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가 왜 스마트폰 필요하냐구요?

일반입력 :2013/07/09 17:08    수정: 2013/07/09 17:08

이재운 기자

요즘에는 일용직 육체노동 일자리를 얻으려 해도 스마트폰이 필요합니다. 과거에는 새벽에 인력시장에 나가 줄 서서 기다리고 있으면 됐지만, 요새는 전날 저녁 오는 문자에 회신을 해야 신청할 수 있거든요. 스마트폰이 없이는 일자리를 구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제는 노숙인이 직접 워크넷 같은 일자리 포털에 들어가서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아볼 수도 있게 된거죠.

8일 서울 당산동 빅이슈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난 진무두 빅이슈코리아 대외협력국장은 스마트폰을 '정보소외계층의 희망'이라고 표현했다. 빅이슈코리아는 중고 스마트폰을 기증받아 노숙인을 비롯한 정보소외계층에게 전달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노숙인들이 사회와 소통하며 다시 사회의 일원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게 목적이다.

빅이슈는 원래 영국에서 처음 시작된 사회적기업이다. 노숙인에게 빅이슈 잡지를 판매하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판매 금액의 절반을 판매자에게 돌려주는 등 사회 일원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여러 사업들을 진행 중이다.

'더빅스마트 프로젝트'도 그 일환이다. 빅이슈코리아는 지난해 자사 판매원으로 일하는 노숙인 50여명과 노숙인 보호시설 이용자 중 자립 의지가 있는 200여명을 대상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교육을 실시한 후 기증받은 스마트폰을 제공했다.

알뜰폰 업체인 웰정보통신 김형술 대표의 협조 하에 빅이슈코리아 측의 지원금 2만원으로 선불폰이 개통됐으며, SNS 사용 교육은 KT에서 운영하는 IT서포터즈가 담당했다. 여기에 서울시가 지하철 광고판 등 홍보 수단을, 사단법인 굿피플이 이에 필요한 홍보비를 지원하면서 2천만원이 조금 넘는 금액으로 개통 등 초기비용을 충당할 수 있었다.

한때 서울시 예산이 지원된다는 오해를 사 내 세금으로 노숙자들에게 특혜를 베푸는거냐는 항의를 받기도 했지만 실제로 서울시는 홍보 수단을 일부 지원하는 것 외에 다른 금전적인 혜택을 지원하지는 않았다. 빅이슈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국내 휴대전화 제조업체에도 구형 제품 기증을 요청했지만 별다른 답변을 받지는 못했다. 아직 사회적으로 노숙인 문제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진 국장은 단순한 스마트폰 지급이 아니라 인터넷과 SNS 교육을 통해 사회와 다시 소통하게 하는 것이 이 사업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주거 안정 등의 1차적 자립에 이어 궁극적으로는 다시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는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한 노숙인은 지급받은 스마트폰을 통해 오랫동안 떨어져 지내던 가족과 다시 연락을 하기도 했다. 10여년간 노숙인 생활을 하면서 가족과 연락이 끊어졌던 A씨는 스마트폰을 개통하면서 가족들의 연락처를 가장 먼저 저장했고 그의 딸이 카카오톡 친구추천 기능에 뜬 아버지의 이름을 보고 아빠 맞아요?라며 먼저 연락을 취해 온 것. 이외에도 트위터나 카카오톡을 통해 빅이슈 자원봉사에 나선 시민들과 활발한 소통을 진행하는 노숙인들도 적지 않다.

지난해 지급한 250여대 중 사용이 어렵다며 자진 반납한 20여대를 제외한 수혜자들 중 스마트폰을 대포폰으로 악용하거나 음식, 술 등으로 바꾼 경우가 한 건도 없다는 것도 지원사업의 효과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빅이슈에 따르면 노숙인의 70% 이상이 꾸준히 충전해 회선을 유지하고 있으며 나머지도 무료 와이파이를 이용해 꾸준히 스마트폰 이용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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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국장은 서울시에 따르면 노숙인 1인당 들어가는 연평균 사회적 비용이 900만원 정도로 집계됐다면서 2만원의 초기비용이 들어가는 스마트폰 지원사업을 통해 900만원의 사회적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빅이슈는 올해 서울역 인근 쪽방촌 주민 등 다른 정보소외계층을 상대로도 사업 범위를 확장하는 등 지원대상 범위를 지속적으로 넓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