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소리치다 큰코다친 IT 거물들

일반입력 :2013/05/20 12:12    수정: 2013/05/20 17:59

이재구 기자

“스티브 발머, 캐롤 바츠,레오 아포테커, 필 쉴러, 래리 엘리슨....”

이 IT거물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최근 2~3년간 치열한 제품경쟁을 벌이면서 라이벌을 기죽이기 위해 ‘치명적 깎아내리기’ 발언을 한 인물들이다. IT업계 인사들이 상대편이나 경쟁사 제품에 대해 기죽이기 발언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하지만 그 결과가 오히려 자신에게 돌아온 경우도 드물지 않다.

경쟁사 기죽이기에 나섰던 일부 인사들은 (그 제품 때문에) 해고를 당하는 수모를 겪거나 그들이 속한 회사가 어려운 상황을 겪기도 했다. 어떤 임원의 예언(전망)은 치명적으로 부정확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18일 경쟁사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기 위해 큰소리를 쳤지만 오히려 자신들이 큰코를 다친 IT인사들의 사례 8가지를 소개했다.

보도에서 소개된 경쟁사 제품을 비난했던 인사들의 치명적 발언과 그 이후 얘기는 ▲“아이패드는 성공하지 못한다.”(스티브 발머 MS CEO) ▲“노트북이 있는데 아이패드를 가지고 다닐까?”(레오 아포테커 HP전 CEO) ▲“안드로이드는 아이폰을 이길 수 없다.”(필 쉴러 애플 부사장) ▲“SAP가 마약을 먹었나?”(래리 엘리슨 오라클 CEO) ▲“MS의 버추얼 SW는 망가진다.”(VM웨어 임원) ▲“터치패드가 아이패드를 부순다.”(28년차 HP임원) ▲“구글은 검색 외에 다른 할 일을 찾아야 할 것이다.”(캐롤 바츠 야후 전 CEO) ▲“삼성, 루미아920에 긴장하라.”(노키아 판매임원) ▲“아이패드가 빛나지만 팔리지 않을 것이다”(델 호주 임원) 등으로 요약된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스티브 발머의 빗나간 예언(전망)은 이미상식이 돼버린 실언이라며 치명적 발언에서 제외시켰다.

스티브 발머 MS CEO는 애플이 아이폰을 처음 소개했을 때 이를 비웃었고 “아이패드는 별로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도는 발머를 제외하고도 IT업계 유명인사 8명이 그보다 더한 결정적으로 부정확한, 빗나간 깎아내리기를 했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소개한 이들의 구체적 사례와 이후 이야기를 소개한다.

1■레오 아포테커 HP 전 CEO

그는 아이패드 사용자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레오 아포테커 HP 전 CEO는 딱 9개월간 재직했지만 혼란속의 임기를 보냈다. 그는 애플의 아이패드열기는 HP의 사업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치지 못할 그저 지나가는 일회성에 불과할 뿐이라고 생각했다.

아포테커는 지난 2011년 6월 D9컨퍼런스 인터뷰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 키보드를 붙여 아이패드를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왜 사람들은 노트북이 있는데도 이것을 가지고 다니려 할까?”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그 당시 결코 이뤄지지 않을 것 같았던 일이 일어났다. 아이패드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수백만명의 사용자들이 노트북 대신 아이패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애플은 지난 분기에만 1천950만대의 아이패드를 팔았고 이전분기에는 2천290만대나 팔았다. 포춘선정 500대기업 가운데 대다수가 어떤 규모가 됐던 아이패드를 사용하고 있다.

반면 HP의 터치패드는 출시된 지 단 6주 만에 퇴출됐다. 아포테커는 2011년 9월 회사를 떠나야 했다.

2■필 쉴러 애플 부사장 “안드로이드 단말기가 아이폰의 상대가 안된다”

필 쉴러 애플 부사장은 “안드로이드 단말기는 아이폰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큰소리쳤다.

애플 직원들은 상대편 기죽이기 발언을 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필 쉴러 애플 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지난 3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안드로이드 사용자경험은 아이폰에 상대가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애플의 아이폰5가 여전히 어떤 스마트폰에 비해서도 최고의 디스플레이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쉴러는 이어 트위터로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을 향해 “안전하게 계시오...”라는 트윗을 날리며 보안공급업체 F시큐어가 낸 안드로이드단말기 보고서와 링크시켜 경고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문제는 아이폰5 판매는 이전 아이폰만큼 빛나는 판매실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피터 마이섹 제프리분석가는 지난 2월 연구노트를 통해 “아이폰5 판매는 예상보다도 더 빨리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으며 애플은 디스플레이 주문을 4천만장에서 3천만장으로 줄였다.

한편 가트너의 올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안드로이드폰은 스마트폰시장에서 75%를 차지한 반면 애플은 18%를 차지하는데 그치고 있다.

3■래리 엘리슨 오라클 CEO, “SAP가 하나(HANA)에 대해 망상을 갖고 있다”

SAP은 오랫동안 래리 엘리슨 오라클 CEO가 골탕먹이기 좋아하던 단골 메뉴로 그야말로 그의 샌드백 신세였다.

지난 해 3월 엘리슨 CEO는 SAP의 가장 잘 팔리는 제품 가운데 하나인 하나(HANA)인메모리DB의 방향에 대해 격렬히 질타했다.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은 컨퍼런스에서 분석가들과 얘기를 나누던 중 SAP가 이 인메모리 DB를 만들어 오라클과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을 때 나는 ‘하느님 맙소사, 그들은 마약을 먹었음에 틀림이 없어’라 말했다”고 비꼰 바 있다. .

