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 관할권이 충돌될 여지가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상식 계명대 교수는 9일 미디어미래연구소 주최로 서울 프레스센터서 열린 ‘공정경쟁과 상생을 통한 방송산업 활성화’ 세미나 발제를 통해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이날 이 교수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신설되면서 다양한 규제 권한을 지닌 기구로 자리 매김하게 된 방통위는 작년부터 방송법 개정을 통해 금지행위를 규제하는 권한까지 행사할 수 있게 됐다’면서 “하지만 방송법상 금지행위 관련법을 분석한 결과, 방송법에 규정되지 않은 방송사업자의 금지행위 유형에 대해선 공정위가 여전히 강력한 규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그동안 다양한 방송 매체가 등장하고, 가치 사슬별 경쟁이 심해져 불공정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규제는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공정위가 지금까지 경제적 규제를 담당하고 방통위가 시청자불만처리나 방송 분쟁 조정 기능을 나눠 수행하는 식이었다. 또 소비자보호원도 산발적으로 시청자 불만들을 처리했다. 때문에 중복 규제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 교수는 “방송법에 금지행위 규정이 도입됐지만, 방송 시장에 특수한 금지행위 유형을 구체적이고 제한적으로 규정해 공정위의 규제 권한을 남겨놨다”며 “이는 방송사업자의 입장에서 방송 시장에 방통위와 공정위라는 두 개의 규제 기관을 통한 이중 규제의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결국 이중 규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방송 시장의 불공정행위를 전문규제기관인 방통위로 일원화하고자 하는 새 정부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또 방통위 내부가 금지행위 규제를 위한 조직 정비가 미흡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방통위 내부에는 경제적 규제 전문가가 많지 않고 공정위에 비해 심결 사례도 축적돼 있지 않다”며 “특히 심사기준이나 가이드라인이 미비하거나 구체성이 결여돼 있어 추후 피 규제자들이 법적 소송을 제기했을 때 판단 지침의 부재나 불명확성으로 인해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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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남승용 미디어미래연구소 팀장은 “사회문화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이 큰 방송분야의 금지행위는 공정위의 부분적인 경쟁규제로 포괄하기 불가능하다”며 “사업자 진입과 퇴출, 시청점유율, 재허가 등을 위해 규제위원회 공조체계를 조성하거나 하나의 전문 규제기관서 관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부연했다.
반면 주정민 전남대 교수는 “방송분야의 금지행위에 대한 규제는 시청자와 공익성 등에 미치는 사회문화적 파급효과를 고려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며 “이러한 차원에서 일반 규제기관인 공정위와 전문규제기관인 방통위의 규제행위가 공존해야 하며 협력과 보완을 통해 전문규제기관 중심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