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IT스타트업으로 온 ‘이방인들’…왜?

일반입력 :2013/03/21 09:36    수정: 2013/08/27 15:44

전하나 기자

국내 애플리케이션 개발사 ‘키즈노트’에는 인도인 개발자 라지㉟씨가 일하고 있다. 지난 2003년부터 한국에 들어와 LG전자 등 대기업에서 근무했던 그는 우연히 알게 된 키즈노트 서비스에 매료돼 작년 12월 이 회사에 합류했다.

키즈노트는 맞벌이 부부가 어린이집, 유치원에 다니는 자녀 일상을 스마트폰으로 공유 받는 알림장 앱 서비스다. 라지는 “꼭 필요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가치를 창출하는 키즈노트와 같은 서비스 개발에 직접 참여하고 싶었다”고 합류 배경을 밝혔다.

우리나라 스타트업 기업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이 늘고 있다. 모바일 서비스는 언어와 문화의 장벽이 없는데다 한국이 전세계 모바일 혁명의 구심점 역할을 맡게 되면서 기회의 땅으로 떠오른 것이다.

아이비리그 대학 중 하나인 브라운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조나단 소토㉕도 지난해 4월부터 관심사 기반 SNS 업체 ‘빙글’서 근무하고 있다. 빙글은 미국 실리콘밸리서 글로벌 동영상 사이트 ‘비키’를 성공시킨 저력이 있는 호창성, 문지원 공동창업자 부부의 두 번째 벤처기업.

페루에서 태어나 미국 시민으로 자란 조나단은 졸업 후 스탠포드 MBA를 밟으려다 이들 부부를 알게 돼 빙글에 입사했다. 그는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었고 그곳이 빙글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에 한국으로 왔다”고 말했다.

조나단처럼 사회생활의 첫 출발점을 한국 스타트업으로 삼은 경우도 있지만 라지처럼 이전에 대기업서 안정적으로 일하다 도전 정신으로 한국 스타트업에 뛰어든 사례도 많다.

패션 SNS 업체 ‘스타일쉐어’에서 일본 마케팅과 현지화 작업을 담당하고 있는 치요 노무라㉘는 작년 10월 이 회사 합류 전까지 일본 G마켓서 일했다. 말레이시아 출신의 모바일 앱 UX/UI 디자이너 미쉘 탄㉘도 모바일 디자인 스타트업 ‘데어즈’에서 일하고 싶어 싱가포르에 있는 유명 디자인 회사를 과감히 그만두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물론 이들이 모험심 하나로만 한국 스타트업에 지원서를 낸 것은 아니다. 이들은 모두 회사가 개발하고 서비스 중인 제품의 경쟁력을 자신의 큰 비전으로 삼고 있다.

모바일 보상 광고 업체 ‘앱디스코’서 일하는 미국인 칭 빅터㉝는 “전에 일하던 회사에서 마케팅을 관리하면서 앱디스코의 광고 서비스 ‘애드라떼’를 처음 알게 됐는데 가격 대비 효과가 뛰어나 놀랐다”며 “회사의 대표가 직접 영업을 다니는 것도 신선했고 함께 일하면 좋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이 제품에 큰 애정을 쏟고 있다 보니 회사의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데 남다른 관점을 제시하는 조언자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라지는 “인도 영어전용학교에 보급해 IT기기에 익숙한 젊은 부유층을 중심으로 공략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 같아 있을 것 같아 키즈노트 구성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했다.

일본을 시작으로 미국, 대만,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세계 전역으로 영역을 넓히며 모바일 보상 광고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는 앱디스코는 아예 해외사업팀에 미국, 캐나다, 호주, 프랑스, 스페인 등 다양한 국적의 인재 8명을 배치했다. 정수환 앱디스코 대표는 “앱디스코가 설립 2년 만에 매출 150억원을 달성하고 해외서도 호평받는데에는 이들이 크게 기여했단 생각”이라고 했다.

외국인을 고용하면 다양한 사용성과 문화를 고민하며 서비스를 만들어나가기 때문에 한국의 특수성에 갇히지 않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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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창성 빙글 공동대표는 “같은 사안도 다른 언어, 문화, 사회의 관점에선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논의하고 합의점을 찾아가면서 생산적인 토론이 일어나고 이런 과정에서 서로 협력하고 배우게 돼 전체 회사의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부연했다.

이런 이유로 우리 벤처기업이 글로벌 인재 유치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는 “글로벌 인재가 한국 스타트업에 관심을 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의 경쟁력이 올라가고 있다는 증거”라며 “이를 반대로 생각해보면 장기적으로 한국 스타트업 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글로벌 인재를 끌어오는 일이 필요하단 얘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