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 와이파이, 왜 안터지나 했더니....

일반입력 :2013/04/11 08:21    수정: 2013/04/12 09:05

한국프로야구가 지난달 30일 개막했다. 연간 700만명의 관람객이 경기장을 찾는 프로야구의 열기는 올해 더 뜨거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수만명이 운집하는 야구장의 IT인프라는 기대 이하다.

일반인이 프로야구 경기장에서 만날 수 있는 IT는 통신서비스다. 일반 이동통신서비스 외에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와이파이 서비스가 있다. 통신3사는 경쟁적으로 야구장에 와이파이 설비를 구축해,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계열사로 프로야구단을 보유했으며, KT도 내년부터 프로야구단을 갖게 된다.

이석채 KT 회장은 올초 수원을 방문해 KT구단의 홈구장으로 쓰일 수원야구장을 ‘와이파이가 가장 잘 터지는 구장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한때는 각 야구장마다 와이파이를 3사가 공평하게 제공하지 못해 갈등을 빚기도 했다.

현재 전국야구장은 통신사의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한다. 잠실, 인천 등의 경우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의 와이파이존은 촘촘하게 박혀, 한 장소에서 십수개씩 감지될 지경이다.

무선랜 목록에 줄줄이 등장하는 와이파이존과 달리 실제 사용자의 경험은 만족스럽지 않다. 경기장에 관중이 많아지고, 경기가 막상 시작되면 와이파이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고,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상 무용지물인 것이다.

■한국 야구장 와이파이의 기술적 한계

한국의 공공장소에서 제공되는 통신사의 와이파이 서비스는 공통적으로 무선랜 구축의 초기 모델을 사용한다. 지하철 와이파이와 마찬가지로, 야구장 와이파이 역시 단순히 액세스포인트를 유선망에 붙인 형태로, 중앙의 무선랜 제어기가 없다.

와이파이망 구현 기술은 4가지 형태로 분류된다. ▲유선망에 무선 액세스포인트(AP)를 붙이는 방식 ▲ 중앙집중형 제어기가 전체 AP를 모두 통제하는 방식 ▲제어기는 AP만 제어하고, 실제 트래픽은 유선망과 직접 연결되는 방식 ▲제어기를 계층화해 AP 관리를 분산하는 방식 등이다.

한국 통신사업자의 공공장소 와이파이는 이중 첫 번째 방식을 사용한다. 유선망에 AP만 붙였을 뿐으로,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무선공유기와 같은 것이다.

이 방식은 AP가 모든 접속자 관리를 담당한다. AP의 프로세서는 각각 메모리에 사용자 인증정보를 임시로 저장하는데, SIM카드 정보나 기기 MAC주소를 관리하게 된다. 그러나 그 저장용량은 500메가바이트(MB) 수준이어서, 일정수 이상의 사용자를 수용할 수 없다.

당연히 사람이 밀집하는 야구장의 경우 한 와이파이존에 접속할 수 있는 수는 한정된다. 또한, 기기와 직접 연결되는 기지국이나 AP의 경우 특정 사용자가 많은 양의 트래픽을 점유하면 커버리지가 줄어드는 현상을 보인다. 이는 AP의 통신 프로세서가 처리하는 성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헤비유저가 와이파이에 접속했다면, 그만큼 AP의 신호도달거리는 짧아지며, AP에 접속할 수 있는 사람의 수도 줄어든다.

한 사용자가 잠실야구장에서 LG유플러스의 와이파이존에 접속해 동영상중계를 이용할 경우, 해당 와이파이존을 이용할 수 있는 사용자는 대폭 줄어든다.

이때 통신사가 와이파이 AP에 특정 트래픽 이상을 점유하는 것을 제한해두지 않았다면, 그의 접속이 끊길 때까지 해당 와이파이존은 금새 먹통상태에 이른다. 또, 그 사용자가 이동해 AP에서 멀어지더라도, AP는 그의 단말기 정보를 삭제하지 않고 한동안 저장하므로 새로운 접속자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지자체 소유 야구장, 와이파이 개선에 한계

무선랜을 중앙집중형 제어기 방식으로 구축한다고 해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진 않는다. 국내 프로야구 경기장의 운영 체계 때문이다.

