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구코너]하늘을 나는 그림...TV의 발명㉑향방을 가른 증언

일반입력 :2013/02/17 06:33    수정: 2013/02/18 08:08

이재구 기자

23■“발명의 우선권은 판즈워스에게 있다”

“파일로가 리그비고등학교 때 전자식TV를 발명했다고요?”

RCA변호사들은 판즈워스의 얘기를 전해듣고는 콧방귀를 뀌었다.

“어떻게 어린애가 전자TV같은 미묘한 발명품을 만들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다는 말이죠?그렇다면 그 당시 파일로의 선생님이 기억하신단 말인가요? 가 봅시다...”

저스틴 톨먼 선생은 분명하게 리그비 시절 자신이 가르쳤던 학생이 당시 칠판에 일련의 다이어그램을 그렸던 사실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요, 당시 파일로는 내게 와서 화학과 상관도 없는 그림을 이렇게 그려서 나도 어리둥절했었지요.”

이렇게 말한 저스틴 톨먼 선생은 놀랍게도 이들 앞에서 어린 파일로가 그렸던 그림을 기억해 아주 간략하게 전자진공관 모양을 스케치 해 내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아주 정확하게 이미지 디섹터 모습 그대로 재현해 낸 것이었다. RCA변호사는 그 스케치그림을 립핀코트에게 건네면서 말없이 자신의 머리를 흔들었다.

이후 거인 RCA는 사건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 수 있었음에도 놀라울 정도로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RCA는 특허소송의 정점에서 스스로 무너졌다. 즈보리킨은 아이코노스코프가 소송 11년 전인 1923년에 발명된 그 어떤 발명품으로부터 시작됐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단지 모호한 언급만이 있을 뿐이고 그것들조차도 믿을 수 없으며 나중에 나온 발명건 및 지식에 의해 영향을 받은 것이다.”

1934년 봄, 미국특허청은 추후에도 이어질 여러 건의 즈보리킨 대 판즈워스 관련 소송에서 최초의 기념비적인 판결을 내렸다. 미특허 64, 027호에 대한 최종 판결에서 특허심사관들은 RCA의 주장에 대해 조롱 수준의 표현을 한 요약판결문을 통해 판즈워스의 손을 들어주었다.

RCA에 대한 판결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1.즈보리킨은 판즈워스에게 주어진 특허에 대해 ‘전기이미지’라는 특정된 단어를 정의하면서 간섭할 권한이 없다.

2.즈보리킨은 자신의 기기가 개별공간입자를 만들어내는 디스크릿 글로뷸(Discrete ㅎlobules)없이는 스캐닝된 전기이미지를 만들어 낸다는 사실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간섭할 권한이 없다. 또 즈보리킨의 (1923년 특허)출원내용은 그런 기기를 밝히고 있지 않다.

3.즈보리킨은 비록 원래 공개된 이 기기가 현재 즈보리킨이 주장한 방식대로 작동하더라도

이에 대해 참견할 권한이 없다. 왜냐하면 이 즈보리킨이 주장하는 기기작동 방식으로는 텔레비전 신호를 만들기 위해 스캐닝되는 전기이미지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미특허청은 추가된 몇 페이지의 법적 공문에서도 이같이 명료하게 선언했다.

“발명의 우선권은 필로 판즈워스에게 있다.”

불행하게도 이 엄청난 반향을 불러올 판결에 하나의 작은 문장이 추가됐다.

'항소의 기한: 1935년 8월22일.'

달리 말하면 RCA는 이 판결에 대해 16개월 동안의 항소기한을 갖게 됐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RCA가 항소하면 법정소송을 할 막대한 비용이 없는 판즈워스와 후원자들은 이 16개월 동안 매일 한숨을 쉬며 날짜가 지나기만을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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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CA는 쉽사리 특허공세를 포기하려 들지 않았다.

이는 판즈워스연구소의 텔레비전 연구개발비를 소송비로 전용할 수 밖에 없다는 의미였다. 특허주장이 양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업적 특허 판매를 위한 활동도 물론 할 수 없었다. 소송에 걸려 있는 특허를 라이선스받기 위해 돈을 낼 기업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