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스마트TV 생태계 확대를 위해 꺼내든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무료화 카드의 성공 여부와 후속 조치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예고한대로 25일부터 유료서비스 조항을 삭제한 스마트TV 앱다운로드 서비스 정책을 시작했다.
회사는 지난달 21일 삼성앱스 사이트 공지를 통해 이용약관에서 유료서비스 관련 조항을 삭제한다고 밝혔다. 개정 약관 시행일 이후 유료 앱 일부는 무료로 전환되고 일부는 서비스가 종료되나, 내려받은 앱을 통한 유료 콘텐츠 판매는 계속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삼성전자가 내건 무료화 이유는 '더욱 편리하고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더 구체적인 배경을 묻자 회사 관계자는 스마트TV 생태계를 키우고 사용자 기반을 늘리려는 조치라며 우선 앱을 무료화함으로써 사용자들이 더 많이 쓸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한 것이라고 답했다.
회사쪽 예상대로 앱 무료화는 사용자들의 관심을 더 끌어모을만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일단 단순히 돈을 받던 것이 공짜로 풀린다는 점에 대한 관심 유발을 기대할 수 있다. 그간 스마트TV 사용자들이 앱 구매에 필요한 절차를 번거로워하거나 기대 효용에 의문이 드는 가격을 선불로 내고 싶어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국내 스마트TV 솔루션 및 앱 개발 전문업체 핸드스튜디오는 삼성전자 스마트TV 앱 무료화 정책에 대해 월간 시장동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가격대비 양질의 콘텐츠 부족과 불편한 결제 방식으로 유료 앱 이용 비율이 낮다며 많은 유료 사용자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더 발전된 유료 콘텐츠를 제공하기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가 언급한 '생태계'를 갖추려면 참여자들의 이익을 보장할 필요도 있다. 스마트TV 앱을 만들어 등록한 업체와 관련 사업자들의 수익성도 고려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번 유료 앱다운로드 서비스 중단 이후에도 앱내 결제를 통한 유료 콘텐츠 판매는 가능하지만 앱 개발사와 콘텐츠 공급업체의 수익성 확대를 직접 지원하는 것으로 보긴 어렵다.
TV시장에서 스마트TV 자체는 성장 가능성이 기대되긴 하지만 아직 결정적인 구매 동기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앱 무료화를 넘어 콘텐츠 확충에 공을 들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인터넷 연결은 일반 TV와 스마트TV를 차별화하는 여러 기능을 쓰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그런데 대다수 스마트TV가 방대한 콘텐츠와 앱을 제공하지만, 그 내용이 식상해서 다수 사용자들에게 흥미를 끌지 못하기 때문에 사용자들의 TV인터넷 활용률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외국 조사업체 애널리시스메이슨은 지난달 말 공개한 관련 연구에서 사람들이 스마트TV 뿐 아니라 DVD나 블루레이플레이어같은 TV 연결장치로 인터넷을 TV에 연결해 쓰는 비중은 전체의 7%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지난해 12월 공개된 조사업체 NPD의 분석에 따르더라도 스마트TV를 인터넷에 연결해 쓰는 비중이 절반에 약간 못 미친다. 지난달 조사보다는 긍정적이지만, 이 내용에 따르더라도 스마트TV를 사놓고 그냥 TV로 보는 시청자가 반 이상이란 얘기가 된다.
NPD의 같은 조사에서 사람들이 스마트TV로 즐기는 내용에 검색, 소셜네트워크, 게임 앱 사용 비중은 상당히 낮고, 단순 웹브라우징 이용자층도 10% 수준이었다. 삼성전자가 이용가이드 '스마트TV 애플리케이션 100배 즐기기'를 통해 이런 소개하는 앱과 서비스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래서 올해도 지난해 추세가 유지된다면 삼성전자가 스마트TV 판매 실적을 늘리더라도 그 의미가 순전히 '스마트TV 생태계의 확대'를 의미하진 못한다. 또한 앱내 결제를 통해 유료 콘텐츠를 공급하려는 사업자가 참여하도록 유도하기도 어려워진다. 삼성전자가 노력을 기울여야 할 측면은 콘텐츠 파트너십 확보다.
연구자들은 스마트TV 제조사들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으려면 현존하는 '양방향 앱'보다는 전통적 TV 경험에 알맞은 콘텐츠 공급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NPD 조사에서 이용자가 60%에 달했던 영상 스트리밍과 15%를 차지했던 음악 스트리밍 콘텐츠를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단말 제조업체와 콘텐츠 공급권을 갖고 있는 회사나 유료 TV업체들간의 협력이 요구된다. 사업성이 입증된 주문형비디오(VOD)와 스트리밍서비스를 떠올리면 된다. 이미 PC와 모바일용으로 즐길 수 있는 넷플릭스나 아마존, 티빙(tving)이나 푹(pooq)같은 서비스가 그런 사례다.
삼성전자가 이를 실행하려 해도 플랫폼 운영주체와 참여자간의 수익분배정책이라는 간단치 않은 문제가 남는다. 현재는 스마트TV 앱내결제에 관한 별도 수익규정이 없는 상태로 공급주체가 수익을 그대로 가져갈 수 있는 대신 보안과 자체 결제시스템이 지원되지 않는 상황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콘텐츠 공급자와 개발업체들이 당장 수익이 클 것으로 기대되는 스마트TV 최신기종 기준으로 서비스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아, 구형 제품 사용자들이 시장에서 이탈하는 결과를 낳을 우려도 있다.
물론 낙관할만한 단서도 있다. 사용자들에게 수많은 콘텐츠를 선별할 수 있는 콘텐츠 추천서비스, 일부 스마트TV에 탑재된 음성과 동작 인식 제어 기능이 TV 사용자들의 '스마트경험' 인식을 전환시킬 수 있을 전망이다.
또 애널리시스메이슨의 조사에서 35~54세 응답자가 전체 평균보다 스마트TV 구매의향이 높게 나타났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들은 더 낮은 연령대 사용자들보다 구매력이 높고, 그 이상 연령층보다 신기술에 관심이 높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도 스마트TV 시장에 의지가 크다. 이미 삼성이 파는 TV 3대중 1대는 스마트TV다. 지난 4월 성일경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상무는 1분기 스마트TV 비중을 35%로 본다며 앞으로 비중이 꾸준히 오를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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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스마트TV 생태계 확대를 논하는 배경에는 장기적으로 가전 시장 성장동력 확대와 모바일 부문에 편중된 수익구조 개선이란 목표가 자리한 듯하다. 디스플레이의 화질과 기술력뿐아니라 그 역량을 발휘할 콘텐츠 역시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춤으로써 업계 우위를 지켜나가는 전략이 먹혀들지 지켜볼 일이다.
핸드스튜디오는 월간 분석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 스마트TV를 4년간 누적 6천만대 판매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평균 3인 1가족을 가정하면 이미 1억8천명의 사용자 기반을 갖춘 것이라며 구형 모델에 대한 포괄적 서비스 지원 없이는 마켓 성장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