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C, IBM 심장부에 쇠말뚝박기

일반입력 :2013/04/15 04:43    수정: 2013/04/15 17:34

EMC가 IBM의 심장부를 겨눴다. 서버에 EMC 스토리지를 심는다는 전략을 IBM 유닉스로 확대함으로써, IBM 스토리지사업 운신의 폭까지 좁힌다는 노림수다.

EMC는 작년 서버 장착용 플래시카드인 VF캐시를 출시했었다. DRAM 캐시를 SSD로 대체하는 제품이었던 VF캐시는 올해 ‘익스트림SF’로 개명됐다. 익스트림SF는 서버장착 DAS제품이다. 또한 서버캐시 확장을 위한 소프트웨어인 ‘익스트림SW캐시’가 별도로 판매된다.

서버 장착품이면서, 향후 EMC 스토리지의 자동계층화솔루션 FAST VP와 통합되며, VM웨어의 V모션 기능에도 사용가능하다. 서버에 스토리지의 티어0를 생성한다는 게 EMC의 목표. 이는 어느 회사의 서버제품에든 EMC란 깃발을 꽂고 자사 스토리지와 결합력을 높임으로써, 사업 시너지를 노린 것이다.

■윈도, 리눅스 넘어 유닉스 OS 지원

현재 EMC 익스트림SF는 운영체제로 레드햇리눅스, 센트OS, MS 윈도, VM웨어 등을 지원한다. 익스트림SW캐시는 레드햇리눅스, MS윈도, VM웨어 등을 지원한다. 유닉스 운영체제를 지원하지 않는 등 전 OS를 지원한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EMC는 올해 2분기 중 IBM의 유닉스OS인 AIX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익스트림SW캐시의 경우 AIX와 함께 솔라리스(x86)와 수세리눅스도 지원하게 된다.

플래시 스토리지 제품의 타깃고객은 고성능을 요하는 애플리케이션 사용자다. 플래시는 ERP, 데이터베이스 같은 애플리케이션의 IOPS 수치를 폭발적으로 높여준다. 단일 플랫폼 가운데 ERP, DB 등의 애플리케이션을 가장 많이 운영하는 게 IBM AIX다.

처음 VF캐시가 나왔을 당시, 업계는 해당 제품에 대해 여러 한계점을 지적했다. 제품 가격이 너무 고가란 점, OS를 윈도와 리눅스만 지원한다는 점 등이 꼽혔다. 특히 OS 부분은 해당 제품의 최적 적용지점인 엔터프라이즈급 미션크리티컬 애플리케이션이 유닉스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다는 점에서 치명적이었다.

AIX는 전세계 유닉스 시장의 66.7% 점유율을 차지하는 OS다. 한국의 경우 지난 4분기 49.6%로 50%를 눈앞에 뒀다. AIX는 국내 금융권, 대기업, 공공 등의 영역에서 DB와 ERP를 운영하는 시스템을 책임지고 있다. 익스트림SF가 노리는 애플리케이션과 일치한다. 해당 기업의 IT비용 지출규모도 크다.

익스트림SF는 서버의 PICe 슬롯에 장착해 데이터를 리드/라이트 할 수 있다. EMC는 고성능컴퓨팅, DB 덤프, 트레이딩, 데이터 모델링, 분석, 웹 2.0 등에 적용하면 최대 113만IOPS를 기록한다고 설명했다. 하드디스크 대비 10배의 성능을 낼 수 있다.

여기에 캐싱용으로 사용할 경우 오라클, 마이SQL 등 트랜젝션 데이터의 리드성능도 높일 수 있다. 서버 캐시가 최대 2.2TB까지 늘어나는 것이다. 익스트림SW 캐시는 오라클 RAC의 액티브-액티브 환경과 중복제거 기술도 지원한다. 외장형 스토리지와 동시에 작동시킬 수도 있다.

제품은 550GB, 2.2TB의 eMLC 모델과 350GB, 700GB의 SLC 모델로 나뉜다. 550GB, 800GB, 1.6TB의 eMLC 모델도 판매된다.

실시간 인라인 데이터 중복제거, 플래시 최적화 데이터 보호, 씬 프로비저닝, VAAI(VMware vStorage API for Array Integration)를 통한 VM웨어 통합 관리 및 프로비저닝, 쓰기가 가능한 시점 복제본(Writable snapshot)을 통한 시점 복구 기능 등을 제공한다.

■EMC 익스트림SF, IBM 핵심사업에 쇠말뚝

EMC가 익스트림SF에서 AIX를 지원한다는 건 IBM에게 상당한 타격을 준다.

현재 판매중인 여러 플래시 카드 제품 가운데 IBM AIX를 지원 하는 건 없다. IBM이 인수한 TMS램샌조차도 AIX에서 사용불가능하다. 퓨전IO의 경우 솔라리스 유닉스 버전을 지원할 뿐이다. 퓨전IO를 OEM판매하는 HP가 IO액셀러레이터란 이름으로 HP-UX용 제품을 공급한다.

IBM 측은 TMS램샌 기술인 플래시시스템의 AIX 지원 시점을 하반기 경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로선 IBM 파워시스템과 AIX를 사용하는 기업이 플래시카드를 사용하고자 할 때 EMC 익스트림SF밖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IBM 서버에 EMC가 장착되는 그림이다. IBM 입장에선 손톱 밑 가시처럼 여겨질 수 있다. 우선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이 IBM에서 EMC로 넘어간다. 익스트림SF를 외장형 스토리지와 통합해 사용하면, 관리포인트가 스토리지 컨트롤러에 존재한다.

또한 익스트림SF의 기능을 극대화하려면 당연히 EMC 스토리지를 사용하는 게 낫다. IBM의 스토리지와는 통합관리가 불가능하고, IBM 스토리지에서 제공하는 캐싱 기능도 익스트림SF와 별개로 작동한다.

비록 익스트림SF가 하드디스크 제품에 비해선 월등히 비싸지만, CPU와 노드를 증설하는 것보단 훨씬 적은 비용으로 전체 성능을 높여준다. 국내 기업들이 플래시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OS 지원폭을 넓힌 EMC의 전략은 강한 소구력을 갖는다.

EMC의 전략이 주효할 경우 IBM은 스토리지 사업에 상당한 장애물을 떠안게 된다. IBM 파워시스템과 스토리지를 함께 공급하는 이점도 잃을 수 있다. EMC의 쇠말뚝이 IBM의 통합전략을 분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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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주 한국EMC 이사는 “익스트림SF는 최대 8.8TB 용량까지 사용할 수 있는데, 이는 국내의 웬만한 ERP 사용기업 DB용량에 준한다”라며 “IBM AIX 지원이 익스트림의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버용 플래시 시장은 작년 8억8천만달러규모에서 2015년까지 21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