플, 구글 등에 밀려 플랫폼 권력을 전혀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둔 마지막 승부수로 보인다.
MS는 3일 노키아 휴대폰 사업을 54억4천만유로(7조8천654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MS는 노키아의 휴대폰 사업부와 특허, 지도서비스 라이선스 권한을 인수한다.
MS가 노키아를 인수할 것이란 소문은 지난 2년간 IT업계를 떠돌았다. 스티븐 엘롭이 MS에서 노키아 CEO로 자리를 옮겼고, MS와 노키아가 전격적인 협력을 발표하는 등 MS와 노키아의 관계는 갈수록 가까워졌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은 수시로 MS의 노키아 인수 추진을 보도했다.
노키아를 삼킨 MS의 노림수는 누가 봐도 뻔하다. 애플과 같은 전략을 뒤따른 것이다.
MS는 윈도 운영체제로 PC 시장을 지배한 강자였지만, 애플의 아이폰 출시 이후 모바일 시장 뒷구석으로 순식간에 밀려났다. 윈도모바일을 통해 모바일 시장에 대응하려던 MS는 결국 순식간에 변한 시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그사이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부흥시키며 애플과 플랫폼 시장을 양분해버렸다.
MS는 윈도폰이란 모바일 OS를 새로 내놓으며 4년간 분투했다. 그러나 윈도폰8까지 나온 현재에도 전세계 MS 윈도폰 OS의 점유율은 미미하다. 하드웨어 파트너에게 SW 플랫폼을 공급한다는 원칙을 깨면서까지 내렸던 극약처방 ‘노키아와 제휴’도 별무신통이다.
MS의 필승 전략인 ‘윈텔’ 모델은 구글과 삼성의 연합에 빼앗겼다. MS는 강력한 파트너를 찾았지만, 세계 휴대폰 제조업체 어느누구도 MS의 편을 선뜻 들어주지 않았다. 삼성과 애플에 밀린 노키아만 MS 앞에 섰을 뿐이다. 결국 백약이 무효였다.
전세계 IT시장은 양강구도가 굳어지고 있다. 모바일 진영일수록 특히 그 경향이 심하다. 모바일 SW 플랫폼은 애플과 구글이 양분했고, 하드웨어는 애플과 삼성전자가 양분했다. MS는 OS 분야에서 이제막 떠오르려는 ‘파이어폭스’, ‘우분투’ 등 리눅스 계열과 하위권을 다퉈야 하는 입장이다. MS 윈도폰은 한때 파트너십을 체결했던 LG전자에게도 버림받았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볼 때 모두 한자리를 차지한 애플은 강력한 존재다. 갈수록 업계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보유하고, 최적화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평가한다. MS로선 애플처럼 하드웨어를 확보하는 게 반전을 위한 유일한 카드였다.
MS는 스티브 발머의 은퇴선언 이후 미래를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래에 지속가능한 회사로 살아남느냐가 올해 MS에겐 지상과제다. 회사를 세우고 키워냈던 빌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의 퇴진 흐름 속에서 MS의 살아날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문제는 노키아의 현재 처지다. 노키아 역시 MS와 마찬가지로 한때 전세계 휴대폰 시장을 지배했던 회사. 그러나 애플과 삼성에 밀려 몰락해버렸고, 결국 MS에 인수되는 처지가 됐다. 노키아는 최근 분기실적 발표에서 9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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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전문가는 “MS와 노키아가 20세기의 옷을 입고 21세기를 맞이하며 몰락을 맞았다”라며 “몰락의 길을 걷던 노키아와 쇠퇴하던 제국 MS의 결합이 성공할 수 있는가는 미지수다”라고 분석했다.
노키아란 가라앉던 배를 붙잡은 MS. 노키아가 MS에게 승리를 부르는 히든카드일지, 패배를 가속해 더 빨리 가라앉힐 납덩이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