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퓨전’ 하면 좋은 이미지가 떠오른다. 각각의 특징과 장점을 버무려 더 나은 무언가를 만들어냈다는 긍정적 의미로 사용된다.
반면 게임에서 퓨전은 애매하거나 또는 무모한 도전이란 인식이 강하다. 기존 것과 달라야 한다, 보다 새로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만들어진 퓨전 게임이 많았기 때문인데, 이는 이용자들의 외면으로 이어지기 일쑤였다.
이 가운데 CJ게임랩이 ‘하운즈’를 통해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선택했다. 롤플레잉게임(RPG)과 1인칭슈팅(FPS) 특징을 결합한 ‘RPS’라는 퓨전 장르의 게임을 선보인 것.
사실 업계는 ‘서든어택2’로 불리던 ‘S2 온라인’ 실패 후에 만들어진 유사 장르의 게임이라 하운즈를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퓨전 장르라는 점이 기대감을 불어넣기도 했지만, 불안감을 키운 측면도 적지 않다.
하지만 지난 21일 오픈한 하운즈에 대한 초반 평가는 ‘합격’이다. 기대 이상이다. 기존의 우려와 달리 RPG와 FPS 두 장르의 특징과 재미 요소를 적절히 결합시켰다. 성장의 재미와 학살의 재미를 동시에 잘 살려냈다. 생존을 위한 좀비들과의 전투 역시 숨 막히게 전개된다. 개발진들의 숨은 노력과 세밀한 장치들이 돋보인다.
■하운즈의 시작…좀비와의 첫 대면
먼저 하우즈는 전반적인 스토리를 설명하는 영상과 함께 간단한 미션이 주어지는 튜토리얼 모드로 시작된다. 기본적인 단축키는 기존의 FPS 및 RPG와 유사하기 때문에 특별히 조작의 어려움은 없다. 다만 칼을 휘두르기 위해서는 'F' 키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처럼 소수키만 익히면 된다.
기존 게임들의 키와 차이점이 있다면 스페이스바 키가 자주 사용된다는 점이다. NPC(Non Player Character)에게 말을 걸 때, 앞구르기를 할 때, 또 미션 안에서 문을 열거나 사물의 반응을 이끌어낼 때 등 다양하게 쓰인다.
캐릭터를 선택한 뒤 채널을 설정, 본격적인 게임에 들어가면 미션(퀘스트)을 받게 된다. 각각의 미션은 RPG의 던전처럼 하나의 지역에 들어가 적들을 물리치면 되는 방식이다. 부상자를 호위해 구출해야 하는 방식도 있다. 각 미션 지역은 난이도가 여러 등급으로 나뉘어 있으며, 난이도에 따라 여러 이용자와 파티를 맺고 들어가면 된다.
하운즈는 각 미션별로 방을 만들거나 파티를 자동으로 매칭 시켜주는 기능이 매우 빠르고 편리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파티원을 찾기 위해 글을 올리고, 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파티 신청을 하는 등의 작업으로 오랫동안 시간을 낭비할 걱정이 없다. 이 기능은 FPS 게임의 장점을 잘 살려냈다.
■하운즈 적진 안으로…무차별 공격의 시작
미션 전투가 시작되면 주로 어두컴컴한 분위기의 공간에서 임무가 시작된다. 성우 음성으로 전반적인 임무가 안내되고, 미로처럼 연결된 지역을 뚫고 나가면서 벌떼처럼 덤벼드는 좀비들과 싸워야 한다. 무차별적인 학살이 시작된다.
라이플, 서브머신건(SMG), 권총, 수류탄 등 기존 FPS 게임에서 사용되는 총기뿐 아니라, 레벨이 올라가면 개들링건과 그레네이드 런처 등 폭발적인 화력을 자랑하는 강력한 무기도 사용 가능하다.
특히 하운즈의 재미는 전투의 재미와 몰입감을 높여주는 사운드와 부가적인 장치들이다. 실내로 새어져 떨어지는 물소리부터 고요한 실내에 울리는 발자국 소리 등은 공포감을 배가 시켜 준다.
