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은 언제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해야 한다. 한게임 창업, 카카오 창업 등 인생에서 결단의 순간마다 나는 문제 해결 방식을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케이큐브벤처스가 5일 이화여대 ECC 이삼봉홀에서 개최한 ‘스타트업/벤처업계를 위한 무료 컨퍼런스’에 기조연설자로 참석해 이 같이 말했다.
평소 대학 강단을 제외하고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그가 이날 강연에 나선 이유는 스타트업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케이큐브벤처스는 김 의장이 관여하고 있는 초기 스타트업 투자사다.
김 의장은 자신을 ‘롤모델’로 삼고 있는 300여명의 후배 창업가들 앞에서 자신이 창업 전선에 뛰어들게 된 계기, 한게임을 성공적으로 탄생시킨 일, 카카오톡을 만들게 된 배경 등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아낌없이 풀어놓으며 진지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그는 자신이 현재의 위치까지 이르게 된 첫 순간을 회상했다. “어느 날 후배 사무실에 갔다가 PC통신과 조우하게 됐습니다. ‘연결된 세상’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이었죠. 무한한 잠재력, 가능성을 느꼈습니다.”
당시 대학원을 다녔던 김 의장은 PC통신에 대한 졸업 논문을 써낸 후 1992년 삼성 SDS에 입사했다. 삼성이 ‘유니텔’이라는 PC통신 사업을 시작하던 시기였다. 김 의장은 유니텔의 개발과 기획 등을 맡아 일했다.
연결된 세상을 직접 개척하는 일이 즐거웠지만, 김 의장은 현재에 안주하지 않았다. “PC통신 이후 인터넷의 시대가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PC통신은 엄청난 장비가 필요하지만 인터넷은 그렇지 않았어요. 그래서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과 게임을 즐긴다면?’이라는 질문을 생각해냈죠.”
그게 1998년 ‘전세계 최초로 웹에서 자동으로 클라이언트를 구동해 즐기는 게임 포털’ 한게임을 창업하게 된 발단이었다. 이후 한게임은 2000년 네이버와 합병해 지금에 이른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그에게도 위기는 찾아왔다. 이 역시 외부가 아닌 내면의 질문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그는 ‘배는 항구에 정박해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 하지만 그것은 배의 존재 이유가 아니다’는 말을 계속 되뇌었다. “어느날 문득 20, 30대를 다 바쳐왔던 일이 뭔가 허탈해졌어요. ‘문제 인식의 처음으로 돌아가야겠구나’라고 생각했죠.”
나이 마흔 살 되던 해 그는 모든 걸 다 내려 놓고 미국으로 떠났다. 1년 동안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이들도 휴학을 시키고 함께 여행을 다니는 등 ‘가족 안식년’을 즐겼다. 그렇게 휴식에 젖어있던 그에게 다시 한번 운명이 다가왔다. 아이폰의 등장이었다. PC통신, 인터넷과의 조우처럼 아이폰은 새로운 모바일 혁명 시대에 대한 기대감을 안겼다.
그 길로 그는 한국에 들어와 지금의 카카오 전신인 ‘아이위랩’을 창업했다. 아직 국내에 출시도 되기 전이었던 아이폰을 들여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만들라는 주문을 했다. ‘카카오톡’이라는 달콤한 성과는 이러한 도전과 이후 몇 번의 실패 끝에 나올 수 있었다.
현재 카카오톡은 일 방문자만 2천800만명에 달한다. 이는 PC와 모바일을 더해 1천800만명의 일 방문자 규모를 가진 네이버를 넘어선 것이다.
그는 “당시 스마트폰 앱은 10만개 가량 됐는데 이 수많은 앱 중 과연 무엇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올바른 문제 인식이 필요했다”며 “여러 프로젝트가 가동됐지만 딱 하나에만 집중하자는 판단에 나머지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20명의 남짓 됐던 전직원이 오직 카카오톡에 매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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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장은 여기에서 ‘문제 해결’이라는 접근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원래 웹 서비스를 고민하다 만든 회사지만, 모바일이라는 문제에 봉착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카카오톡이라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비즈니스의 핵심은 차별화”라는 점도 강조했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스스로 생각해낸 차별화에 골몰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런데 문제 인식과 해결은 언제나 고객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됩니다.” 삼성SDS에서 유니텔을 키워 한창 잘나갈 때 뛰쳐나와 한게임을 창업하고, NHN이라는 안정된 울타리를 다시 걷어차고 나와 카카오를 만든 뒤 계속 도전길을 걷고 있는 김범수 의장이 이제 막 시작점에 선 후배 창업가들에게 내놓은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