우선, 국내 프로야구 경기장은 구단의 소유물이 아니다. 야구장은 지방자치단체의 소유물이고, 구단이 시설물을 임대해 사용한다. 두산베어스, LG트윈스, 넥센히어로즈 등은 모두 서울시의 시설을 빌려쓰고 있는 것이다.

각 프로야구 구단들은 임대한 구장의 운영을 특정 회사에 일괄 위탁한다. 이때 와이파이존도 일종의 광고대행사가 운영책임을 갖게 된다. 대행사는 정해진 예산에서 와이파이 운영을 통신사업자에게 맡긴다. 집행하는 금액규모가 적고, 시설물 소유권이 통신사업자에 있지 않으므로, 사업자는 야구장 와이파이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결정하기 어렵다. 계약도 계속 갱신해야 한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프로야구 구단이 야구장을 직접 소유하고 운영하는 미국과 일본은 와이파이에 대한 투자가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경우 2004년부터 AT&T파크의 와이파이망 구축과 운영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했다. 지난해엔 와이파이 서비스의 용량을 늘리고, 관리체계를 고도화해 품질을 한차원 높이겠다는 약속을 지속적으로 이행했다.

최근 일본의 세이부라이온즈는 홈구장인 세이부돔의 와이파이망 구축, 운영을 NTT와 시스코시스템즈에 일임했다. 라이온즈 와이파이는 경기장 환경을 위한 전용 설계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AP 안테나는 일정 방향으로만 전파를 보내는 빔폼 지향성 안테나를 사용하며, 대용량 트래픽을 수용할 수 있다. 제어기의 무선자원관리(RRM) 시스템을 통해 전체 네트워크의 성능을 최적화한다.

NTTBP는 라이온즈와이파이를 통해 여러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한다. 외부 게임을 연계하고, 설문조사, 위치정보서비스, 주문, 티켓 예약 및 변경 등이 와이파이망 접속으로 가능하다.

■‘와이파이로는 부족’ 제3, 제4의 솔루션 필요

미국과 일본의 야구장 관람객들도 와이파이망의 품질문제에 불만을 제기한다. 이는 야구장이란 공간의 특수성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야구장은 수만명을 수용하는 공간이다. 다양한 사람이 모이기 때문에 사용패턴을 예측하기 어렵다. 한국시리즈 같은 대형 이벤트 때면 아무리 대용량 장비라도 네트워크가 수용할 수 있는 대역폭과 성능이 한정되기 때문이다.

이에 네트워크업계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안정적인 통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를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3G, 4G LTE 같은 기본 이동통신망에 와이파이뿐 아니라, 스몰셀까지 거론된다.

과거의 이동통신네트워크는 하나의 기술체계 속에서 서비스를 제공했다.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지국의 커버리지는 중계기로 해결했다.

지금은 3G에 LTE까지 동시에 제공되지만, 야구장처럼 사람이 밀집하는 공간의 경우 이동통신 자체도 먹통되기 일쑤다. 만원관중이 들어차면 휴대폰 사용은 사실상 포기해야 한다. 와이파이가 이동통신망에 집중되는 트래픽을 분산수용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 와이파이 역시 트래픽 집중에 한계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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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셀은 대형 기지국과 와이파이가 수용하지 못하는 사용자의 트래픽을 담당하는 제3의 대안으로 거론된다. 한국의 경우 WCDMA, LTE, 와이브로, 와이파이, 스몰셀 등의 다양한 망구조를 야구장 사용자 접속 및 이용패턴에 맞게 적재적소에 배치하자는 조언이 나온다.

업계의 관계자는 “야구장 같은 공간의 경우 네트워크 상태 관리에 대한 고도화된 기술이 집중적으로 요구된다”라며 “팬서비스 차원에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지만, 국내 여건 상 개선이 요원해 답답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