또 탄약 충전소와 무기 수리점 등이 곳곳에 비치돼 있어 고조된 게임의 긴장감을 한 턴 쉬어갈 수 있게 해주는 장치라던가, 장애물을 밀고 부수고 뛰어넘는 설정도 게임의 재미를 더욱 높여준다.
무엇보다 쓰나미처럼 몰려드는 좀비들을 향해 난사하는 재미도 하운즈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다. 신중하게 총구를 겨누고, 숨죽인 상태에서 한 발을 발사해야 했던 기존 FPS 게임과 달리 단 시간 내에 대량 학살을 함으로써 시원한 전투를 가능하게 해준다. 잔인하긴 하지만 시체가 날라 가고, 사방으로 피가 튀기는 장면에서 짜릿함이 느껴진다.
또 하운즈는 이용자들끼리 겨룰 수 있는 PvP(Player vs Player) 모드를 지원한다. 미션을 통해 성장한 캐릭터를 이용해 팀데스매치 등 다양한 PvP 모드를 즐길 수 있다. 미션을 하나씩 풀어가는 재미와, 이를 통해 성장해 나가는 즐거움, 그리고 상대편과의 대전을 통해 승리를 쟁취하는 기쁨까지 3박자가 고루 갖춰진 게임이 바로 하운즈다.
■하운즈를 나서며…익숙함과 낯설음의 경계에 서다
‘좀비 사냥’이란 점에서 하운즈의 세계관은 기존의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떻게 보면 식상한 소재다. 이미 사람들은 ‘나는 전설이다’, ‘레지던트이블’, ‘워킹데드’ 등을 통해 좀비 소재에 익숙해져 있다.
게임 역시 최근에 기대를 모으고 있는 너티독의 ‘라스트오브어스’나, 좀비를 다양한 무기로 학살하는 ‘데드라이징’과 같은 게임이 대표적인 좀비 게임이다. 그렇기 때문에 좀비 소재는 하운즈를 식상하게 할 수도, 또 익숙하게 할 수도 있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미션을 통해 모인 ‘토큰’을 이용해 무기나 장비, 또 제조에 필요한 다양한 재료들을 바꾸는 등의 RPG적인 요소들은 하운즈의 부가적인 재미 요소다. 아울러 총기를 개조하거나, 여러 장비들을 부수고 이를 통해 다양한 아이템들을 축출하는 재미도 이 게임의 매력이다.
이 외에도 하운즈 이용자들은 스킬을 배우고, 아이템을 거래하고, 창고에 물건을 보관하는 등 RPG에서 해오던 작업들을 통해 캐릭터를 성장시켜 나가야 한다. 단순한 FPS 게임에 익숙해져 있는 이용자들에게는 다소 낯설고 복잡해 보일 수 있지만, RPG 이용자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작업이다.
각각의 미션부터, PvP 맵 하나하나에 들어간 개발진들의 노력의 흔적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만 하운즈는 ‘한방’을 즐기던 기존 FPS 게임 이용자들에게는 다소 정신 사나운 게임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워낙 수많은 좀비들이 사방에서 모여들기 때문이다. 또 같은 팀을 이룬 팀원들과 좀비가 한 데 엉켜 있어 정확히 조준한 뒤 사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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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볼 때 하운즈의 출발 성적은 좋다. 이미 PC방 순위 20위권 내(게임트릭스 25일 순위 기준)에 진입했다. 서비스 초기 서버가 불안정했던 것을 감안하면 괜찮은 출발이다. 또 각 채널의 이용자 현황이나, 게임 내에 활동하고 있는 이용자, 파티 매칭 속도를 봤을 때 상당히 많은 이용자들이 하운즈를 즐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운즈를 종합 평가했을 때 국내 게임업계에 드문 퓨전 게임의 성공작이 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보다 안정적인 운영만 뒷받침 된다면 서든어택 부럽지 않은 CJ게임랩의 히트작이 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엿보이는 걸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