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정부조직개편안과 관련해서 주파수 관리 문제가 거론됐다. 여야간 잠정 합의안이 노출됐는데, 주파수를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나눠서 관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주파수는 무선통신을 비롯한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핵이다. 이를 방송용-통신용으로 구분하고 소관부처를 2~3개로 나누겠다는 발상 자체가 ICT 진흥과 정면으로 대치한다. 정치적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규제만 늘리는 행태다.
6일 방송통신위원회와 관련 업계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잠정 합의한 정부조직개편안 내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합의 내용에는 주파수를 방송용과 통신용으로 분리해서 미래부와 방통위가 관리하고, 신규 주파수 분배 심의권은 국무총리실이 갖는다. 또한 개인정보보호 업무와 위치정보 서비스 산업, 정보윤리 업무 등을 방통위에 남기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주파수를 방송 및 통신용으로 나눠서 관리하는 방안에 대해 실무진들의 우려가 많다며 어느 부처든 한 곳에서 통합관리하는 것이 업무 효율성은 물론 산업 진흥 측면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야간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큰 틀을 마련해 주면 (주파수 같은)세부 사항은 전문가들이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 맞지 않나라며 이런 부분까지 세세하게 정치권에서 구분하고 합의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라고 지적했다.
일반인들은 주파수 개발 및 관리 문제의 중요성을 잘 알지 못한다. 주파수는 무선통신을 가능케 하는 '공공재' 성격을 띄는 동시에 ICT 융합산업 발전을 위한 '필수재'다. 또한 이통사들에게 수천억원의 사용료를 지속적으로 거둬들일 수 있는 화수분이기도 하다.
산업 진흥에 반드시 필요하면서도 그 자체로 돈이 되기 때문에 이를 담당하게 될 부처는 '풍부한 예산'이라는 힘까지 얻게 된다. 업계 일각에서 주파수 담당부처를 나누는 것에 대해 민생 보다는 정치권 밥그릇 챙기기에 바쁜것 아니냐는 비판을 하는 이유다.
정부조직 개편안에서 여야 힘겨루기의 중심 이슈인 종합유선방송국(SO) 이관 문제도 민생 보다 정치적 대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유료방송산업의 진흥을 토로하는 업계의 목소리는 찾아 보기 힘들다.
예정대로라면 방통위는 오는 4월경 롱텀에볼루션(LTE) 주파수를 추가 할당할 계획이다. 이통사들은 LTE 가입자가 급속하게 늘어 추가 주파수 없이는 하반기부터 서비스 품질을 보장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조속한 처리를 바라고 있다.
주파수 할당 방안에 따라 각 이통사의 LTE 경쟁력이 갈리기 때문에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공정경쟁'을, KT는 '효율성'을 고려한 주파수 할당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워낙 민감한 사안인 만큼 전문성을 갖춘 주무부처의 판단과 안정적 정책 추진이 어느 때 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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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지금으로서는 이동통신 업계의 최대 관심사인 LTE 주파수 할당이 언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관련 업무를 어디서 맡게 될 지 정해지지 않았고, 여야 합의안 대로 주관부처가 나눠질 경우 문제는 더욱 복잡해 진다.
또다른 방통위는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는 방통위가 LTE 주파수 추가 할당을 처리하기 힘들다며 일단 정부조직 개편안이 확정되고 업무가 이관되고 난 후에야 진행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