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x86서버 매각추진 ‘악수? 묘수?’

일반입력 :2013/04/24 05:03    수정: 2013/04/24 08:47

IBM이 레노버에 x86서버 사업을 매각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진 뒤 업계의 설왕설래가 활발하다. PC사업을 과감히 팔아치움으로써 고수익 기업용 SW와 서비스 기업으로 탈바꿈했던 역사를 재연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렸다.

IBM의 x86서버사업 매각추진이 현실화될 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저명한 언론매체의 보도였다는 점에서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소식을 접한 업계 관계자들은 x86서버가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매각추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반면, 데이터센터 환경이 x86서버 중심으로 기우는 와중에 관련 사업을 포기하는 것이란 반응도 있다.

현재까지 매각추진에 대한 IBM의 공식입장은 ‘노코멘트’다. ‘사실이 아니다’란 부정이 아니다.

■시대를 앞지르는 묘수인가

관련 소식을 처음 전한 CRN은 IBM이 레노버에 x86서버사업 매각 금액으로 50~60억달러의 금액을 제시했다며, 구체적인 액수까지 밝혔다.

레노버는 이미 2005년 IBM의 PC사업부를 12억5천만달러에 인수했다. IBM은 이때 이후 개인용 IT제품 사업을 청산하고, 기업용 소프트웨어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해 성공을 거뒀다.

때문에 외신을 비롯한 업계 관계자들은 IBM이 제2의 싱크패드 매각사례를 만들기 위해서 x86서버 사업 매각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IBM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률은 46.7%였다. 영업마진의 경우 SW사업부가 87.2%로 가장 높다. GTS가 36.7%, GBS가 28.6%의 마진을 기록했다. 시스템테크놀로지그룹(STG)의 마진은 32.3%다.

STG의 영업마진 대부분은 메인프레임과 파워시스템 쪽에서 확보된다. x86서버는 통상적으로 수익률 5% 내외로 여겨진다. 더구나 IBM x86서버사업은 최근 1년동안 줄곧 전년대비 매출감소 추세를 보였다. IBM x86서버는 HP, 델과 경쟁에 밀려 3위권에 머물고 있다. 한국시장에서도 시장점유율 20% 안팎을 오가는 답보상태다.

경쟁사 관계자들은 “IBM의 x86서버 매각은 전진을 위한 선택이라기보다, 사실상 포기라고 봐야 한다”라고 평가했다.

이같은 상황은 x86서버 고객사의 구매패턴 변화에서도 비롯된다. x86서버의 가장 큰 고객층인 통신 및 미디어 분야 기업 중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의 기업들은 IBM이나 HP, 델 같은 회사의 서버를 구매하기보다, 자체적으로 디자인한 서버를 활용하거나, 미국 내 혹은 중국·대만 등지의 저가 서버를 사용하고 있다. 더는 IBM이란 브랜드가 x86서버 시장에서 먹히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버지니아 로메티 IBM CEO는 오는 2015년까지 운영 주당수익(EPS)을 세전수입(PTI)에 맞춰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소프트웨어가 IBM 전체 이익 절반가량을 차지하도록하면서 매출 200억달러를 겨냥했다. 현금흐름 1천억달러를 달성 주주에게 70%를 되돌려줄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 목표를 이루는데 IBM에게 x86서버는 처치곤란한 사업이다. 매출에 비해 영업이익을 크게 가져다주지도 않는데다, 자사의 SW를 우선적으로 탑재해 판매하기 힘든 개방형 플랫폼인 탓이다.

만약 IBM이 x86서버사업을 포트폴리오 상에서 지운다면, 회사 전체 영업이익률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

■시대를 거스르는 악수인가

IBM이 PC와 싱크패드를 레노버에 매각한 이후 SW기업으로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x86서버 자체로만 보면 손해보는 장사였다.

x86서버는 기업시장을 위한 제품군이면서, 동시에 사업 자체는 유통망을 통한 규모의 경제가 핵심이다. x86서버 분야 1위인 HP는 전세계적인 촘촘한 유통망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 PC분야와 사업방식이 비슷하다. 마찬가지로 서버 개발 기술력이 PC와 흡사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그러나 IBM이 PC사업을 레노버에 매각하면서, 관련 유통망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결과를 낳았다. IBM 내부의 x86 칩셋 응용기술 인력도 레노버에 넘어가며 서버제품의 경쟁력을 크게 개선할 여지를 잃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실상 IBM의 x86서버사업 부진은 PC사업 매각 당시부터 예견됐다는 것이다.

