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사이에 30대가 많이 늘었어요. 심지어 20대도 눈에 띄어요. 전엔 없었던 현상이죠. 지금 워낙 불황이라서 그렇지, 젊은 사람들만 놓고 보면 손님이 늘었다니까요.
마이크로SD카드에 신보가 담겨 나오는 세상이다. CD도 한물간 매체로 취급받는 시대에, 다시 아날로그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2AM에 이어, 패티김, 들국화 등 세대를 아울러 사랑받는 가수들도 다시 LP로 앨범을 내 주목받았다.
얼마전 서울 용산 전자랜드에서 한 중고 LP판매점을 찾았다. 자신을 조 실장이라 소개한 매장 점주는 디지털 시대가 왔고, LP는 끝났다고 생각을 했는데 LP가 가진 특성이나 매력들이 계속 존재하더라며 중고 시장에서 명맥을 이어오던 LP를 최근엔 젊은 사람들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레코드판(LP)은 30대 이하의 젊은 층에겐 다소 생소한 물건이다. 워크맨, CD 플레이어도 구닥다리가 된지 오래. 첨단으로 불려진 MP3플레이어도 사양 산업이 됐고, 스마트폰이 이 모든 것을 흡수했다. 그럼에도 '아날로그'의 위력은 죽지 않았다. 디지털 홍수에 다시 아날로그가 다시 각광받는 아이러니가 연출됐다.
용산 전자랜드 신관 2층에는 중고 LP와 오디오 기기를 판매하는 업체들이 가득하다. 중고 LP는 한 장에 5천원에서 1만원 사이에 판매된다. 단, 희귀 앨범의 경우 부르는게 값이다. LP 한 장에 수백만원 짜리도 있다. 최근 가장 인기 있는 LP는 김광석 4집이다. 값이 20만원을 훌쩍 넘어섰지만 판다는 사람은 없다.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소리다.
이같은 흐름은 아날로그 향수를 자극하는 카페나 바(Bar)가 서울 시내 곳곳에 생겨나는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카페 운영자들이 LP를 사기도 하지만, 이 곳에 들려 커피 한 잔, 맥주 한 잔을 하는 사람들도 음악을 들으며 자연스레 LP 수요층이 된다는 것이다.
국내선 사라졌던 LP 생산공장도 다시 생겼다. 서라벌 레코드가 폐업한지 8년만인 지난해, 경기 김포에 LP 생산 공장이 들어선 것. 그간 국내 판매되는 LP들은 대부분 해외서 생산된 것들이다. 패티 김의 앨범 '파이널 커튼'은 국내서 다시 만들어진 첫 LP다. 흩어졌던 기술자들이 다시 모이면, 국산 LP 품질도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LP 수요가 늘면서 자연스레, 이를 재생할 수 있는 턴테이블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LP를 듣기 위해 필요한 기기는 턴테이블, 앰프, 오디오다. 발품을 팔며 제품을 하나씩 살펴보고 구매하는 게 좋다. 비싸게는 수억원을 호가하지만, 잘 찾으면 수백만원의 비용으로 구색을 갖출 수 있다.
전자랜드 오디오 전문판매점 소리샘의 이강남 대표는 토렌스 턴테이블 같은 경우 저렴하게 나온 제품은 200만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다며 이탈리아제 오디오는 300만원대 이상으로 비싸게 나오지만, 좋은 소리를 듣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찾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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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제품으로는 데논, 오디오테크니카 등이 있다. 대부분 일본 브랜드지만, 생산은 중국에서 이뤄진다. 오프라인 매장에선 50만원 정도에 데논 턴테이블을 구매할 수 있다. 여기에 앰프와 오디오를 한 대씩 비슷한 가격에 구매할 경우 200만원 정도의 예산이 드는 셈이다.
오디오 전문 판매점 서울전자 임경모 부장은 기본 단위가 50만원에서 100만원 정도에서 시작하고, 미국이나 유럽제는 가격이 두세배가 뛴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라며 CD가 없어지면서 PC로 음악을 듣는 사람과 아날로그 세대가 나뉘고 있다. 최근 아날로그 수요가 조금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