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C는 왜 독사 '바이퍼'를 풀었나

일반입력 :2013/05/07 18:45    수정: 2013/05/07 19:13

[라스베이거스(미국)=김우용 기자]EMC가 소프트웨어정의스토리지(SDS) 플랫폼 ‘바이퍼(ViPR)’를 공개했다. 스토리지의 컨트롤러를 가상화해 이기종 환경을 통합관리할 수 있게 한다는 전략이다. 단순한 스토리지 관리SW를 넘어 더 많은 의미를 담은 솔루션이다.

EMC는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연례컨퍼런스 ‘EMC월드2013’ 첫날 기조연설에서 SDS 플랫폼 바이퍼를 대중에 공개했다.

데이비드 굴든 EMC 최고운영책임자(COO)는 1시간 30분에 걸친 기조연설을 통해 바이퍼에 대한 여러 기능과 향후 전략을 상세히 소개했다.

작년 여름 VM웨어의 컨퍼런스 ‘VM월드2012’ 무렵 행사 블로그를 통해 EMC의 SDS 개발 소식은 처음 알려졌다. ‘본 프로젝트(Bourne Project)’라 알려졌던 EMC의 SDS는 1년뒤 살모사란 뜻의 바이퍼로 선보였다.

바이퍼는 네트워킹 영역에서 최근 대두된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킹(SDN)의 개념을 차용했다. 스토리지의 컨트롤 플레인을 데이터 플레인에서 추출해 범용 x86서버 가상화 환경에 SW형태로 제어환경을 꾸린 형태다. 바이퍼는 ‘바이퍼 컨트롤러’와 ‘바이퍼 데이터 서비스’ 두 요소로 구성됐다.

바이퍼 컨트롤러는 서버와 스토리지 사이의 가상의 SW레이어로 존재하면서, 하위의 파일, 블록, 오브젝트 등 이기종 스토리지 환경을 제어한다. EMC의 VMAX, VNX, 아이실론, 아트모스 등 자사 스토리지뿐 아니라, 써드파티 제품과 서버 내장디스크(DAS)까지 관리한다. 이를 통해 중앙집중화된 관리와 정책기반의 자동화를 실현하고, 사용자는 스토리지 관리·운영 비용부담을 절감할 수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바이퍼 컨트롤러는 셀프서비스 포털, 프로비저닝, 모니터링, 리포팅, 자동화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그래픽 UI로 된 서비스포털을 통해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스토리지 할당과 설정을 수분만에 완료할 수 있다.

바이퍼 데이터 서비스는 컨트롤러 상위에 존재하는 서비스 레이어다. 하둡분산파일시스템(HDFS), 아마존웹서비스(AWS) 심플스토리지서비스(S3), 오픈스택 스위프트 등 오브젝트 스토리지를 서비스 형태로 제공한다.

바이퍼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VM웨어 V스피어 및 V클라우드 오퍼레이션 매니저 스위트와 통합된다. 또한 REST API를 개방해 마이크로소프트(MS) 시스템센터, 오픈스택 등의 관리플랫폼과도 통합가능하다.

■있던 것의 포장? 스토리지 경쟁관계 청산

실상 스토리지를 가상화한다는 테마는 익숙한 내용이다. IBM의 SAN볼륨컨트롤러(SVC), HDS의 스케일다운 개념을 알고 있다면, 이기종 스토리지 통합 관리 역시 해묵은 것으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EMC 바이퍼로 달성하려는 노림수는 더 먼 지점에 있으며, 날카롭다.

바이퍼는 일단, 그동안 경쟁 스토리지업체에서 EMC의 약점으로 문제삼았던 쟁점을 상당부분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경쟁사들은 EMC가 VMAX(하이엔드), 미드레인지(VNX), 로엔드(아이실론, 아트모스) 등의 플랫폼이 달라 복잡하며, 플랫폼마다 분리된 상태로 운영해야 한다고 공격해왔다. 일례로 넷앱은 데이터온탭이란 스토리지운영체제(OS)를 모든 FAS제품군에 동일적용함으로써 단일 플랫폼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바이퍼는 EMC 제품군마다의 성능과 특색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관리를 통합하는 해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심지어, 넷앱, HP, IBM, 히타치데이터시스템(HDS)의 스토리지까지도 바이퍼 플랫폼 속에서 관리될 수 있다.

