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흥식 자일링스 “미래 위한 연습장 FPGA”

일반입력 :2013/07/31 08:40

이재운 기자

초고해상도(UHD) TV, 곡면 OLED TV, 전기자동차…. 최근 등장한 신제품들은 첨단 기술의 집합체로 복잡한 개발 단계를 거쳐 시장에 출시됐다. 개발 초기 단계로 여전히 개선과 발전의 여지가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급변하는 시장에서 이같은 신제품 개발을 가능케 하는 해답에는 프로그래머블(FPGA) 반도체에 있다.

“올프로그래머블(All-programmable) FPGA 시스템온칩(SoC)은 기술 진보를 위한 ‘연습장’ 역할을 하는 중요한 제품입니다. 요즘처럼 다품종 소량생산이 많은 때에 꼭 필요한 제품이죠.”

지난 22일 자일링스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난 안흥식 자일링스코리아 지사장은 복잡해 보이는 FPGA를 연습장이라는 한 단어로 정의했다. 반도체 제품을 본격적으로 양산하기에 앞서 테스트 해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품이라는 설명이다. 자일링스는 ‘모든 프로그램이 가능한 반도체’를 말하는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 1위 업체다.

반도체는 크게 처음부터 생산 업체가 특정 용도를 정해 공급하는 ‘특정용도 표준제품(ASSP)’과 개발자가 용도를 정해 주문하는 ‘주문형 반도체(ASIC)’로 나뉜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메모리반도체인 D램이 ASSP의 대표적인 예다. FPGA는 두 제품의 형태로 ASIC을 대량 양산하기 이전 단계에서 구체적인 스펙과 요구사항 등을 정하는 연구개발이나 소량 생산용으로 쓰인다.FPGA는 약 1만5천번 가량 개발자가 설계한 프로그램을 적용했다가 지우고 다시 설치할 수 있어 사실상 반영구적인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까닭에 FPGA는 일반 ASIC 대비 단가가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특징이 있다. 자일링스가 만드는 버텍스-7 제품의 경우 칩 하나가 BMW 한 대 값과 맞먹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FPGA는 단순히 시험용 제품이 아닌 실제 완제품에도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출시한 OLED TV와 UHD TV에는 FPGA 반도체가 사용됐다. 현대자동차나 BMW가 생산하는 여러 차종과 무선통신 기지국, 중계기 등에도 적용된다.

FPGA의 적용 범위는 여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안 지사장은 “국산 K9 자주포는 물론 전 세계 미사일 등 방산 산업, 또 GE나 지멘스, 삼성이 생산하는 의료기기 등에도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위조지폐를 감별하는 기능을 도입하기 위해 은행 현금입출금기(ATM)에 적용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업체들이 선호하는 이유는 FPGA의 경우 즉시 제품에 적용할 수 있어 빠른 시간 내에 시장에 출시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대량 양산 체제를 갖추기 전 소량 생산을 통해 여러 사양들을 재조정하면서 생산성을 높여가는 신제품의 경우, 읽고 쓰기가 가능한 FPGA의 적용이 매력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안 지사장은 “FPGA는 타임 투 마켓(Time to Market)을 가능하게 만들어 빠른 시장 대응을 할 수 있다”면서 “ASIC을 본격 양산하는데 약 20주라는 긴 시간이 필요한 만큼 우선은 FPGA를 이용해 시장 초기 수요에 대응하면서 자체 ASIC 양산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일링스는 현재 45nm(나노미터)와 40nm, 28nm 제품을 각각 삼성전자와 UMC, TSMC 등에 파운드리(위탁생산)하고 있으며, 조만간 20nm와 16nm 제품 개발을 앞두고 있다. 미세공정에 집중하는 이유는 생산단가를 조금이라도 더 낮추기 위해서다.안 지사장은 “처음 자일링스코리아 지사장을 맡을 당시 180nm 공정 적용 제품을 취급하던 때와 비교하면 엄청난 발전이 있었다”면서 “당시 20nm대로 진입하면 세상이 어떻게 바뀔까 걱정과 기대가 많았는데, 이제 10nm대를 바라보면서 수익성 등에 대해 또 고려하게 됐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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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GA 시장 규모는 연간 50억달러로 이 중 자일링스가 절반 정도인 23억달러 규모의 매출을 기록하며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안 지사장은 “자동차 산업은 물론 가정용 로봇 등 미래에 FPGA가 적용될 여러 분야에 대한 연구와 개발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흥식 지사장은 대우전자연구소에서 오디오시스템 회로 설계와 디지털피아노 설계 담당으로 시작해 달라스세미컨덕터 한국 및 인도지사장을 역임했고, 이외에도 맥심반도체와 내셔널세미컨덕터 등을 거치며 반도체 업계에서 20여년의 경력을 쌓았다. 지난 2002년 자일링스코리아 지사장으로 취임한 뒤 임직원 수가 크게 증가하는 등 한국지사를 성장시키며 능력을 입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