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지성으로 만들어지는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 기록된 윈도8 정보가 악의적으로 조작된 사례가 불거졌다. 최근 윈도8이 소비자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상황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비친다. 신원미상의 범인(?)은 마이크로소프트(MS)보다 애플과 구글의 소프트웨어가 들어간 모바일 제품을 쓰는 게 낫다고 강변해 눈길을 끈다.
미국 씨넷은 2일(현지시각) 영어판 윈도8 위키피디아 페이지가 고의적으로 훼손돼, 해당 정보를 익명 또는 신규 사용자가 수정할 수 없는 상태라고 보도했다.
간단히 말해 위키피디아의 윈도8 항목이 '반달리즘(vandalism)'의 제물이 됐다는 얘기다. 반달리즘은 누군가 위키 사이트의 내용을 일부러 망가뜨리거나 삭제하거나 사실과 다르게 고치는 식으로 정보의 신뢰성을 손상시키는 행위를 가리킨다.
위키피디아의 윈도8 항목이 어떤 식으로 뜯어고쳐졌는지는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페이지에 들어갔을 때 그 정보가 반달리즘 행위로 인해 새로 가입했거나 등록되지 않은 사용자에게 수정되지 않도록 잠겼다는 안내를 볼 수 있을 따름이다.
이를 알린 씨넷 블로거 크리스 매티스치크 씨는 나는 학대당한 다람쥐나 낙서가 그려진 집이나 길가에 버려진 콘돔같은 것을 볼 때마다 어떤 종류의 인간이 이런 짓을 저질렀는가 생각하곤 한다며 그 누군가는 화가 났을 수도, 그냥 심심했을 수도, 인간의 기본적인 예의라는 것을 탑재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매티스치크 씨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최신 PC 및 태블릿 운영체제(OS) 윈도8을 소개한 위키피디아 항목에 제시된 정보 역시 누군가의 무미건조한 장난 또는 분탕질에 '습격'받아 사실과 어긋나는 내용을 제시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업계서 윈도8은 상용화된 이래로 소비자시장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아왔다는 게 중론이다. 터치스크린 사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 파격적인 사용자인터페이스(UI)의 변화를 제시하면서 반향을 일으켰지만, 기존 윈도 PC 사용자들에게 종종 이미 실패한 제품으로 묘사되기도 했다. 올들어 두드러진 PC시장 침체의 한 축이라는 비판마저 일었다.
누가 위키피디아의 윈도8 항목 내용을 바꿔놓으려 했을까. 매티스치크 씨는 의문을 풀기 위해 위키피디아를 운영하는 위키미디어파운데이션 쪽에 직접 연락을 취했다. 반달리즘 행위가 차단되기 전에 조작된 내용을 살펴본 뒤 그 의도를 추측해보기 위해서였다.
윈도8 항목이 조작된 방식은 사용후기 영역의 상당수 자료를 지우거나 뒤바꾸는 것이었다. 사용후기에 삽입된 내용 일부를 옮기면 아래와 같다.
모두가 윈도8을 싫어한다. 그 인터페이스는 쓸모가 없다. 마치 스테로이드를 흡입한 마약중독자같다. 그리고 이 OS는 모바일 기기에서 극도로 불안정하다. 이전에도 윈도OS를 구동하는 모바일 기기를 써 본 구매자라면 화낼 것이라 장담한다. 당신을 아낀다면 아이패드나 안드로이드 모바일 기기를 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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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에서 내용이 조작된 의도 자체는 명확해 보인다. MS의 OS를 깎아내리고 기존 출시된 제품들을 추켜세우는 것이다. 조작을 저지른 사용자의 IP 주소를 추적해보면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데이드 지역내 한 대학에 다니는 누군가일 가능성이 높다. 그는 전체 윈도8 페이지 내용을 삭제한 뒤 윈도8은 실패한 프로그램이다로 시작하는 낙서를 적었다.
매티스치크 씨는 위키미디어파운데이션은 이같은 장난을 친 사람이 누군지 추적하지 않는다며 일상의 백과사전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받아들여야 할 일부분인 것처럼 보인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