데이비드 굴든 COO는 “워크로드별로 성능과 용량, SLA 등에 대한 요구사항이 다르므로, 스토리지는 각기 다른 요구사항을 충족시키기 위해 다른 기종으로 제공돼야 한다”라며 “바이퍼는 워크로드별 요구사항을 계속 충족하면서, 쉽고 빠르게, 그리고 웹스케일 데이터센터로 확장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경쟁사들은 EMC의 스토리지는 운영하기 어렵다고도 공격해왔다. 넷앱, HP 등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운영을 무기로 내세웠다. 하지만 바이퍼는 GUI 형태의 관리도구를 통해 애플리케이션 개발자가 직접 스토리지를 할당받게 하는 도구다. 경쟁사의 ‘이지(EASY)'가 차별성을 잃는 대목이다.

굴든 COO는 “SDS는 가상화를 전체 데이터센터에 적용해 진정한 자동화를 실현해준다”라며 “인프라의 인텔리전스를 추출해냄으로써 데이터는 기존 장소에 두고, 환경을 열어주고, 이를 누구나 쉽게 활용가능하게 만들어야 만족할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EMC는 바이퍼란 플랫폼을 중심으로 백업, 재해복구, 보안 등에서 지적받았던 플랫폼 복잡성을 해소하게 된다.

데이터도메인이 바이퍼 컨트롤러 하위에 포함되게 되며, VPLEX, 리커버포인트, 아바마, 넷워커, RSA 등 백업, 복구, 보안 분야 솔루션이 바이퍼 플랫폼과 통합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올해와 내년 2년 동안 소프트웨어로 정의된 데이터센터 속으로 EMC의 복잡했던 여러 솔루션들이 하나둘 엮이게 되고, 관리자의 복잡성이 해결되는 것이다.

■스토리지회사에서 데이터센터 슈퍼영웅으로

EMC는 이제 데이터센터를 가상화한다는 비전을 제시하는 회사로 나아갔다. 단순 스토리지회사의 이미지를 청산하고, 소프트웨어정의데이터센터(SDDC) 구현으로 더 큰 시장으로 진입하는 모습이다.

사실 EMC는 이제 데이터센터의 모든 영역을 커버하는 회사로 변모했다. 자회사 VM웨어는 서버업체를 종속시키게 해주며, VM웨어의 SDN업체 니시라 인수로 네트워킹 영역도 가상화의 범주에 밀어넣고 있다. 이미 강점을 보였던 스토리지와 백업, 보안 분야는 SDS로 제공한다.

여기에 지난 3월 VM웨어와 함께 설립한 조인트벤처 '피보탈 이니셔티브‘를 통해 클라우드 개발환경과 빅데이터 분석 영역에도 명함을 내밀게 됐다. 피보탈은 그린플럼, 하둡 등의 빅데이터 분야 기술을 제공해 오라클의 DB시장을 공략하며, 동시에 클라우드 기반 개발 플랫폼(PaaS) ’V패브릭‘, ’클라우드 파운드리‘ 등으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 및 서비스영역에도 발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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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C는 그동안 연례컨퍼런스를 통해 각 솔루션별 신제품을 쏟아냈었다. 올해 EMC월드는 신제품보다 SW 플랫폼과 빅데이터에 대한 이니셔티브가 주요 내용으로 꾸며져있다. 스토리지 시장에서 공격받던 EMC가 과거를 청산하고, 안갯속에 있는 기업용 IT시장 공략에 한걸음 나아갔다. 올해 행사에서 EMC는 IT관리자를 슈퍼영웅으로 만들어주겠다는 테마를 인에 박히도록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