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디는 왜 남의 게임을 돌봐줄까

일반입력 :2013/05/15 16:38    수정: 2013/05/15 16:41

<광주=박수형 기자>10여명 내외의 모바일 게임 개발 스튜디오가 항상 고객 센터를 갖출 수는 없다. 그렇다고 책임감이 다소 부족한 단기 외주를 맡기는 일도 정성스레 게임을 만든 이들에겐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가을부터 기존 게임 이용자는 물론 대중들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애니팡과 드래곤플라이트. 두 게임의 공통점은 1천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즐겼고, 동시에 수백만 명이 즐긴 게임이다.

동시에 와이디온라인의 고객사다. 두 게임의 운영 대행 사업을 맡고 있는 것이다.

와이디온라인 역시 카카오 게임을 내놓기도 했고, 모바일 게임 외에 온라인 게임도 줄곧 흥행시켜온 국내 중견 게임사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 게임사와 게임사 사이에 고객 관계가 생겼을까.

와이디온라인은 지난해 9월 광주 지역에 G&C 센터를 설립했다. 이 당시에는 버프스톤이 개발한 몬타워즈, 자사 서비스 온라인 게임인 오디션, 프리스톤테일 등의 게임 고객 서비스(CS) 역할을 맡기려 했다.

지금은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와이디온라인 사내 조직 가운데 60명이나 몰려있는 가장 큰 규모라고 한다. 회사의 성장 동력으로도 삼기도 하는 부분이다.

광주 G&C센터를 총괄하는 김동우 센터장은 “지난해 카카오 게임 서비스로 작은 개발사들은 전에 경험하지 못한 폭발적인 이용자 수와 트래픽 증가를 경험했다”면서 “이 게임이 몇 달이나 인기를 끌지 모르는데 스스로 고객 센터를 갖출 수는 없던 환경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지난해 9월 애니팡의 운영 대행 서비스다. 와이디에 따르면 누적 CS 처리량은 이메일이 10만건 이상, 전화 통화가 5천건을 넘는다. 애니팡 이후 고객이 된 넥스트플로어의 드래곤플라이트는 이메일만 18만건, 전화 통화가 3만건에 이른다.

이때부터 와이디온라인은 국내 최초의 모바일 운영대행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고 한다. 먼저 생각했던 사업은 아니지만, 급속히 성장한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환경에 운영 대행 수요가 크게 늘어나게 됐다.

김동우 센터장은 “애니팡과 드래곤플라이트 이후로 매달 한 회사, 한 게임씩 클라이언트(고객)가 생겨났다”고 밝혔다.

예컨대 지난해 젤리뽀 이후 올해 초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의 모바일 게임 등, 지금까지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네시삼십삼분의 ‘활’, 로드컴플릿의 ‘디스코판다’, 웹젠모바일의 ‘삼국용장전’까지 와이디가 대행 사업을 맡아주는 게임이 줄곧 늘어나게 된 것이다.

뿐만이 아니다. 세계적인 회사와의 계약도 앞두고 있다. 김 센터장은 “아직 밝힐 수는 없지만 이달 말부터 글로벌 게임사의 모바일 게임 CS도 대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을 만들고, 서비스하는 회사가 남의 게임을 돌봐주는 일까지 사업으로 확장한 셈이다.

이 일을 전문적으로 맡은 만큼, 남들이 쉽사리 하기 어려운 일도 하겟다고 한다. 회사 측이 강조한 점은 ‘CS 고도화’다.

게임에 관해 SNS를 분석하고 바이럴 마케팅 등을 통해 어떤 이용자가 어떤 점에 불만을 갖고 만족하는지 찾아내 고객사에게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뜻도 갖춘 것이다. 이를 두고 김 센터장은 “금융권에선 VIP 고객을 지키고 새 우량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하는 일”이라면서 “게임에서도 이 같은 일이 운영 대행을 하면서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CS로 시작한 광주 G&C 센터는 향후 품질인증(QA) 대행도 하겠다는 방침이다. 100만원 안팎의 고가 스마트폰 단말기를 개발사가 구입할 것이 아니라 와이디가 직접 모두 구비한 뒤 개발사들의 게임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봐주겠다는 것. 아울러 G&C센터는 일본 유명 모바일게임회사의 그래픽디자인 외주 업무도 진행하는 등 사업영역 확대에 나섰다.

이런 점들이 와이디가 남의 게임을 돌봐주는 이유다. 남는 궁금점은 왜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광주라는 지역이란 점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신상철 대표가 입을 열었다.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신 대표는 “광주 지역에 충분히 우수한 인재가 많고 게임 관련 인력도 많은데 사정상 지역을 떠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서”라고 말했다.

단순히 지역 인재를 활용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우수 인재를 발굴하고 게임 분야에 특화된 전문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와이디온라인 광주 G&C 센터는 지난해부터 세차례에 걸친 교육 아카데미를 진행했다. 우수 교육생은 특별히 선발해 회사 인력으로 편입시켰다. 지금까지 고용된 지역 인재만 40명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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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급성장과 동시에 급변하는 모바일 게임 시장 환경에 남들보다 빨리 남의 게임을 돌봐주고 우수 인력까지 끌어들이면서 일자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나아가 회사의 신성장 동력을 삼았다.

다른 회사가 창조적인 콘텐츠를 만들 때 그 위에서 창조적인 사업을 만들어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