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즈텔, 美 도전기 “알뜰폰 날개달려면...”

일반입력 :2013/07/12 08:59    수정: 2013/07/12 11:35

정윤희 기자

정부가 알뜰폰(이동통신재판매, MVNO) 활성화를 위해 나섰지만 곳곳이 암초다. 가입자는 계속 늘어 170만명에 달하지만 “어렵다, 힘들다”는 곡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망 도매대가 인하, 망내 무제한 요금제 도입, 우체국 수탁 판매 등이 추진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MVNO 시장에서 고군분투하는 한국기업이 눈길을 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제전화 사업자로 알려진 니즈텔레콤이다. 니즈텔레콤은 또 미국 통신시장에서 MVNO를 서비스하는 유일한 한국 기업이기도 하다.

디즈니와 SK텔레콤(힐리오)조차도 미국 MVNO 시장에서 실패의 쓴 맛을 봤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소업체로서는 상당히 대단한 일이다. 니즈텔레콤은 지난 1998년 미국 최초로 한국통신회사(K.T.I)를 설립하고 이후 2006년에 미국 MVNO 사업권을 따냈다. 현재 로스앤젤레스(LA)에 지사를 설립하고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남식 니즈텔레콤 대표를 만났다. 친근한 인상의 이 대표는 주로 미국 지사에 머무느라 한국에 들어와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고 한다. 가장 먼저 국내서도 어려운 MVNO 사업을 굳이 미국에서 시작한 이유를 물었다. 그가 꼽은 것은 ‘규모의 경제’와 ‘최소한도의 규제’다.

“미국은 시장 규모가 국내와 다릅니다. 국내는 이제야 MVNO 가입자가 170만명 가까이 되지만 미국은 1위 MVNO 사업자 트랙폰의 가입자 규모만 2천200만명에 달하죠. 4위 기간통신사 T모바일 가입자에 육박하는 수준이에요. 어떠한 규제도 없이 사업자간 자유로운 계약을 통해 MVNO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점 또한 굉장한 강점입니다.”

사업자들의 자유로운 시장진입을 허용한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얘기다. 최근 미국 내 MVNO 점유율은 23%에 달할 정도로 주류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트랙폰의 경우 버라이즌, AT&T, T모바일 등 거의 모든 기간통신사업자와 계약을 맺고 망을 이용 중이다.

그렇다고 마냥 ‘아메리칸드림’만 가득한 시장은 아니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직까지 한인 사회를 중심으로 한 니즈텔레콤의 미국 내 MVNO 가입자 수는 미미한 상황이다. 이 대표는 “아직까지 갈 길이 멉니다”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국내 MVNO 시장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도 내놨다. 현재로서는 대부분의 MVNO 사업자가 그만그만한 서비스, 요금제로 획일화 돼있다는 얘기다. 단순히 망 도매대가를 인하하는 것만으로는 알뜰폰 활성화가 어려운 이유다.

이 대표는 원인을 MVNO 시장의 구조적 모순에서 찾았다. MVNO들이 이통사들에게 종속된 현 상황에서는 마음대로 요금제를 설계하거나 구성할 수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그가 통신 빌링시스템을 오픈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기도 하다.

“시스템적으로 종속돼있다 보니 기간통신사가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할인율만 달리하는 정도가 MVNO가 할 수 있는 전부에요. 이런 구조에서 어떻게 다양한 고객 니즈에 부응하는 특정 모바일 서비스를 만들겠습니까.”

반면 미국 시장은 다르다. 매일 다양한 MVNO 서비스가 나오고, 또 시도된다. 4~5년 전부터 파격적인 요금의 무제한 요금제와 국제전화 결합 요금제, 특화된 서비스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예컨대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를 결합해 이를 주력으로 내세우는 사업자가 있는가 하면, 자동으로 요금제가 조절되는 서비스도 있는 식이다.

“그러다보니 기간통신사들의 요금도 점점 낮아지고 있어요. 말 그대로 MVNO로 인한 가격인하 경쟁이 시작되는 거죠. 우리나라도 MVNO에서 다양한 플랜이 나올 수 있어야 됩니다. 지금은 정부, 기간통신사, MVNO 사업자, 소비자 모두가 만족할 수가 없는 구조예요.”

단말기 시장의 폐쇄성을 개선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아직까지 국내서는 통신서비스와 단말기 분리가 활성화돼있지 않은데 유통구조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모든 MVNO들의 공통된 고민은 어떻게 휴대폰을 적정 가격에 구매해 올 수 있을까 하는 문제입니다. 제조사에서는 1만대, 10만대 등 대량으로 구입하길 원하기 때문이죠. 합리적인 유통구조가 자리 잡아야 MVNO들은 과다한 휴대폰 구매대금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이 대표는 정부의 알뜰폰 정책이 위험을 두려워하지 말고 자유로운 시장진입을 허용하되 보완장치를 마련하는 식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MVNO 자본금 조건 30억원 등은 시대에 맞지 않는 제도적 규제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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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공정한 게임의 룰을 만들어 모든 참여자가 합리적인 경쟁을 할 수 있도록 게임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중소기업을 활성화시키고 고용 창출, 소비자 니즈 충족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니즈텔레콤은 현재 국내서는 국제전화 관련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최근에는 국제전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니즈콜(m-VoIP), 국제전화 무제한 요금제 니즈콜 와이파이를 내놓으며 유학생 가족, 기러기 가족 등의 관심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