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의 휴대폰 시장은 이동통신사, 제조사 간의 무한 경쟁이 시작된다. 치열한 경쟁 속에 구매의 제약 요소가 됐던 장벽이 사라진다.
소비자들은 통신사별로 지원하는 각기 다른 단말기에 구애받지 않게 된다. 원하는 휴대폰을 골라 산 뒤 이동통신사를 선택하면 끝이다. 약정 제한도 없다.
스마트폰 가격은 TV, PC처럼 날이 갈수록 크게 떨어진다. 부품이 표준화되고 제조사간 가격경쟁이 치열해지면서다.
3일(현지시간) 씨넷은 다가올 새로운 휴대폰 세상을 전망했다. 700달러를 들고 휴대폰을 살까, 컴퓨터를 살까 고민하던 시절이 끝났다. PC 수준까지 치솟은 스마트폰 가격은 확 낮아진다.
■T모바일 새 시대의 문을 열다
상상 속 이동통신 시장의 변화가 현실이 될 날이 가까웠다. 미국 통신 4위업체 T모바일이 포문을 열었다.
T모바일의 약정 없는 요금제가 통신시장의 변화를 성큼 당겼다는 평가다. 이통사 선택의 자유, 저렴한 단말기 시대가 열릴 날도 멀지 않았다.
부품 관련 시장조사업체 아낸드테크 아낸드 심피 CEO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이동통신사를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가까웠다”고 말한다. 다만 변화가 당장 일어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T모바일의 변화가 무약정, 무보조금 시대로 가는 끝은 아니다. 넘어야 할 산은 아직도 많다. 첫째는 기술이고 둘째는 소비자의 인식 전환이다. 심피 CEO도 “아직까지는 걸림돌이 남았다”고 설명했다. ■“무선 시장, 유선처럼 변할 수도”
최근 무약정 요금제를 발표한 T모바일은 미국 시장에서는 4위의 통신사다. AT&T, 버라이즌 등에 밀렸다. 미국 1, 2위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 AT&T의 점유율을 합하면 70%다.
소비자들은 높은 데이터 사용료, 약정에 따른 통신 요금을 지불하는 대는 불만이지만 AT&T, 버라이즌의 안정적이고 서비스에 만족한다. 더불어 이들 통신사는 갤럭시S, 아이폰 등 인기 제품에 보조금을 지급하며 판매망을 구축했다.
심피 CEO는 기술 발전, T모바일 등의 공격적인 움직임 속에 버라이즌, AT&T 일변도의 이동통신 시장의 변화를 전망했다.
그는 무선 통신 시장도 유선 시장처럼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심피 CEO는 “모든 PC 가격이 2천달러고 특정 PC는 특정 케이블망만을 사용해야 한다면 산업이 어떻게 변화됐겠느냐”며 “무선분야는 장기로 보면 PC, 유선통신망 시장처럼 될 것”이라고 말했다.
휴대폰 산업도 PC, 유선통신망과 같은 치열한 경쟁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경쟁 속에 AT&T, 버라이즌 등이 보조금 제도, 높은 인지도로 휴대폰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낮아질 수 있다.
■통신 기술 표준화 가능하다
스마트폰 시장의 변화를 위해서 꼽히는 기술 난제 첫번째는 표준의 부재다. 무선 통신망은 유선과는 달리 통신사별로 기술이 다르다. 표준화가 이뤄지면 스마트폰 기기도 통신망에 구애받지 않고 호환이 가능해진다.
표준화 기술에 대한 해답은 T모바일과 AT&T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T모바일, AT&T를 통해 구매한 휴대폰은 양사의 통신망을 가리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
앞서 T모바일은 통신망 개선을 하며 AT&T와 손을 잡았다. 양사는 오랜 기간 기술 제휴를 맺었다. 지난 2011년에는 AT&T가 T모바일 인수에 나서기도 했다.
양사 합병은 지난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반대로 물 건너 갔다. 합병 추진 과정에서 AT&T는 위약금을 T모바일에 지불해야 했다. AT&T는 위약금 일부는 현금으로, 일부는 주파수로 냈다. AT&T 주파수가 T모바일로 넘어 온 것이다.
