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게임이 5일 100종을 돌파한다. 지난해 7월 말 모바일 게임 10종으로 ‘게임하기’ 서비스를 시작한지 약 220일 동안 이룬 결과다. 국내 스마트폰 게임 시장의 판을 바꿨을 뿐 아니라 메신저 기반 앱을 통해 게임을 즐기는 시대의 문을 열었다.
이날 카카오는 “오늘 출시 예정작들이 모두 나오면 100종 이상의 게임을 서비스하게 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이후 매주 화요일 신규 게임들을 선보인 카카오는 지난 4일까지 선보인 92종의 게임에서 세자릿수의 외부 공급 게임 콘텐츠를 갖추는 것이다.
‘기대 반, 우려 반’ 속에 시작한 카카오톡 게임하기는 국내 모바일 게임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선 ‘애니팡’부터 ‘윈드러너’에 이르는 스타 게임의 산실 역할을 했다. 빠르게 성장하는 모바일 게임 이용자 층을 대폭 확대시켰다. 또 게임이 전체 애플리케이션 매출 비중이 가장 높다는 부분을 확인시켰다. 나아가 메신저 앱이 강력한 소셜 모바일 게임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잇따른 국민게임 배출, ‘for Kakao’의 열풍
카카오톡 게임하기의 최대 수혜자인 동시에 협력자로 선데이토즈의 애니팡이 꼽힌다. 애니팡은 현재 2천500만 다운로드 기록과 국내 게임 최대 동시접속자 수를 자랑한 국민게임이다. 초기 카카오 게임 열풍을 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선데이토즈 측은 현재 가입자 8천만 명, 주간 이용자 2천900만 명에 이르는 소셜그래프를 지닌 카카오톡과 소셜 게임에 집중했던 자사의 전략이 딱 맞아떨어졌다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이는 결과적으로 큰 성공을 낳았다. 단순한 퍼즐 장르의 캐주얼 게임이지만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지난해 게임대상 우수상과 인기상 등 모바일 플랫폼 분야 수상을 휩쓸었다.
각종 매체들은 새로운 국민게임의 탄생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기존 게임 이용자를 넘어서 중장년층을 아우르며, 이용자층을 대폭 확대시켰기 때문이다.
애니팡에서 그치지 않았다. 유사 장르 게임 캔디팡이 이보다 빠른 인기 속도를 보인 뒤 등장한 넥스트플로어의 ‘드래곤플라이트’가 새 국민게임으로 탄생했다. 무명 개발사 넥스트플로어는 일약 스타 개발사가 됐다.
이후 핫독스튜디오의 ‘모두의 게임’, CJ E&M 넷마블의 ‘다함께차차차’,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의 ‘윈드러너’가 국내 1위 모바일 게임의 왕좌를 이어갔다. 뿐만 아니다. 최고 인기 팜류 소셜네트워크게임(SNG) 자리를 파티스튜디오의 ‘아이러브커피’가 물려받았고 액션 대전 게임, 퀴즈 게임, 리듬 액션 게임 등 다양한 장르의 인기 게임을 탄생시켰다. 카카오 설립자 김범수 의장이 밝힌 “3년재 100만개 콘텐츠 공급사 모두 수익을 내게 하겠다”는 뜻이 현실로 다가온 과정이다.
■온라인, 콘솔 게임을 위협하는 매출
카카오톡 게임하기의 흥행은 무료 메시지 서비스를 제공하던 카카오를 단숨에 흑자로 전환시켰다. 콘텐츠 공급사의 게임을 자사 메신저 이용자에게 소개하고 일부 수수료를 받은 것이 이 회사 매출의 상당 부분을 기록한 것이다.
모바일 앱 시장조사업체 앱애니닷컴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앱 매출 비중 가운데 게임이 차지하는 비율은 95% 안팎이다. 가까운 일본이 90%, 미국이 80% 내외라는 점을 비교할 때 유독 게임 매출이 높은 편이다.
앱애니닷컴이 내놓은 지난해 10월 모바일 시장 리포트에는 주목할 만한 도표가 실렸다. 당시 큰 인기를 끌던 드래곤플라이트와 애니팡이 전세계 안드로이드 앱 시장서 매출 3, 4위를 기록한 것이다. 이어 7위에 아이러브커피, 9위에 캔디팡이 자리를 잡았다. 카카오 게임 4종의 매출이 전세계 10위 이내에 들었다는 것이다.
당시 이 회사는 “서양에선 페이스북이 주요 소셜 그래프 역할을 하는 것과 달리 한국에선 모바일 중심의 카카오가 파급력이 매우 뛰어나며 매출 성장 가능성이 큰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드래곤플라이트의 폭발력에 주목했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룰더스카이가 월 30억 매출로 모바일 게임의 가능성을 알렸고, 애니팡이 국내 잠재 게임 이용자층을 늘렸다면, 드래곤플라이트는 기존 온라인게임사들도 모바일 시장에 뛰어드는 결과를 낳았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게임이 국내 게임사의 체질 변환을 주도했다는 뜻이다. 100종의 게임을 갖춘 카카오톡 게임하기를 둘러보면 신생 개발사는 물론 대형 회사들까지 모두 뛰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모바일 메신저 기반의 게임 서비스 주도
카카오가 처음 게임 서비스를 진행할 당시 한 외국 게임사 임원은 “일반 IT 서비스 이용자와 게임 이용자의 요구 사항은 큰 차이를 보인다”며 “게임 서비스 경험이 없는 카카오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예상과는 달리 정반대로 흘렀다. 오히려 한 국내 소셜게임사 대표는 “페이스북은 게임을 해본 회사가 아니지만 소셜 게임 장르를 확립시키지 않았냐”며 “사람이 모이는 곳에 놀고 즐기는 일이 많은 운동장에 비유해야 한다”며 반박했다.
결국 후자의 의견이 옳았던 것이다.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축을 옮기는 시기에 등장한 모바일 소셜 게임 서비스는 성공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지금의 업계 중론이다.
이 분위기는 경쟁사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먼저 다음이 서비스 중인 ‘마이피플’이 게임 서비스를 선보였다. 일본 최대 모바일 소셜 게임사 디엔에이(DeNA)와 공동으로 선보인 ‘다음-모바게’가 있음에도 메신저 기반 게임 서비스를 추가로 내놓은 것이다.
이후 일본 시장을 기반으로 한 NHN 재팬의 ‘라인(LINE)’이 게임 서비스를 진행했다. 일본 앱스토어에서 ‘라인팝’, ‘라인버블’ 등이 인기를 끄는 등 이른 시기부터 괄목할 성과를 보이며 성장 가능성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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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오픈마켓 사업자인 SK플래닛도 ‘T스토어 3.0’을 내걸며 휴대폰에 저장된 연락처를 활용했고, 넥슨이 선보인 자체 플랫폼 ‘넥슨플레이’도 같은 방식을 취했다. 나아가 3억명에 이르는 중화권 이용자를 거느린 텐센트의 ‘위챗’까지 시장 진출을 예고한 상황이다.
카카오톡 게임하기가 선도한 시장이 만개하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우려의 시선은 적지 않다. 한 모바일 게임 퍼블리싱 업체 관계자는 “게임은 개발하는 것보다 운영하는 것이 더 어렵기 마련이고 배급 유통의 문제는 초반 인기를 올리는 것보다 여러 종의 게임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게 우선이다”며 “100종 이상의 게임을 갖춘 카카오의 지금까지 성과는 박수받기에 충분하지만 앞으로 엄청난 과제가 쌓여있음을 각인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