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미래부 숨바꼭질, 주파수 논란 키웠다

기자수첩입력 :2013/06/21 15:46    수정: 2013/06/22 16:20

정윤희 기자

말 그대로 전쟁터다. 상호비방과 원색적인 비난이 난무한다. 20일 미래창조과학부가 야심차게 주파수 할당 5개안을 꺼내들었지만 이동통신시장은 오히려 끓어올랐다. 일각에서는 ‘경매 보이콧’ 얘기까지 심심찮게 들린다.

이동통신3사는 벌써 몇 달 째 1.8GHz KT 인접대역(D블록) 할당을 놓고 으르렁 이다. 미래부 뿐만 아니라 국회, 언론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각자 유리한 방안을 관철시키기 위한 물밑 여론전이 치열하다.

사실 3사는 D블록의 향방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D블록을 누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LTE-어드밴스드(LTE-A) 도입 없이 두 배의 속도를 낼 수 있는 광대역 주파수 구축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1.8GHz에 ‘황금주파수’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기도 하다. 할당방안에 따라 LTE 시장, 나아가 이통시장의 경쟁 판도가 바뀌는데 수수방관하는 회사가 있다면 그것이 도리어 의아한 일이다.

답답한 것은 미래부의 추진 과정이다.

일단 숨겼다. 무조건 감추고 봤다. 담당자들과 주파수 정책자문위원들은 청사가 아닌 시내 모처에 따로 모여 할당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가 하면, 하루에도 몇 번씩 ‘보안’ 지시가 내려왔다. 경매 시뮬레이션 등 실무 담당 공무원들은 지나가는 사람들이 컴퓨터 화면을 볼 수 없도록 창가로 자리를 옮기기까지 했단다. 그런데도 할당 방안은 슬금슬금 흘러나왔다. 바짝 신경이 곤두선 사업자들은 더욱더 흥분해서 서로를 비난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가타부타 말이 없는 미래부를 두고 오히려 정부가 밀실행정으로 혼란을 조장한다는 비난까지 나왔다.

유사한 비판은 국회서도 제기됐다. 미래부가 주파수 할당 방안을 가지고 당정협의를 하겠다고 나섰지만 국회 안팎의 시선은 싸늘했다. 한 번 정해졌던 당정협의 일정이 돌연 취소되는 해프닝까지 겪었다. “이미 다 정해서 갖고 와놓고는 무슨 협의를 하자고…” 국회 한 관계자의 발언이 상황을 함축한다.

결국 할당안 발표 후에 불거진 이통3사의 반발은 예견된 수순일 수밖에 없다. 특혜 논란은 재점화 됐고, 심지어 특혜의 수혜자로 지목된 KT 마저도 미래부 할당안이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래부의 소통 부족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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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의 과정에서 충분한 공감대와 합의점을 도출하려는 노력은 찾기 힘들다. 사업자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정부 정책이 모든 사람에게 환영받을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도 그렇다. 20일 할당안 발표, 21일 토론회 개최, 내주 자문위원회 회의, 최종안 공고까지. 최문기 장관의 ‘6월 공고, 8월 경매’ 발언을 지키기 위해 추진하는 급박한 일정이라는 인상만이 남았다.

주파수 할당 공고는 이제 막바지다.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의 창조경제를 책임져야 할 미래부의 첫 시험무대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다소 부족했더라도 아직 기회는 남았다. 남은 주파수 경매를 어떻게 치러야 할지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