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팅업계, 차세대 금맥 API 주목하라

일반입력 :2013/05/13 08:27    수정: 2013/05/13 17:11

최근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를 향한 컴퓨팅 업계 영토확장에 속도가 붙었다. 인텔과 CA처럼 기업용 솔루션 시장에 지분이 큰 주요 업체들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API는 소프트웨어(SW)나 시스템을 조작하기 위한 정보와 명령의 '통로'다. 이를 사용하면 프로그래머가 SW를 만들 때 전산시스템의 데이터나 자원을 가져오고 제어할 수 있다. API 역시 일종의 정보 자원이라 이를 관리하고 최적화하는 기술이나 전문기업도 존재한다.

개발자가 어떤 환경에 돌아가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만들려면 해당 API를 쓰는 것은 필연적이다. 과거엔 내부 운영체제(OS)나 시스템 중간계층을 다루는 비공개 형태가 일반적이었지만, 산업 전반에 인터넷과 웹서비스 활용이 늘면서 데이터와 자원을 외부에 제공할 수 있는 '오픈API' 서비스가 확산 추세다.

오픈API는 여러 웹사이트의 기능을 끄집어내 섞음으로써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매시업' 활동의 재료가 된다.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오픈API 활용의 확산과 수익화 역시 매시업 기법의 일반화를 전제하고 있다. 조직 안팎의 구별 없이 시장 상황에 알맞은 서비스를 빠르게 만들어내고 이를 수익화할 수 있는 체계에 대한 기업부문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오픈API 활용, 엔터프라이즈 시장 대세로

10일 업계에 따르면 스타트업 위주로 흘러가던 구도에서 중대형급 업체가 뛰어드는 쪽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오픈API는 외부 개발자들이 웹서비스나 모바일앱이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네이버나 다음같은 업체의 거대 인프라를 활용케 해준다. 기업들이 경쟁력 향상을 위해 조직 바깥의 데이터와 서비스를 끌어와 업무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 대규모 조직의 API 활용 전략이 관건으로 대두됐다.

이에 업계는 최근 3년간 API 관리기술과 전문 솔루션업체들의 움직임을 주시해왔다. 지난 2010년에는 물밑에서 진행되던 업체간 투자와 사업화가 2011년과 2012년들어 가시화됐다.

2011년 한해만 이름을 알린 API관리서비스 업체가 ▲레이어7테크놀로지스 ▲SOA소프트웨어 ▲아피지 ▲매셔리 ▲쓰리스케일 ▲매셰이프 ▲아피어리 ▲웹서비우스 ▲카사비 ▲인포침스 ▲소크라타 등이다. 전문업체 내지 벤처 수준인 이 회사들은 API시장의 개척자로 분류된다.

이듬해인 2012년도에는 ▲앳모스피어 ▲보델 ▲API액슬 ▲애피파이 ▲API파니 ▲쿠물라 ▲이머전트원 ▲네바테크센티넷 ▲WSO2 API매니저 ▲웹셸같은 벤처들과 인텔, 알카텔루슨트같은 유명 글로벌 IT업체까지 명함을 내밀었다. 그사이 트위터같은 웹서비스 업체들이 API확산에 불을 붙인 것으로 평가된다.

프로세서 제조사로만 유명한 인텔조차 '인텔익스프레스서비스게이트웨이'란 API관리 플랫폼을 갖고 있다. 이는 인증 및 권한 대행을 지원하는 REST웹서비스 메시지 적용지점을 제공한다. '액티브디렉토리'나 CA테크놀로지스의 '사이트마인더'같은 인증관리와 공개키기반(PKI)시스템을 통해 인증과 허가를 처리한다.

네트워크장비업체 알카텔루슨트도 '알카텔루슨트 오픈API플랫폼(OAP)'을 제공한다. 서비스제공업체가 데이터와 통신인프라를 '상업적인 트랜잭션 플랫폼'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해줘 API 수익화 및 최적화 SW솔루션으로 불린다. API관리와 디자인을 위한 전문지식, 도구, 서비스 그리고 API프로그램과 사업모델 최적화를 위한 분석리포팅도 지원한다.

■웹기반 오픈API, 활용을 넘어 수익화

이어 올해는 컴퓨팅 업계서 API전문기술과 솔루션을 놓고 상반기부터 대기업과 벤처간 투자 내지 인수합병이 활발하다. 지난해말 보델이 액스웨이를 인수한 시점 이후 이는 예견된 흐름이다.

우선 유명한 오픈API 전문사이트이자 매시업 포털인 '프로그래머블웹'은 기업내 인프라와 클라우드를 이어주는 통합플랫폼 전문업체 '뮬소프트'에 인수됐다. 쓰리스케일은 벤처투자사 자벨린벤처파트너스와 코스타노아로부터 420만달러 투자를 유치했다.

또 앞서 언급된 업체가운데 인텔이 매셔리를, CA가 레이어7테크놀로지스를 각각 인수했다. 이는 API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려는 기업들의 투자가 본격화됐음을 시사한다. 웹서비스업체들이 API를 활용해 거둔 성공모델을 내부인프라에 적용하려는 수요가 현존한다는 의미다.

지난달말 씨넷코리아 보도에 따르면 인텔과 CA가 인수한 회사들의 API관리툴을 도입시 특정업체 API 사용에 관심이 있는 개발자를 위한 등록프로세스, API용 문서 제공같은 프로세스 처리를 간소화하고, 웹서비스 데이터와 기능 구현을 위한 API 접근 자체에 허가절차를 만들고 과금도 할 수 있다고 한다.

사실 API 접속 자체를 수익화하는 방식은 클라우드 플랫폼과 모바일앱 개발 서비스를 통해 가시화된지 오래다. 서비스형플랫폼(PaaS)가운데 모바일앱 개발시 서버쪽 프로그래밍 부담을 덜어주는 서비스형백엔드(BaaS)만해도 여러 업체가 상용화를 마쳤다.

BaaS로 분류되는 업체는 구글 지도 API를 제공하는 '플레이스'나 MS의 '윈도애저 모바일서비스', SK플래닛 '플래닛X'와 KTH '바스아이오', 국내 벤처 소프트웨어인라이프의 '퍼실', MS 전 수석 SW아키텍트 레이 오지가 설립한 벤처회사, 지난달 하순 페이스북에 인수된 '파스(Parse)' 등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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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엔터프라이즈 영역의 API관리에 대한 관심이 10년전 유행한 서비스지향아키텍처(SOA)의 후속판이란 평가도 내린다. 기업인프라에서 SOA는 주로 내부사용자를 대상으로 쓰이는 기술요소들의 안정성과 효율성에 초점을 맞춘 반면, API관리는 개발자포털과 키 관리 및 사용량 측정과 과금 등 외부 파트너를 위한 운영최적화에 주목한다는 게 차이점이다.

인터넷서비스 분야에서 출발한 웹 영역의 API 부흥이 개인용 모바일 및 소셜 서비스, 지도 및 위치기반서비스를 넘어 전자상거래와 클라우드컴퓨팅 등으로 기업 시장에 확대되고 있다. 이같은 흐름은 IBM, 오라클, SAP처럼 비즈니스 시장에 특화된 기업들에게도 퍼질 것으로 짐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