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좋은 소비자가 만드는 SW산업

전문가 칼럼입력 :2013/04/17 08:13

이승희 금오공과대 교수

BSA(소프트웨어연합)가 작년 상반기 4개월 동안 전문업체를 통해 현장 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내 대표적 전자∙가전업체의 PC 매장에서 소프트웨어(SW) 불법복제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기업 직영 판매점에서 유통되는 PC에 불법복제 SW가 설치되고 있다는 사실이 공식 확인된 것이어서 당시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조사 결과를 더 살펴보면 전국적으로 대형 가전유통업체 95개를선정, PC 판매 과정에서의 불법복제 SW 제공실태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이 중 53개 매장에서 SW를 불법으로 설치 및 판매 중이었다. 뿐만 아니라 외산 PC 또는 노트북 판매 시에도 무차별적인 SW 불법복제가 행해지고 있으며 유통업체는 물론, 제조사들도 불법 SW유통 근절 및 SW 지식재산권 보호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지역별로는 경기, 대구, 부산, 울산지역이 불법 SW 설치와 판매 비율이 높고 서울, 광주, 대전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경기지역은 11곳 매장 조사에서 11곳 모두 불법 SW 설치 판매가 이뤄지고 있었다. 글로벌 기업을 표방하는 대기업의 유통망에서 불법SW 설치, 판매가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는 지식재산권 침해 문제로 연결되는 부분이다. 또한 산업 및 경제 문제로 대두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회문화로 확대된다. 세계 어느 나라든 저작권은 법률적으로든 제도적으로든 보호받을 수 있다. 각국 정부는 정당한 지식재산권을 장려하고 공익적 목적을 실현해 권리의 침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마련하고 집행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SW 불법복제율은 여전히 40%대에 머물고 있다. 이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SW 제품 10개 중 4개 이상이 불법복제품이란 사실이다. 이는 OECD 34개 국가 평균 26%를 크게 웃돈다. 이를 뒤집어 보면 정품 SW 사용률이 세계 수준에 접근하지 못하는 지식재산권 보호환경에서 세계적 IT 강국을 외치는 모양새다.

SW 불법복제 행태는 남을 따라 처음 노래 한두 곡을 복사해서 듣는 사소한 일부터 시작되지만 결국에는 온라인을 통한 무차별 대량복제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는 정품을 사용하면 ‘바보’가 되고, 단속에 걸리면 ‘재수없고 억울한 일’이 되며, 그 결과 현재 SW 불법복제율 40% 이상이라는 다분히 장려할만하지 않은 실상을 야기시하고 있는 것이다.

SW 불법복제 수준을 세계 수준으로 낮추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보다 현실적인 이익에 대한 필요와 더 강하게 결부된다. SW 산업은 여러 산업의 근간이다. 때문에 SW 불법복제율을 낮추면 국가 경쟁력을 비롯해 기업의 생산성은 물론 개인에게도 그 혜택이 돌아온다. 더욱이 일자리 창출과 세수 확대도 가능하지 않는가?

정부는 그 동안 SW 산업을 살리기 위한 많은 정책을 펼쳤다. 이들 정책은 물론 일부의 비판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그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뒀다고 본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SW 산업을 되돌아보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이는 산업의 영세성에서 그 이유를 꼽을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그 해결책은 SW에 대한 가치부여에 있다고 본다. 불법적인 사용이 아닌 SW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제값으로 사주기만 하면 SW 산업은 살아날 수 있다. 그것이 개인이든 기업이든 정부든 제값을 주고 사는 ‘좋은 고객’이 많을수록 SW를 넘어 다양한 산업군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 국가경쟁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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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SW에 대한 인식 자체에 변화가 필요하다. 불법 SW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SW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다. SW에 제값을 치르고 정품을 사용한다면 공급자나 사용자의 입장에 상관없이 업계의 어떤 이슈들에 대해서도 언제든 법적으로 휘말릴 수 있는 이유가 없다.

그래서 SW 산업도 좋은 고객을 만나 발전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업은 더 좋은 SW를 만들어 좋은 소비자에게 되돌려주는 선순환 저작권 보호환경을 유지할 수 있으며, 이것이 바로 상부상조하는 사회가 될 수 있는 원동력 아니겠는가?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