빌 맥터머트 SAP공동창업자는 지난 1월 올씽스디지털과의 인터뷰에서 “SAP는 1천개 사이트이상의 하나 고객을 확보했으며 이 제품은 전세계에서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SW”라고 당당히 말했다.

SAP는 하나매출이 지난 2011년 2억500만달러에서 지난해 5억400만달러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4■VM웨어임원, MS의 버추얼SW 비난 메아 쿨파

VM웨어와 MS는 수년간 누구의 버추얼SW가 더 나은지를 놓고 옥신각신 해 왔다.

지난 2009년 6월 스콧 드러먼즈 VM웨어의 마케팅책임자는 유튜브 동영상으로 구설수에 오르면서 자신의 라이벌에게 사과해야만 했다.

드러먼즈는 유튜브에 올린 VM웨어 동영상에서 MS의 하이퍼V가상화 SW를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이 동영상은 MS서버가 많은 서버의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기능을 보여주면서 용량이 증가되면 먹통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어 결국 사단을 냈다. 동영상에는 MS SW의 취약성으로 인해 개발자커뮤니티 웹사이트가 중단되는 원인이 됐다는 내용까지 포함돼 있었다.

MS는 VM웨어에게 동영상을 내리라고 미사일 공세를 퍼부었다. 드러먼즈는 동영상을 내렸고 내 탓(Mea Culpa)이라고 말했다.

결국 드러먼즈는 “불행하게도 나의 신뢰성, 그리고 연관해서 VM의 신뢰성을 의문스럽게 만들었다. 이에대해 사과한다”고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에 이르렀다.

5■HP임원, “터치패드가 애플과 구글 태블릿을 쳐부술 것”

HP의 28년 베테랑 에릭 카도는 지난 3월 사임했다. 그는 지난 2011년 터치패드 발표 준비를 하는 동안 아이패드의 파도에 휩쓸려 버렸다.

카도는 HP유럽의 PC프린터사업책임자였던 당시 칸느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애플, 구글, 그리고 다른 태블릿 제조업체들은 HP의 터치패드가 태블릿 분야에 진입하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텔레그래프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그는 “PC세계에서는 HP가 경쟁자들과 차별화할 게 별로 없는데도 1위 회사가 됐다. 태블릿 세계에서 우리의 태블릿은 최고 그 이상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넘버원 플러스라고 부른다”고 큰소리 쳤다.(이 후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바 대로다.)

6■캐롤 바츠 야후 CEO “구글은 검색외에 다른 일을 찾아라.”

지난 2010년 4월 BBC와의 인터뷰에서 캐롤바츠 당시 야후 CEO는 구글의 사업이 일차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미래엔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예언한 바 있다. 그녀는 “구글은 검색으로만 알려져 있기 때문에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건 우리사업의 절반에 불과하다. 하지만 검색은 구글사업의 99.99%다. 그들은 다른 할 일을 찾아야 할 것이다”라고 공격했다.

캐롤 바츠는 모바일 근시안이었던 것 같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매출은 무너지지 않았다. 2010년 있었던 구글-오라클 소송에서 약간의 매출이 샜을 정도였다.

2010년 7월 구글은 2천만대의 안드로이드폰(OS)을 팔았고 연말까지 그 수량은 4천만대가 돼 2억7천800만달러의 매출을 일궈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검색 이외의 매출 2억7천800만달러가 구글사업의 0.01%가 된다할지라도 결코 나빠 보이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캐롤 바츠의 말은 틀렸다. 그리고 이후 위험에 처한 회사는 오히려 야후였다.)

7■노키아 판매책임자 삼성, 루미아 920를 얕보지 마라”

노키아가 루미아 920을 출시하기 3주 전, 노키아 최고판매 책임자는 삼성과 치열한 경쟁을 할 만한 자신감을 준 이 제품을 삼성에게 알리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삼성은 노키아를 물리치고 사상처음으로 전세계 휴대폰 시장출하에서 명실상부한 1위 회사에 올랐다.

크리스 웨버 노키아 판매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지난 해 8월 15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삼성, 조심하라. 차세대 루미아가 곧 나온다”고 말했다.

노키아의 윈도폰OS폰 루미아920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사람들은 특히 루미아920의 강력한 카메라에 열광했다. 하지만 그들의 열기도 노키아가 퍼뷰(카메라)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해 가짜 시연동영상을 보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식어버렸다.

이는 결과적으로 웨버의 삼성에 대한 경고를 우스꽝스런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8■델 임원, “아이패드가 빛나지만 사람들은 사지 않을 것”

델의 7인치 스트리크 태블릿은 시장에서 실패했다. 하지만 지난 해 6월 조 크레머 델호주 책임자는 호주파이낸셜리뷰와의 인터뷰에서 델은 태블릿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레머는 또한 “아이패드가 기업에서 발붙일 장소가 없을 것”이라고 큰소리까지 쳤다.

그는 “사람들은 이 빛나는 단말기에 끌릴지 모르지만 기업의 IT구매부서들은 이를 지원할 만한 여력이 없다”고 파이낸셜리뷰에서 말했다. 그는 “만일 당신이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SW부분에서 뭔가 실수를 한다면 이를 바로잡고 다시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 4일은 걸릴 것이다. 나는 이 경쟁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델은 새로운 태블릿 윈도RT기반의 XPS10 가격을 원래 책정가격 500달러 가격에서 200달러나 깎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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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애플은 아이패드를 할인해 주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기업들은 여전히 아이패드를 사들이고 있다.

크레머의 아이패드에 대한 비난은 무색해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