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최근 애플을 앞선 분기 순이익과 압도적인 스마트폰 판매 점유율로 업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는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 투자를 집중시켜 노키아, 블랙베리, 애플같은 경쟁 업체의 장점을 벤치마킹한 성과로 풀이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공개된 삼성전자 2분기 순이익은 7조7천738억원, 같은기간(회계3분기) 애플 순이익은 69억달러(당시 약 7조7천38억원)을 기록했다. 휴대폰 사업부문 실적만으로 삼성전자가 애플을 앞섰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분기 순이익으로 삼성전자가 애플을 앞선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삼성전자가 최근 3년간 높은 이익과 빠른 성장을 거둔 배경으로 디스플레이와 메모리 및 프로세서 등 주요 부품을 자체 공급할 수 있는 역량뿐아니라, 스마트폰 시장 초기 대응중 단일 프리미엄 단말기 위주로 공급된 애플의 제품과 그에 집중된 마케팅 전략을 벤치마킹한 노력도 작용했다.
■ 프리미엄 시장서 애플의 유일한 경쟁자
또 삼성전자는 올 2분기 제조사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실적 면에서 업계 선두를 달렸다. 최근 가트너 자료에 따르면 분기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2억2천533만대(100%) 가운데 삼성전자가 7천138만대(31.7%)를 팔았다. 전년도 같은 분기 세계 판매량 1억5천377만대(100%) 중 4천560만대(29.7%)에서 늘어난 것이다. 최대 경쟁자로 통하는 애플은 3천190만대(14.2%)로 2위지만 판매 규모만 놓고 볼 때 1위 삼성전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전년 동기 2천894만대(18.8%)에서 확실히 판매량을 늘렸지만 점유율 확대 측면에선 부진했다. 선진국 경기 불황과 고급 스마트폰 시장 포화로 프리미엄 단말기부문 성장에 제동이 걸렸단 징후였다.
어쩌면 삼성전자도 곧 애플과 같은 문제에 부닥칠 위기를 맞은 듯 보였다.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은 당초 10조원을 넘길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실제 공개된 숫자는 9조5천306억원이었다. 최대치 경신이었지만 휴대폰 사업을 포함하고 있는 IT모바일(IM) 사업부문 성장세가 정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실제로 9조5천306억원 가운데 IM 사업부문 영업이익만 6조2천800억원으로 3분의 2를 넘는 비중을 보인다. IM 사업부문 매출은 전분기 대비 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 줄었다. 삼성전자는 영업이익 감소 배경으로 신제품 출시, 연구개발, 유통투자 확대에 따른 비용 증가, IM사업부문 나머지인 PC와 네트워크 실적 감소를 꼽았다.
■노키아를 압도하는 다품종 대량생산
삼성전자가 애플처럼 프리미엄 단말기 공급과 소수의 보급형 모델 라인 유지에만 힘썼다면 위기를 부정하긴 어려웠을 수 있다. 하지만 회사는 성장 정체기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카드로 고급형 제품과 나란히 보급 단말기 출시와 시장 확대를 예고했다. 일반 휴대폰(피처폰)과 저가폰 교체수요를 잡겠다는 계산이다.
이는 피처폰 시절 삼성전자의 벤치마크 상대였던 노키아의 전성기 움직임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노키아는 지난 1998년부터 2010년까지 12년동안 휴대폰 업계 1위 제조사였다. 2009년부터 북미, 남미, 유럽과 아태지역에서 겪은 판매 부진을 중국에서 완충하며 버티기 전 2008년 세계 휴대폰 시장 점유율 39%로 최전성기를 누렸다.
모바일 기기 전문 사이트 GSM아레나의 자료에 따르면 노키아는 2005년 이후 현재까지, 2010년과 올해를 제하고 매년 30종이 넘는 단말기를 출시했다. 최전성기를 전후한 2007~2009년 사이에는 연간 40개 이상 모델을 내놨다. 이들은 성능과 가격대뿐아니라 지역 및 사용환경에 따른 특성과 기능으로 차별화돼 서로 다른 영역에서 인기를 끌었다.
삼성전자는 애플과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하며 프리미엄폰 전략을 강화하는 동시에 전성기 노키아처럼 다양한 수요에 대응했다. 오히려 삼성전자가 노키아를 모델 수로 압도한다. GSM아레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09~2011년 사이 연간 갤럭시S1, S2, S3를 포함한 100종 이상의 신제품을 내놨다. 약간 줄인 지난해 출시 제품도 79종이다.
■공공-기업용 보안, 블랙베리를 넘어라
또 삼성전자는 애플과 달리 일반 소비자 시장이 아닌 기업 및 공공부문 시장에 초점을 맞춘 제품 공급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원래 기업용 스마트폰 시장은 블랙베리의 영역이었다. 삼성전자가 상반기 상용화를 예고한 안드로이드 기기용 보안 기술 '녹스'는 회사가 최근 겨냥한 미국 정부 조달 시장의 문턱을 넘는 데 주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녹스는 삼성전자가 기업용 스마트폰 시장 공략을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안드로이드용 보안소프트웨어(SW) 기술이다. 사용자가 업무 목적으로 쓰는 데이터와 애플리케이션을 파일시스템 수준에서 암호화해 가상 공간(컨테이너)에서 보호하는 방식이다. 여기 들어가려면 암호 입력, 가상사설망(VPN) 연결이 요구된다. 모바일기기관리(MDM) 기술과 연계해 보안성을 높일 수 있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 3월 애플 iOS 단말기 65만대를 조달용으로 구매하는 계획을 내놓은데 이어 지난 5월초 녹스를 탑재한 삼성전자 제품에 대해 보안 인증을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블랙베리 텃밭이었던 군 조달 시장으로 영토 확장을 할 길이 열렸고 이는 여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사들과 차별화되는 경쟁력이다.
당시 외신들은 삼성전자가 자체 보안 기술로 펜타곤 인증을 받아낸 소식을 전하며 다른 특수 산업용 모바일 기기 시장으로도 광범위한 기회를 찾아나설 수 있을 것이라 지적했다. 군의 보안성 심의를 통과함에 따라 다른 정부 기관용 조달 시장과 더불어 금융산업이나 스마트의료 관련 산업처럼 규제가 까다로운 업체에 제품을 공급할 여지가 커졌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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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삼성전자는 다음달초 독일 IFA2013 행사를 앞두고 자체 마련한 제품발표회를 통해 신제품 프리미엄 단말기 갤럭시노트3를 선보일 것으로 점쳐진다. 이미 회사가 올들어 선보인 모델은 30여종을 넘어선 가운데 연내 갤럭시 시리즈를 포함한 신제품들이 추가로 대거 출시될 전망이다. 다만 연간 출시 품목은 예년처럼 세자리수에 달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관련 질의에 대해 통상적인 제품 출시 주기상 11~12월은 앞서 나온 단말기 재고를 소진하는 측면에서 다른 시기에 비해 신제품 출시가 드문 시점이라며 현 추세대로라면 앞서 알려진 것처럼 연말까지 더 많은 기기를 추가로 내놓지는 않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