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 받으며 군소리…정신 못차린 이통3사

일반입력 :2013/07/18 15:52    수정: 2013/07/18 17:49

정윤희 기자

“본말이 전도되고 있다. 무엇을 잘했다고 납득이 안가는 얘기를 하는 거냐.”(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들)

이동통신 3사가 과다 보조금 경쟁으로 인해 제재 조치를 받으면서도 다소 무리한 건의사항 등 제기해 질타를 받았다.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들은 이통3사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며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18일 방통위는 전체회의를 통해 이통3사의 차별적 보조금 지급행위에 대한 제재조치를 의결했다. 전체 과징금은 과징금 총 669.6억원, 사업자별 과징금은 SK텔레콤 364.6억원, KT 202.4억원, LG유플러스 102.6억원 등이다.

주도 사업자로 꼽힌 KT는 사상 처음 단독으로 신규가입자 모집금지(영업금지) 7일을 받게 됐다. 영업정지는 오는 30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금번 조사 대상 기간은 지난 1월부터 시작된 영업정지 기간(1월8일~3월 13일)과 지난 4월 22일~5월 7일까지였다.

■SKT “대상기간 설정해달라”…방통위 “조사 피하려고?”

문제는 방통위가 제재 의결에 앞서 이통3사의 의견진술을 듣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3사중 가장 먼저 회의장에 들어선 SK텔레콤은 별다른 변명 없이 반성한다는 태도를 보였으나, 말미에 다소 무리한 건의사항을 내놔 뭇매를 맞았다.

김대희 상임위원이 “건의사항 중 시장조사 대상 기간을 사전에 설정해달라고 했다”고 지적하자, SK텔레콤은 “조사 기간이 불확실하다보니 시장과열이 재발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 시장 조사와 대상 등을 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판단된다”고 답했다.

이에 상임위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자연스레 “조사 기간만 피하겠다는 의도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김충식 상임위원은 “법에 365일 지키도록 돼있는데 기간을 설정해달라는 것이냐”고 되묻는가 하면, 양문석 상임위원과 김대희 상임위원도 “조사 기간을 피하겠다고 해석된다”며 “납득할 수 없는 의견”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경재 방통위원장 역시 “조사 기간 정해달라고 하는 것은 조사를 피할 수 있는 시간 여유를 달라고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잘못된 태도”라고 지적했다.

■KT “위법행위 불구 이득없다” 논란…결정 사전유출 의혹도

KT도 마찬가지다. SK텔레콤에 이어 등장한 KT는 의견진술을 통해 주도사업자 1개사만 처벌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갖가지 이유를 들어 선처해 달라고 읍소해 비판을 받았다.

KT는 “제재 대상 기간 동안 이통3사 중 최대로 번호이동이 순감하는 등 가입자 이탈이 가속화되는 등 위법행위로 인해 얻은 이득이 거의 없다”며 “1월부터 5월까지 시장점유율이 3사중 유일하게 감소되는 상황, LTE 지연으로 인한 경영상의 난관 봉착, 조사기간이 16일간의 단기인 점 등을 고려해 선처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양문석 상임위원은 “KT가 위법행위로 얻은 이익이 거의 없다고 했는데, 그럼 퍽치기를 해서 사람이 쓰러졌는데 이 사람이 지갑을 안가지고 있어 얻은 이익이 없으면 선처해줘야 하나”며 “퍽치기 같은 범죄도 과정, 전후 사정을 봐야한다는 얘긴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방통위 담당 과장, 국장뿐만 아니라 상임위원까지 나서 SK텔레콤 이형희 부사장, KT 서유열 사장, LG유플러스 유필계 부사장에게 전화해 시장안정화 주문했는데 KT만 답이 없었다”며 “KT가 방통위 상임위원까지 무시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성규 상임위원 역시 “당국의 수차례 경고에도 KT가 주도사업자로 선정됐으면 ‘잘못했다, 앞으로 절대 안 하겠다’고 해야 맞지 ‘우리 번 돈이 얼마 없으니 봐 달라’ 하는 자세가 잘못됐다”며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다짐, 약속해 달라”고 말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KT가 방통위의 제재 수위 의결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자신들을 주도사업자로 인지, 먼저 선처를 언급하고 나선 것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이경재 위원장은 “결과를 미리 통보한 적 없고 최종 제재는 아직 의결되지 않은 상태인데, 처벌 내용을 알고 감면해달라고 요청하니까 당혹스럽다”며 “KT의 의견진술서를 보니 결론을 알고 청원하는 듯한 내용을 담았는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LGU+, 보조금 상향 요구…방통위 “오십보 백보”

LG유플러스는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규제, 현행 보조금 가이드라인 27만원의 30만원 상향을 건의했다가 쓴소리를 들었다. 상임위원들은 LG유플러스 역시 위법행위를 했고, 주도사업자와의 차이가 미미함에도 불구하고 제도만을 탓하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양문석 상임위원은 “휴대폰 가격에 거품이 잔뜩 껴있는데 가이드라인을 30만원으로 올리면 결국 또 70만원, 80만원 이상 그 위에서 경쟁하지 않겠냐”며 “문제는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 이통3사의 불합리하고 비이성적인 보조금 경쟁 때문인데 왜 진단과 처방을 엉터리로 하려고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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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규 상임위원과 김충식 상임위원도 “주도사업자에서 빠졌다고 해서 LG유플러스가 잘한 것 없다”며 “LG유플러스 역시 위법 행위 투성이인데 무엇을 잘했다고 제도 때문에 나쁘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경재 위원장은 “조사 결과를 보면 3사 모두 오십보 백보, 종이 한 장 차이”라며 “LG유플러스 역시 똑같은 범죄자로 주도사업자에 뽑히지 않아 기분 좋은 상태로 나가는 것은 안된다”고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