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스페인)=정윤희 기자>“네트워크 사용료에만 집착하면 미래는 없다.”
이석채 KT 회장이 26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기조연설에서 전통적 통신사업의 암울한 미래를 예견하며 그 대안을 제시했다.
이 회장은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전통적 네트워크에서 브로드밴드로 이동하고 있다”며 “브로드밴드 시대에는 통신의 비중과 가치가 갈수록 작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카카오톡, 네이버처럼 브로드밴드를 활용해 가상재화를 유통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이 번창하는 반면, 통신서비스를 위주로 하는 KT와 같은 통신사들은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KT가 아이폰 도입 이후 3년간 무선 네트워크에 4조원 이상을 투자했으나 수익은 정체됐다는 설명이다.
가상재화란 디지털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IT솔루션, e-러닝, e-헬스 등 브로드밴드 위에서 생산, 유통, 소비되는 비통신 서비스를 통칭한다.
이 회장은 “이제 통신사들은 스스로 가상재화의 제작자가 되거나 애플의 앱스토어처럼 가상재화 유통사업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로드밴드 위에 가상재화의 거래를 위한 큰 시장을 만들어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 장터에서 온갖 것들을 사고팔도록 하면서 사용료를 받자는 것이다.
그는 “KT는 가상재화 시장에 직접 진출함으로써 ‘전통적인 통신회사’에서 ‘ICT 컨버전스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며 KT의 사례를 소개했다. 일례로는 IPTV, e-러닝, 한류 영어정보 사이트 숨피, 실시간 동영상 중계 유스트림, 스마트폰 전용 음악서비스 지니 등을 들었다.
이어 “통신회사가 브로브밴드에 기반을 둔 가상재화 사업자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로컬 마켓을 넘어 글로벌 공동마켓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0년 글로벌 통신사들자들이 만든 WAC의 실패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글로벌 공동마켓을 다시 한 번 구축하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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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은 글로벌 앱 마켓을 구축하기 위해 4~5개 OS가 경쟁하는 체제를 구축하거나 타이젠과 같은 기존의 OS를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단번에 글로벌 규모의 공동시장 창출이 어렵다면 뜻을 같이 하는 일부 통신회사만이라도 공동의 자유무역시장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이 회장은 “글로벌 가상재화 시장이 열리면 일자리 창출뿐만 아니라 교육격차 해소, 에너지 절감 등 수많은 사회적 문제에도 큰 도움이 되고, 세계 경제 발전의 새로운 엔진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