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8 출시 반년…"엉망진창, 나아질 것"

일반입력 :2013/05/01 09:02    수정: 2013/05/02 10:57

윈도8이 개인 사용자들에게 공식 출시된지 반년이 지났다. 사용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불안하다. 지난 수십년간 윈도PC에 길들여진 일반인들은 윈도8에서 확실히 개선된 점을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일부 소식통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는 부정적인 사용자 반응을 바탕으로 하반기 선보일 윈도8.1 업데이트에 주요 사용자인터페이스(UI)의 변화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작 화면에서 메트로UI를 건너뛰고 곧바로 데스크톱 모드를 보여주는 추가 설정과, 작업표시줄에서 없앴던 시작 단추를 다시 보여주는 것이다.

그걸로 충분할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이같은 전략 수정은 MS가 새롭게 겨냥한 태블릿 장치 환경을 공략하는 과정에 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기존 사용자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데에는 어느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씨넷 블로거 에릭 맥 씨는 30일(현지시각) 출시 6개월이 지난 윈도8에 대해, 오랜 윈도PC 사용자의 관점에서 느낄 수 있는 제품의 변화 요소들이 운영체제(OS)상의 개선점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배경에 대해 분석한 글을 게재했다. 요약하면 지금은 엉망이지만 참고 기다리면 나아질 것이란 얘기다.

맥 씨는 윈도8 출시후 3개월간 기존 델 노트북의 윈도7을 업그레이드해 사용했다. 얼마 뒤에는 서피스프로 태블릿을 주문했다. 그가 델 PC에 윈도8을 쓰던 첫 3개월 동안은 다소 힘겨운 과정으로 묘사된 반면 서피스프로를 쓰고 나서부터는 비교적 만족스러운 환경으로 바뀐 듯했다.

그는 윈도8로 업그레이드한 델 노트북이 기능적인 불완전함을 보이는 것에 비해 서피스프로를 쓰는 환경은 매우 편리했다며 흥미롭게도 많은 '구글 제품'들이 윈도8을 돌리는 델 컴퓨터에선 거의 작동하지 않았는데 주된 이유는 MS와 OEM 제조사 및 경쟁사간의 경직성 문제로 윈도8에 대한 기술지원이 끝장나게 부족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맥 씨는 자신의 윈도8 체험을 6가지 화두로 요약했다. 우선 윈도8의 접근방식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다만 윈도라는 플랫폼은 흔히 일컫는 '생태계'가 아니라 그냥 '대륙'으로 묘사됐다. MS의 방식은 개발자들을 끌어모으기에 충분치 않았다. 광범위한 불만을 일으킨 UI 변경의 진짜 문제점도 지적됐다. 다만 터치 조작과의 통합은 성공적이란 평가다. 여전히 MS가 윈도8을 살려낼 기회는 있다는 것이다.

■나는 윈도8의 '콘셉트'를 좋아한다

맥 씨의 주력 태블릿은 넥서스7이다. 그에게 이 기기는 아이패드와 여러모로 비슷하다. 안드로이드와 iOS는 공유나 애플리케이션 상호운용성같은 특정 요소들에서 윈도의 역량을 넘어설 정도로 잘 된 플랫폼이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태블릿과 아이패드가 윈도 같은 수준의 유연함이나 생산성을 보여주진 않는다고 했다.

그에게 서피스프로같이 터치 방식으로 조작되는 윈도8은 터치스크린 중심의 모바일 기기 편의성에 대한 요구와 기존 데스크톱 시스템의 윈도나 OS X이나 리눅스같은 환경이 보여주는 생산성 수준 요구의 간극을 메우는 시도로 읽힌다.

서피스프로를 처음 접했을 때 잠시나마, 맥 씨는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쓸 때 소셜서비스나 일상적으로 다루던 기능 대부분이 기본 앱으로 포함된 모습, 그리고 업무용으로 쓰던 윈도 기능, 2가지 영역이 잘빠진 금속판모양의 기기에 녹아든 것처럼 느끼고 만족스럽단 착각을 했다. 불행히도 곧 이는 또다른 현실에 눈뜨면서 깨진 환상이 됐다.

■윈도는 생태계가 아니라 대륙이다

맥 씨는 윈도가 흔히 다른 모바일 플랫폼에서 말하는 생태계와는 다른 성격을 띤다고 지적했다. 이는 iOS처럼 모든 구성요소가 어우러져 상호작용하게끔 '가꿔진 정원'과는 거리가 멀다.

윈도에 수십년간 형성돼온 에코시스템의 양상은, 여러 플랫폼들이 다른 요소들과 차이를 두면서 모여있을 뿐인 '거대한 대륙'에 가깝다. 서피스프로를 켤 때마다 맥 씨가 접하는 상황은 윈도 대륙의 각 부족들이 여전히 사용자의 주의력을 얻겠다고 벌이는 세력다툼의 현장이다.

데스크톱 모드의 신뢰를 이어갈지 터치 환경에 새롭게 맞춰 등장한 시작화면과 메트로UI에 관심을 쏟을지 결정하기도 간단찮은 문제다. 아예 '블루스택'같은 기술로 이식되는 안드로이드 앱 생태계를 끌어들이는 게 편할 수도 있다. 크롬 브라우저를 통해 웹앱스토어를 활용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이 때 2가지 브라우저 작동방식의 혼란은 감수해야 한다. 총체적 혼란이다.

