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자사 구형 제품 수입을 금지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결정을 뒤집도록 버락 오바마 행정부를 움직이게 한 방법에 대한 분석이 나왔다. 여느 기업들처럼 막대한 자금을 들여 정계 인사들을 움직이는 '로비'가 아니라 부정적인 관심마저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동정과 호의로 바꾸는 전략을 썼다는 평가다.
온라인 IT미디어 기가옴은 4일(현지시각) 관련 보도를 통해 애플이 구형 아이폰과 아이패드 제품 수입 금지로 이행될 처분을 막기 위해 정치기부금같은 일반적인 로비 대신 정치권의 '호의(favor)'를 구하는 방식을 썼다고 묘사했다.
지난 3일 ITC 판결을 뒤집는다는 취지로 작성, 발표된 미국무역대표부(USTR) 결정문에 따르면 그 사유는 표준필수특허(SEP) 소유자들이 특허권을 과도하게 행사할 수 있다는 잠재적 피해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내용이 제시된 뒤 ITC가 판결한 다른 특허 분쟁에 관한 여러 의문이 제기됐다. 이 경우 우려에 대한 명시적 근거를 들지 않은 오바마 행정부의 결정은 외국 스마트폰 및 태블릿 제조업체와 경쟁하는 미국 회사에 대한 호의로 비쳤다.
애플이 로비 명목으로 집행한 예산은 지난해 200만달러로, 경쟁사 마이크로소프트의 800만달러나 구글의 1천800만달러에 비해 훨씬 적은 액수다. 지난 2011~2012년 사이에 있었던 대통령 선거 캠페인 기간중 회사에서는 어떤 정치권 관련 움직임이나 기부 참여도 보이지 않았다.
이를 지적한 기가옴은 그런 애플의 '최소화된 로비'에 대해 미국 정계와 관련 매체들이 극도로 불만스러워했다고 주장했다. 역사적으로 애플은 정계 유력 인사들과 친분을 다지거나 로비를 위한 자금 투입에 거의 관심이 없었던 모습인데, 회사가 최근 삼성전자를 상대로 한 특허 분쟁의 결과 자사 제품 일부가 수입을 금지당할 위기에 놓이면서 고위층과의 접점이 필요해진 시점이었다는 설명이다.
애플의 로비는 전혀 눈에 띄지 않는 움직임이었지만 정부의 관심은 점차 강화됐다. 애플은 미국 상원 의회로부터 세금을 얼마나 내는지, 그리고 미국 법무부로부터 그 전자책 콘텐츠가 얼마에 판매되는지 등으로 관심 대상에 올랐다.
애플은 지난달 법원으로부터 출판사들과 짜고 거래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전자책 가격을 높이는 등 가격 담합을 했다는 유죄 판결을 받았고, 이달초 경쟁사 아마존과 반즈앤노블같은 경쟁사 전자책도 아이패드에서 판매해야 한다는 법무부 개선안을 제안 받았다.
그보다 앞서 지난 5월에는 회사가 몇년간 수십억달러 규모의 조세회피를 위해 법망을 피해온 정황을 추궁당한 뒤, 당월 20일 의회의 관련 조사위원회의 청문회에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출석하기도 했다. 이날 그는 세금 회피 의혹과 관련해 낼 돈은 단 1달러까지 다냈다고 말했다.
즉 회사는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가 일할 때처럼 정치권력과 담을 쌓은 듯한 모습을 벗어나, 정부 고위 인사들과 한층 유연한 관계를 쌓을 필요를 느끼고 실천 중이라는 분석이다.
기가옴의 에리카 오그는 애플은 미국 정계에 그리 많은 자금을 투입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확실히 다른 방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듯하다며 구형 제품 수입 금지가 임박한 시점에 여러 상이한 정치적 입지를 가진 상원 의원 넷이 연이어 재고를 청하는 서한을 띄웠다는 점을 볼 때 애플도 필요한 시점에 게임(정계 로비)을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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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 3일 오바마 대통령 명의의 ITC 수입 금지 조치에 대한 거부권 발동에 따라 전세는 삼성전자보다 애플에게 지극히 유리해졌다. 오바마 대통령이 애플을 구제해 준 논리는 특허 사용자 측이 피해갈 수 없는 SEP 침해를 인정하면서 그 남용으로 자국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었다.
오는 9일 ITC는 반대로 삼성전자의 애플 특허 침해와 그에 따른 수입 금지 조치 여부를 가리게 된다. 수입 금지 대상에 오른 삼성전자 제품은 애플의 상용특허를 침해한 사례로, 쉽게 대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애플처럼 특허 남용이 우려된다는 명분을 확보할 수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