T모바일은 이에 따라 4G 서비스를 하면서 AT&T와 동일한 주파수 대역을 사용한다. 최근에는 AT&T와 동일한 주파수 대역에서 미국 내 7개 도시에 LTE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파수 대역 확보로 생태계 강화
T모바일은 “호환될 수 있는 2개의 주파수 대역을 확보했다”며 “새로운 이동통신 생태계로 모바일 기기의 상호운영성 효과를 누리게 됐다”고 강조했다.
물론 T모바일, AT&T에서의 호환으로 통신사 망의 상호운영이 보장됐다고 보기는 이르다. 버라이즌, 스프린트가 남았다. 버라이즌, 스프린트와 T모바일, AT&T는 기본이 되는 통신망 기술, 주파수 대역이 다르다. 각자의 통신망을 지원하는 휴대폰도 별도로 제작된다. .
새로운 통신망의 구축은 상호운영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다. 버라이즌, 스프린트 등은 차세대 4G망의 LTE 서비스를 계획하며 통신망을 새로 구축하는 중이다. 호환이 불가능했던 이전 기술은 사라지게 된다.
이동통신사 통신망의 호환성이 담보되려면 통신망 뿐 아니라 부품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 LTE 통신망을 이용하는 주파수는 30개가 넘는다. 하나의 반도체가 모두 지원하기에는 너무 많은 수다. 퀄컴 등의 통신 반도체 회사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휴대폰의 상호운영성 확보를 위해 퀄컴은 단일한 통신칩에 더 많은 주파수를 처리할 수 있도록 기능을 추가해야 한다. 주파수 처리 대역을 다양화하면서 반도체 제조비용, 크기도 줄여야 한다.
심피 CEO는 “이는 모두가 나서 해결해야 하는 큰 과제”라며 “여러 단계를 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인식도 변해야…
주파수, 기술의 상호운영성 말고 해결해야 할 문제는 또 있다. 보조금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문제다.
T모바일의 무약정 요금제 발표 후 소비자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무약정이라도 통신사 보조금이 없다면 제품 가격을 다 내야 하나”하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미국 내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고사양 스마트폰을 사면서 기기값으로 200달러 정도만 지불한다. 보조금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보조금을 받고 통신사와는 2년의 약정을 맺는다. 무약정과 함께 보조금도 사라지는 미래을 소비자들이 받아들일 것이냐는 문제가 남았다.
소비자들은 매달 내는 통신요금에 보조금이 포함됐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결국 통신료를 통해 휴대폰 가격을 다 지불하게 된다. 다만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보조금? “공짜 점심은 없다”
해리 토마스 T모바일 마케팅 이사는 “사람들에게 공짜는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T모바일의 새 요금제는 통신요금, 기기 값을 줄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게 각국의 보조금은 통신시장의 문제로 지적된다. 사용자들은 보조금을 통해 더 저렴한 가격으로 기기를 살 수 있는 것처럼 알고 있지만 실상 이점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기 값과 상관없이 통신요금제는 항상 동일하다. 총 소요 비용은 기기값에 통신료를 더해야 한다.
우선 소비자의 휴대폰 값에 대한 개념은 보조금, 약정으로 인해 사라졌다. 통신요금은 동일하기 때문에 단말기 가격에 비해 저항이 적다. 소비자들이 휴대폰 가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점은 이동통신사, 제조사 모두에게 좋다. 저렴한 휴대폰을 사려는 요구는 그만큼 사라졌다.소비자들이 휴대폰의 정확한 가격을 인지하게 되는 순간 제조사들은 가격 경쟁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구글은 휴대폰 가격 낮추기의 좋은 사례를 보여준다. 지난해 구글은 LG전자와 손잡고 비교적 고사양이지만 저렴한 넥서스4를 출시했다. 구글플레이를 통해 판매된 넥서스4의 가격은 300달러였다.넥서스4는 2년 약정을 통해 구매하는 대부분의 스마트폰 가격 대비 100달러 가량 비싸다. 하지만 보조금을 뺀 제품 소비자 가격으로만 보면 여타 제품의 절반 수준이다. 구글은 다음달 새 넥서스폰을 공개한다. 차기 넥서스폰 역시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출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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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피 CEO는 “스마트론 가격이 과도하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기기당 실제 가격은 200~300달러 정도면 될 텐데 현재는 700달러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선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통신사들도 개방할 수 있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라며 “넥서스4를 사고 T모바일에 가입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