일단 IBM이 레노버에 모든 x86서버 사업을 넘기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어플라이언스 제품군 '퓨어시스템'에 투입되는 x86 콤포넌트를 회사의 x86제품군으로 규정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IBM은 퓨어시스템 출시 이후 모든 블레이드 서버에 대한 마케팅 포인트를 퓨어시스템에 맞추고 있다. 블레이드 서버가 갈수록 시장 규모를 늘려가는 중임에도 별도 블레이드 제품군을 강조하지 않는 것이다. 기본 하드웨어 플랫폼으로 어플라이언스를 삼으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또한 IBM의 하드웨어 사업에 있어 x86서버는 무시하기 힘든 규모의 매출을 거두고 있다. 모건스탠리 조사에 따르면 작년 4분기 IBM 서버매출 154억달러 중 49억달러가 x86서버다.

x86서버사업을 레노버에 완전히 매각할 경우 입게 되는 손실도 적지 않다. 비록 HP엔 미치지 못하지만, IBM도 세계 컴퓨터 부품업계의 큰손이다. 막대한 규모로 사들여 소화하는 부품량이 적지 않기 때문에 가격협상력 또한 강하다. x86서버를 생산하지 않게 되면, 부품 구매력이 급격하게 축소된다. 퓨어시스템의 하드웨어 생산단가가 올라가는 결과를 보일 수 있다.

■IBM은 메인프레임 천하를 노린다

전체 서버 시장은 유닉스용 RISC 프로세서와 x86 프로세서로 나뉜다. 시장에서 비중은 4대6 혹은 3대7 정도로 x86서버의 규모가 더 크다. 클라우드 컴퓨팅, 대형 웹서비스, 빅데이터 등 최근 IT업계의 트렌드가 모두 x86기반 환경을 기본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IBM의 행보는 의아할 수밖에 없다. 전체 서버시장의 60~70%를 포기하겠다는 것으로 읽히는 탓이다.

IBM의 최근 사업 전략을 종합해보면, x86서버 사업 포기를 선택할 가능성이 없진 않다.

일단, IBM은 전세계적으로 메인프레임에 대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IT 인프라가 수백억대 규모의 모바일 기기를 뒷받침해야 하고, 다양한 사용자와 애플리케이션을 수용하려면 메인프레임 같은 고성능 시스템이 필수적이란 주장과 함께다. 모바일, 소셜미디어,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전분야에 걸쳐 메인프레임의 우수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x86서버를 당연하게 여기는 클라우드, 빅데이터 같은 트렌드에 대해서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까지 결합한 어플라이언스로 대응하려 애쓰고 있다. 어플라이언스는 구성요소가 대부분 표준 부품이란 점을 빼면 타 제품과 호환이 어렵다는 점에서 사실상 메인프레임에 가깝다.

IBM은 어플라이언스 도입을 통해 기업의 IT환경 구축을 용이하게 하고, 단일화된 관리포인트를 유지하면서, 자동화된 시스템 관리를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통합된 형태의 IBM 어플라이언스가 IBM 운영체제와 미들웨어, 애플리케이션에 최적화됐다는 점과 함께다.

관련기사

이렇게 되면 RISC든 x86이든 하드웨어 프로세서의 구성은 상관없다. 고가인 어플라이언스 는 판매에 따라가는 유지보수요율에 따라 더 많은 계약금액과 SW 라이선스 등을 기대하게 한다.

서버업계 관계자는 어떤 식으로든 IBM의 하드웨어 판매는 서비스와 라이선스 비용을 끌고 들어가게 된다라며 점차 각 기업의 애플리케이션 환경을 메인프레임 시대처럼 바꾸고 싶어하는 게 IBM의 속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