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 기반 스토리지가 대세로 자리잡은 요즘 테이프란 저장매체는 구식이란 이미지가 강하다. 그러나 테이프 스토리지는 꾸준한 수요 속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테이프에 사형선고를 내렸던 EMC의 바람과 달리 테이프는 기술발전으로 새로운 가능성까지 보여준다. 어느 저장수단보다 질긴 생명력이다.
한국IDC의 작년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테이프 스토리지 매출규모는 116억원이었다. 테이프는 라이브러리와 카트리지를 포함해 연평균 21%씩 성장했다. 작년 하반기 보고서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연말에 각 기업들의 테이프 소산작업이 많았기 때문에 상반기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세계적으로 판매된 스토리지 용량을 보면, 테이프는 디스크보다 10% 많이 공급된다.
테이프는 최대 30년까지도 데이터를 보존할 수 있는 저장수단이다. 기업의 1차 스토리지 와 백업 스토리지 자리를 디스크와 가상테이프라이브러리(VTL)에 내줬지만, 최후의 보루인 오프라인 저장매체로 자리잡았다. 더구나 해킹, 도용, 유출 등의 사건으로 데이터 유실 사건이 많아지며 테이프는 더 힘을 얻었다.
2011년 구글 G메일 서비스의 소프트웨어 버그로 50만 사용자의 이메일 데이터가 삭제됐을 때도 테이프 스토리지에 저장됐던 오프라인 데이터가 힘을 발휘했다.
무엇보다 테이프의 강점은 용량대비 비용이다. 동일한 용량을 구축할 때 SATA 디스크 활용 가격을 비교하면. 테이프 스토리지는 디스크 대비 20~25% 비용으로 구축가능하다. 에너지 사용비용도 238배나 적다. 유지보수 비용을 감안하면 LTO5 기반 테이프 스토리지의 총소유비용(TCO)은 2~4배 싸다.
상대적인 저비용으로 장기보관과 고집적이 가능하다는 장점에도, 테이프 스토리지는 하드디스크에 비해 느리고, 데이터 정합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을 준다. 유행에 뒤처졌다는 인식도 존재한다. 테이프 스토리지 관련업계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편견이라고 주장한다.
우선 성능 부분에선 오히려 SATA 디스크보다 테이프가 빠르다. 현재 테이프 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으로 백업 속도는 압축시 400MB/s까지 향상됐다. 이는 SATA 디스크의 백업속도인 300MB/s보다 빠른 것이다.
데이터 정합성에서도 장기보관이나 복구 시 SATA 대비 테이프는 100배의 높은 정합성을 보여줄 만큼 장애율(BER)이 낮다.
구식이란 것도 인식과 다르다. 테이프 기술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작년 나온 LTO6의 경우 2.5테라바이트(TB)로 기본 용량이 전세대보다 1.5배 늘었고, 압축률도 2대1에서 2.5대1로 향상됐다.
LTO5부터 등장한 리니어테이프파일시스템(LTFS)은 테이프를 제거 가능한 미디어(HDD, CD/DVD, USB)처럼 보이게 하는 기술이다. 이는 테이프 자체를 USB처럼 쓰듯 서버에 장착하고 윈도 상에 보이는 폴더에서 그 안의 파일을 볼 수 있게 한다.
LTFS는 테이프를 단순 최종 아카이빙 수단으로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반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해 빠르게 데이터를 찾아내고 이용할 수 있게 한다.
LTO6로 넘어가면서 파티션이 2개에서 4개로 늘었고. LTFS는 엔터프라이즈 에디션으로 발전한다. 이전까지 한 카트리지에 그쳤던 LTFS 이용단위가 전체 테이프 라이브러리 속에서 사용될 수 있게 된다. 라이브러리 내 테이프 카트리지 하나하나가 폴더 역할을 한다.
테이프 스토리지의 가능성은 또 있다. 적은 비용으로 오랜 시간 데이터를 보관하면서, 계속 용량을 확장해야 하고, 한편으론 데이터 액세스 속도도 높아야 하는 경우다.
페이스북은 작년부터 콜드 스토리지란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콜드 스토리지란 사용자가 업로드한 데이터 중 오랜 시간 사용되지 않지만, 언제든 즉시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 데이터를 저장해두는 공간을 뜻한다.
페이스북 가입자들은 자신의 사진이나 상태를 올려두고 계속 열람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사용자의 데이터는 검색이나 기타 여러 이유로 언제든 열람될 가능성을 갖고 있다.
이런 경우 장시간 데이터를 보관해야 하면서도, 빠르게 데이터를 읽어들일 스토리지가 필요하다. 이를 디스크에 담으면 장시간 보관하면서 빠른 액세스를 보장하기에 너무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페이스북은 콜드 스토리지로 플래시, 블루레이DVD 등 다양한 저장매체를 검증하고 있다.
현재 테이프 스토리지에도 페이스북의 콜드스토리지 같은 역할을 구현하는 게 나와 있다. 크로스로드 RVA란 IBM의 테이프 어플라이언스가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테이프에 저장된 데이터 중 자주 사용되는 데이터를 버퍼 영역에 둠으로써 액세스 속도를 빠르게 했다.
또한 테이프 라이브러리의 속도도 매우 빨라졌다. IBM의 최고사양 라이브러리인 TS3500의 경우 최대 60PB(비압축)까지 확장가능하다. 그러나 로봇 ARM이 테이프를 찾아내 드라이브에 꽂기까지 2~4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TS3500의 경우 프레임을 16개까지 확장할 수 있는데, 다른 프레임으로 테이프를 넘기더라도 4~6초면 드라이브에 꽂혀 데이터를 읽어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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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무엘 한국IBM 스토리지사업부 과장은 “테이프 라이브러리는 이제 HD 비디오를 스트리밍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를 보여준다”라며 “향후 빅데이터나 클라우드 환경에서 오랜 시간 저장해야 할 데이터 용량이 늘어나면서 경제적이고 빠른 테이프 스토리지가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테이프 스토리지는 현재 IBM, 오라클, 퀀텀 등이 사업을 벌이고 있다. 디스크 백업을 주류로 부상시켰던 EMC 역시 스펙트라로직이란 회사의 제품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판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