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 간 디스플레이 분쟁이 또 다시 새 국면을 맞았다. 정부의 중재로 양사 간 특허 소송 일부를 취하하며 화해무드가 조성된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가 LG디스플레이 협력사를 통해 기술유출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분위기가 급랭했다.
지난해 연구원들의 이직 과정에서 불거졌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유출 공방이 공수를 바꿔 진행되면서 원색적인 비난까지 등장했다. 정부의 중재를 계기로 소모적인 감정싸움은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됐지만 일단 사건이 터지자 다시 난타전이 진행되는 양상이다. 이제 막 단추를 꿴 양사의 특허 실무 협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9일 오전 아산·천안·기흥에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 3곳과 본사 등 4곳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다. 경찰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 2010년 경쟁업체인 LG디스플레이의 협력업체 두 곳을 통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기술을 빼낸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김기남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10일 삼성 사장단 회의 직후 계열사 사장들에게 일부에서 제기된 기술 유출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며 삼성디스플레이는 의혹으로 제기된 것과는 전혀 다른 기술과 설비를 사용하고 있으며 수사를 통해 삼성디스플레이가 (기술유출과) 무관하다는 것이 밝혀질 것해명했다.
김 사장은 삼성디스플레이는 세계 OLED 시장의 98%를 점유하고 있다며 오히려 기술유출을 걱정하고 있지 남의 기술을 쳐다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일로 LG디스플레이와의 특허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그건 아니다라면서 선을 그었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격앙된 반응으로 삼성을 향해 날선 비난을 퍼부었다. LG디스플레이는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압수수색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자사의 협력업체를 통해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기술을 빼냈다는 상당한 증거를 확보했기 때문으로 이해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혐의가 사실이라면 업계의 자연스러운 인력 이동을 문제 삼아 자사를 조직적인 범죄집단으로 호도해 온 경쟁사의 행태는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를 나무랐던' 꼴이 될 것이라며 원색적인 표현까지 동원해 공세 수위를 높였다.
앞서 지난해 4월 삼성디스플레이는 자사의 임직원들이 LG디스플레이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OLED 기술 유출이 있었다며 수사를 의뢰했고 양사 간 소송전이 과열된 바 있다. 당시 삼성디스플레이가 LG디스플레이를 향해 조직적·계획적으로 OLED 기술을 유출했다고 공세를 퍼부었던 것에서 공수가 바뀐 모양새다.
관련기사
- 김기남 삼성 "OLED 98%하는 우리가 왜?"2013.04.10
- LG디스플레이, "삼성 적반하장’ 맹비난2013.04.10
- 경찰, 삼성디스플레이 압수수색...왜?2013.04.10
- 삼성 "소송 취하"...LG"특허료 협상부터"2013.04.10
업계에서는 이제 막 첫 단추를 꿴 양사의 특허 협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양사는 현재까지 실무협상팀을 꾸려 지난주까지 두 번의 협상을 진행한 상태다. 현재 남은 2건의 소송에는 LG디스플레이의 OLED 기술 7건과 삼성디스플레의 LCD 기술 7건 등 총 14건의 기술이 포함돼 있다.
일단 삼성디스플레이는 더 이상의 감정적인 대응을 자제한다는 입장이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김기남 사장이 사장단 회의를 통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만큼 (LG디스플레이의 입장 표면에 대한) 대응은 없다는 게 내부적인 입장이라면서 일단은 사태가 가라앉은 후 협상을 지속할지 여부에 대한 후속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