■앱개발자들은 다 어딨는 거야

앱개발자들에게 iOS가 돈을 벌어다준 곳이라는 얘긴 상식으로 통한다. 공급과 수요의 법칙은 여기서 여전히 작동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실은 윈도8에서도 그런 수요가 존재해야 마땅한데, 맥 씨는 당분간 그런 원리가 적용될만큼 윈도 앱 장터의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찾아갈 것이라 보지 않는다. 기존 윈도 환경에 머물러 있는 수요자가 너무나 많기 때문에 앱스토어 방식으로 운영되는 메트로UI 기반의 윈도스토어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저조한 윈도8 메트로UI 앱 공급 상황이 확실히 불안요소다. 윈도폰 스마트폰 앱을 만드는 것 역시 MS가 바란만큼 돈벌이 수단으로 자리잡지 못했다. 회사가 명백히 그 앱 장터를 구글플레이나 애플 아이튠스앱스토어와 경쟁시키려고 했지만 실패한 것이다.

맥 씨는 앱장터 욕하긴 그만두고 윈도8용 앱좀 만들어달라고 개발자들에게 빌어야 할수도 있다며 MS가 개발자들에게 앱개발을 위한 도구와 동기부여 요소를 마련해 제공하고 있긴한데, 여전히 그 장터는 가상의 사막지대라 도움을 청한다고 썼다.

■'그거' 어디갔지

윈도8을 둘러싼 모든 불평의 근원은 사실 단순한 몇 가지 변화로 수렴될 수도 있다. 가장 사용자들의 불만을 고조시킨 변화는 앞서 언급했듯이 사라져버린 시작단추 기능과 윈도8을 처음 시작했을 때 뜬금없이 나타나는 메트로UI 화면으로 보인다.

맥 씨는 대다수 사용자들은 'MS가 왜 (멀쩡히 쓰던 시작단추와 데스크톱 모드 화면같은) 모든 것들을 일단 숨길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을까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고 지적했다. 그와관련해 시스템을 재시작하기 위해 클릭을 18번이나 거쳐야 하는 짜증스러움도 한몫 하는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MS가 선택 불가능한 것을 강요했다는 점일 것 같다. 이를테면 터치 위주의 UI를 사용자가 윈도8 설치 직후 좋든 싫든 항상 처음 컴퓨터를 켠 뒤에 봐야한다는 것이다.

사용자가 실제로는 그 환경에서 제공하는 어떤 기능에도 관심이 없더라도 일단 메트로UI가 뜬 뒤 거기서 데스크톱모드를 찾아 들어와야 윈도7 때와 같은 환경이 열린다. 개인 사용자에겐 그냥 참아넘길 수 있는 문제일지 몰라도 중소기업같은 곳에서 처음 업무용 PC를 샀는데 이런 상태라면 완전히 미칠 노릇이 된다.

■윈도8에 통합된 터치 기능,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맥 씨는 메트로UI 시작화면과 그에 특화된 스카이프 또는 에버노트같은 윈도8 앱을 보면 이 환경에서 끌어낼 수 있는 사용자경험 자체는 훌륭한 편이라고 평가한다. 앞서 언급한대로 과거 윈도와 터치 중심의 모바일OS가 성공적으로 통합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준다는 뜻이다.

다만 이 시점에선 그렇게 되기까지 몇달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는 게 불행이다. MS에게만이 아니라 윈도8을 쓰게 될 사용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더 나쁜 점은 대다수 터치기반의 윈도8 앱이 낯설게 느껴지는 '참(Charms)' 도구 인터페이스로 써야 하는 일부 기능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어색하게 작동된다는 점이다.

참 도구는 모바일기기의 홈 버튼과 같은 역할을 하는 시작버튼, 맥락에 따라 다르게 작동하는 검색과 공유 버튼, 주요 시스템 기능을 켜고 끄거나 전원과 네트워크 설정을 하는 설정 버튼, 주변기기를 연결하고 그 연계 기능을 다루는 기기 버튼으로 이뤄졌다. 앱개발자가 그와 연결된 API를 써서 앱을 만들면 윈도8 터치한경에 통합된 앱을 만들 수 있지만 사용자가 참 도구에 익숙해져야 잘 쓸 수 있다는 것은 아직 약점이다.

■어디 두고 봅시다

MS와 다른 활동 주체들이 새 윈도 플랫폼을 또 상호배타적인 생태계로 만들어갈 것이라고 단정짓기는 이르다. 여러 생태계가 MS의 간섭 없이 따로 노는 대륙으로 묘사된 윈도의 모습은 그대로 남되 메트로UI 중심의 앱 생태계가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

맥 씨는 어쩌면 나는 윈도 생태계에 정복된 일개 사용자에 불과할 수도 있다며 MS는 수십년전 이미 내 뇌리에 자리잡아 도스의 명령줄 방식을 심어넣었고 윈도3.x와 윈도95 제국으로 나를 끌어들였다고 빗대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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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다른 생태계 형성 움직임들이 이후에도 벌어져왔고 윈도 OS 자체에도 적잖은 변화가 일어났다고 언급했다. 어찌됐든 사용자 입장에서 윈도7까지는 집(home)과 같은 편안함을 느껴왔는데, 이제 윈도8이라는 새 페인트를 중요한 몇몇 전원 플러그나 스위치들까지 덧칠해버린 상황이라고 비유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상황이 깔끔히 정리되고 나면 이전보다 훨씬 나은 모습이 될 것이라 기대하며 기꺼이 인내심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