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에 입찰했다가 사업자 선정에서 떨어져 제안서 비용을 날릴 위기에 처한 업체에게 보상을 해준 공공기관 사례가 등장했다. 행정안전부가 공공기관에 프로젝트 우선협상자를 제외한 후순위 업체에게 제안서 비용을 보상하라는 제도를 도입한 이후 5년만이다.
14일 IT업계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프로젝트에 입찰했다 차순위로 밀린 2, 3위 업체에게 제안서 비용으로 수백만원 규모의 실비를 지급했다. 의료시스템 구축 사업으로 입찰에서 2위에 오른 KCC정보통신, 3위 대우정보시스템이 수혜를 입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제안서 비용 보상 등 공공 프로젝트의 수발주에서 인식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이 중견업체에게 제안서 비용을 보상했다”고 설명했다. KCC정보, 대우정보 등 중견기업은 비록 사업 수주에는 실패했지만 제안서 비용을 보전받으며 사업 수주에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는 “지난 2009년에 예산을 따로 편성하기 시작했다”며 “2010년에는 분리발주로 인해 프로젝트 규모가 작아 보상받은 업체가 없지만 지난해는 일부 업체에게 제안서 비용을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행안부 제도 도입 4년이 지났지만…
행정안전부는 지난 2008년 전자정부 프로젝트에 제안서 보상 규정을 마련했다. 다만 공공기관들은 예산 확보에 난색을 표하며 실제 보상이 확대되지는 못했다.
행안부는 공공기관의 단순장비 공급이 아닌 용역분야에 한해 20억원 이상 프로젝트에 대해 기술평점 80점 이상을 받으면 운영 기준에 따라 제안서 비용을 보상해주도록 했다.

지난 2006년 12월 참여정부 시절 정보통신부가 마련했지만 정권이 바뀌며 사라졌다. 다시 지난 2009년 MB정부의 소프트웨어진흥법 시행령으로 부활했다. 제도는 마련됐지만 별도의 제재 규정은 없다. 기획재정부 역시 예산 편성에 소극적이다.
한 공공기관 IT 관련 부서 관계자는 “행안부에서는 프로젝트에서 탈락한 업체에 대한 제안서 보상을 권고하고 있지만 실제 적용하기는 어렵다”며 “기획재정부에서 보상비용을 별도로 예산으로 책정해주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IT업계 관계자도 “공공 프로젝트를 하고는 싶지만 제안서 비용을 보상받을 길이 어렵다”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제안서 보상의 경우는 드문 사례”라고 설명했다.
■심사평가원 2, 3위 업체에 제안서 비용 지급
IT업계는 제안서 비용으로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소요된다고 토로한다. 제안서를 작성하는 팀을 구성하고 제작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다.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제안서 문구를 만들고 디자인해 인쇄하고 배포하는 데까지 적지 않은 금액이 소요된다. 프로젝트에 떨어지면 제안서 비용을 고스란히 날려야 하는 셈이다.
한 중견 IT업계 관계자는 한해 제안서 작성 비용에만 2억원 이상이 소요된다며 수주율이 높지 못한 경우 고스란이 적자로 누적된다고 말했다. 영업이익이 수억~수십억원인 중견업체들에게는 무시할 수 없는 비용이다.
행안부는 전자정부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꾸준히 제안서 비용을 보상한다. 한국정보화진흥원 관계자는 “행안부 전자정부 사업에 관해서는 2008년 이해 보상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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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2009년부터 제도를 도입했지만 분리발주, 예상수급 등에 따라 매년 적용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평원 관계자는 올해도 제안서 탈락업체에게 비용을 지급하기 위해 별도의 예산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2개 정도는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프로젝트를 제외하고는 공공기관의 제안서 비용은 여전히 IT업체들의 몫이다. IT업계 관계자는 “공공시장은 중견업체 참여로 갈수록 경쟁은 심화되고 있다”며 “외국처럼 제안서 비용만이라도 보장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