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화된 스마트폰 시장을 되살릴 새로운 먹거리 vs. 정체성 모호…성공을 논하는 것은 도박
삼성전자가 '스마트 워치'를 히든 카드로 꺼냈다. 실물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오랜 시간 공들여 스마트 워치를 개발 중이라 밝혔다. 월가 관심도 삼성전자가 시계형 스마트폰 시장에서 '2전 3기'할 수 있을지에 모였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씨넷은 삼성전자가 연내 스마트 워치를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해당 제품이 포화된 스마트폰 시장을 되살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삼성판 스마트 워치에 대한 관심은 이영희 삼성전자 부사장이 앞서 블룸버그와 인터뷰를 통해 삼성은 오랫동안 시계형 제품을 준비해왔다고 밝히면서 커졌다.
이 과정에서 씨넷은 삼성이 지난 1999년과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제작한 원조 손목시계형 휴대폰 '워치 폰'을 재조명했다. 삼성이 지난 실패를 어떻게 새 제품의 성공에 반영할지지가 관심사란 설명이다.
스마트 워치 그 자체는 삼성전자에 새로운 것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1999년 11월에도 시계에 통화 기능이 딸린 '워치 폰(제품명 SPH-WP10)'을 발표했다. 지금으로부터 14년전, 삼성이 시계에서 새로운 모바일 단말기의 가능성을 찾은 것은 꽤 이른 시점이다.
당시 삼성은 보도자료를 통해 무선 단말기 시장이 '포화'됐다고 설명했다. 휴대폰 시장이 성장 둔화할 것을 감안, 시장 세분화 전략으로 시계에 주목했다는 것이다. 특히 젊은 세대들이 워치 폰에 열광할 것으로 예상했다.
워치폰의 통화 시간은 90분. 가격은 700달러(약 78만원)였다. 당시 물가를 생각하면 비싸게 책정됐다. 결과는 참패. 삼성이 시계형 휴대폰을 냈다는 기억을 가진 사람도 드물다.
삼성전자는 첫 제품을 발매한지 10년만에 또 다른 워치폰을 내놓았다. 2009년은 스마트폰 열풍이 불기 직전으로, 피처폰 시장이 포화에 이른 시점이다. 제품은 'S9110'이란 이름으로 프랑스에서 발매됐다. '얇은 디자인'이 강조됐다. 통화시간을 전작보다 3배 늘렸고 가격은 600달러 (약 66만원) 정도로 내렸다.
그리고 4년 후인 2013년. 삼성은 두 번의 실패를 딛고 또 다시 스마트 워치 개발 계획을 알렸다. 삼성이 '시계'를 또 다시 히든 카드로 들고 나온 이유는 역시 '시장 포화'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스마트폰 시장은 너무 빨리 성장했다. 다시 말해, 이제 곧 성장이 정체될 상황이란 이야기다.
그렇다면 삼성은 어떻게 스마트 워치를 성공시킬 수 있을까. 씨넷은 전문가들의 입을 빌어 '생각의 전환'을 강조했다. 스마트 워치의 역할은 스마트폰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라는 설명이다.
번스테인 리서치 애널리스트 토니 사코나이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쓰는 돈을 이쪽에서도 쓰도록 유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시 말해, 스마트폰과 시계가 억지로 결합되면서 '제한된 기능'만 제공할 경우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그러나 만약 새로나온 시계가 스마트폰 사용자경험(UX)을 강화하는데 사용된다면 소비자들은 훨씬 쉽게 지갑을 열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스마트 시계를 발표한 스타트업 '페블'도 이같은 아이디어를 채택했다. 시계의 좁은 화면에 휴대폰 기능을 모두 집어 넣는 것을 포기하는 대신, 시계에 특화한 앱을 블루투스를 토해 스마트폰에서 내려 받게 한 것.
예컨대 다양한 달력이나 시간 앱을 내려 받고, 간단한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게 하는 것이 스마트 워치가 선택해야 할 길이란 설명이다. 페블은 스마트 워치 아이디어로 순식간에 1천만달러에 달하는 기부금을 모았다. 출시 전부터 예비 사용자들을 다수 확보한 셈이다.
스마트폰과 스마트 워치가 보완재가 될 경우, 사용자들은 게임을 비롯해 자원을 많이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은 스마트폰에서, 문자 메시지나 부재중 통화 확인 같은 간단한 동작은 스마트 워치에서 할 수 있다. 페블은 이같은 사용자경험(UX) 개선을 원하는 소비자 열망을 성공적으로 읽은 사례다.
애플의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업계는 애플이 올해 하반기 '아이 워치'를 발표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미 쿠퍼티노 본사에 핵심 인재 100명으로 구성된 '아이 워치' 팀이 구성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아이워치의 핵심은 운영체제(OS)일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아이워치에 어떻게 자신들의 소프트웨어(SW) 생태계를 심을지에 주목하는 것이다. 작은 화면에서 아이폰이나 아이팟터치와 같은 OS를 돌릴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아이팟 나노에 적용한 것처럼, 별도 OS를 채택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가격이 저렴해진다. 소비자를 끌어들일 유인책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같은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OS의 통일성과 제품별 특화 기능을 제공하는 것은 애플 소비자들의 충성도를 불러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 역시 최근 '갤럭시'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키며 스마트폰 시장의 패권을 잡았다. 스마트 워치 전략에서도 이같은 연관성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실패할 경우 스마트 워치는 찻잔속의 태풍에 그칠 수 있다.
관련기사
- 삼성 "스마트 워치 개발하고 있다"2013.03.22
- 스마트워치 성공하기 위한 9가지 조건2013.03.22
- iOS 전략 애플시계로 이어진다2013.03.22
- 스마트 시계, 그 80년의 역사2013.03.22
외신은 스마트폰 성장이 이미 둔화되기 시작하면서 삼성전자나 애플이 계속 성장하기 위해선 새로운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이 월가 애널리스트들 사이에 대두되고 있다며 (그러나) 스마트 워치가 이같은 역할을할 수 있을지는 아직 도박같은 소리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