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명문대 학생들, 한국 스타트업 찾아온 이유

일반입력 :2013/03/30 13:06    수정: 2013/03/30 13:13

전하나 기자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 등 세계 주요 언론 매체가 선정한 우수 경영대학원 5위, 기업선호도 1위의 명문 비즈니스 스쿨 대학원생들이 최근 한국의 스타트업을 찾았다. 무슨 사연일까.

지난 21일 켈로그 경영대학원 학생 다섯 명이 국내 스타트업 기업인 앱디스코 사무실을 방문했다. 평소 한국 스타트업 기업에 관심이 많던 이들은 앱디스코의 해외 진출을 다룬 외신 기사를 읽고 방문을 희망하는 이메일을 보내왔다.

켈로그는 ‘마케팅 구루(전문가)’ 필립 코틀러 석좌교수가 재직하고 있는 노스웨스턴 대학 부속 경영대학원. 세계 최고의 마케팅 분야 인재를 배출해내는 산실로 잘 알려져 있다.

이날 켈로그의 학생들은 정수환 대표, 유범령 글로벌 사업 총괄 이사, 최석원 전략기획실장 등과 앱디스코 사무실에서 대담을 진행했다. 이들이 가장 궁금해했던 것은 앱디스코와 같이 성공한 스타트업 기업이 한국에서 나오게 된 배경과 한국 정부 창업 정책 등이었다.

앱디스코는 이른바 ‘돈 버는 앱’이라 불리는 모바일 보상(리워드) 광고 서비스 ‘애드라떼’로 유명한 회사다. 설립 2년 만에 연간 매출 150억원을 넘어서며 급성장하고 있다.

이날 150여명이 근무하는 앱디스코 사무실을 둘러본 이들 켈로그 학생들은 앱디스코가 모바일 리워드 광고 서비스로 1년 만에 10,000% 성장을 달성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크게 놀라워하면서 성공 요인을 물었다.

이에 대해 유범령 이사는 “앱디스코가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의 광고시장과 IT 트렌드에 대한 이해와 분석이 있어 가능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들의 대담을 요약한 것이다. 성공한 한국 스타트업을 공부하러 온 미국 명문대 학생들이 질문을 하고 앱디스코 경영진들이 대답을 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한국에서의 기업경영에 어려운 점은

“한국은 시장 규모 자체가 너무 작아 한계가 있다. 3억 의 수요가 있는 미국은 아이디어 하나로 회사를 만들 수 있지만, 5천 만 수요의 작은 한국시장에서는 기존 아이템을 국내 소비자에 맞게 보완해 선보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소비자의 기호를 반영하느냐가 중요하다. 구글은 글로벌 검색 엔진이지만 한국 내 점유율은 네이버가 월등히 앞서고, 안랩의 바이러스 백신인 V3가 시만텍사의 노튼을 앞지르는 것은 현지화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유범령 이사)

-지금 앱디스코의 고민은 뭔가

“애드라떼 이후 이를 모방한 수백 개의 모바일 리워드 광고가 존재하는 치열한 경쟁 구도에서 얼마나 신속하게 사용자 패턴을 분석하고 이를 새로운 사업 아이템으로 시장에 선보이는가가 당면과제다.”(유범령)

-벤처캐피털의 국내 스타트업 투자 현황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제조업체 투자를 선호하는 분위기 상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IT 기업이 투자를 받는 것은 어렵다. 미국의 벤처캐피털은 기업경영의 경험이 있는 인력으로 구성된 반면, 국내 벤처캐피털은 금융업계 출신이 많아 비즈니스 자체보다 매출 등 수익에 더 방점을 두는 것도 사실이다. 앱디스코는 작년에 모바일 리워드 광고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벤처 캐피털 ‘이노폴리스파트너스’로부터 35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올해에는 글로벌 시장진출을 위해 해외 투자자도 적극 고려하고 있다.”(최석원 실장)

-한국에서 기업을 설립할 때의 재무적 지원 상황은 어떤가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청년이 기업을 설립하려면 많은 서류를 제출하고 자금 대출을 위해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특히 몇 명의 엔지니어를 확보했는지가 중요한 대출 심사기준이 되는데, 여러 엔지니어를 고용할 자본이 있다면 굳이 대출을 받을 필요가 없다. 획기적인 아이디어만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시급하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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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당시 대학에서 지원하는 투자금은 극히 소액이었고 사무실 등 공간 대여 역시 많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지금은 스타트업 기업이 목소리를 내 정책을 요구할 수 있는 기회가 점차 생겨난다는 점, 정부와 업계가 우리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정수환 대표)

이날 이들의 이야기는 1시간에 걸쳐 이어졌다. 켈로그스쿨의 커스 모트 씨는 “그동안 삼성이나 LG와 같은 대기업만 알고 있었는데, 새롭게 비즈니스를 개척한 앱디스코와 같은 한국 스타트업을 알게 돼 감명 깊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