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존재감이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보다 못하다면? 3사 모두 플랫폼 생태계 확산에 힘쓰는 글로벌 업체로 묘사되지만, 국내 개발자를 겨냥한 대외적 노력 측면에서 MS와 구글에 비해 애플의 부족함이 두드러진다.
글로벌 플랫폼 업체들은 정기적인 개발자 대상으로 자체 플랫폼 최신 기술을 제시하는 컨퍼런스 외에도 지역별로 현지화된 소규모 세미나와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개발대회 등을 열곤 한다. 선두업체를 뒤쫓느라, 혹은 추격자를 따돌리느라, 시장으로 삼은 지역별로 현지 개발자들과의 접점을 늘리고 이어가기 위해서다.
모바일 사업자들의 '생태계' 전략도 그 플랫폼에 의지하는 개발자와 사용자를 더 많이 붙잡아두는 '규모의 싸움'으로 수렴한다. 선두권인 구글과 애플, 이들을 추격중인 MS가 개발자를 대상으로 벌이는 활동을 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생태계의 핵심은 개발자와 소비자가 만나는 열린 장터를 만들고 동참을 유도하는 것이다. 다만 이를 위한 3사의 지원방식과 세부 프로그램은 상이하다.
■MS, 학생 및 현업 개발자-중소기업에 기술정보 교류
한국MS의 방식은 회사가 만든 기업과 소비자용 운영체제(OS)와 플랫폼 관련 제품을 무료 제공하고 현업 또는 학생 개발자를 겨냥한 지원 프로그램과 기술 세미나를 진행하는 것이다. 회사 플랫폼에 초점을 맞춰 SW개발 경험과 전문지식을 얻을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개발자 개인정보와 학습을 지원하는 MS개발자네트워크(MSDN) ▲산업 지원을 위한 SW생태계 프로그램 ▲학생을 위한 MS아카데미, 3가지 상시 운영되는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MSDN은 개발자 포털 서비스와 연간 구독 혜택을 포함한다. 포털은 분야별 기술문서 300만건 이상을 담은 사이트로 본사와 한국 MS개발자, 에반젤리스트 블로그, 사용자포럼, 오픈소스프로젝트사이트 등 MS가 제공하는 개발자 관련 정보와 프로그램을 한번에 찾아볼 수 있는 창구다. 동일한 문건에 대해 한국어 정보가 있을 경우 한국어로 표시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영어 콘텐츠를 제공한다. 연간구독혜택은 제품개발과정에 필요한 여러 MS 제품을 낮은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 최신 OS, 서버, 오피스 등 생산성프로그램, 기술지원라이선스를 포함하는 패키지가 제공된다.
또 MSDN세미나와 웹캐스트가 온라인강의용 콘텐츠로 제공된다. 연간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세미나가 지속돼 웹, 클라이언트, 서버 개발같은 분야별 콘텐츠를 에반젤리스트와 업계 개발전문가가 전달하는 방식으로 연간 2만명 이상 이용중이다. 최신플랫폼과 기술트렌드를 소개하는 무료 온라인컨퍼런스 '테크데이즈'도 지난 2009년부터 연 2회 개발자 10만명과 IT전문가에게 앞선 기술과 정보교류의 기회를 제공해왔다. 회사는 각국에 개발자 및 플랫폼 사업본부(DPE) 조직을 둬 개발자 지원 활동을 전담케 했다. DPE의 한국MS 개발자와 IT프로 에반젤리스트들이 지난 2008년부터 에반젤리스트의 팀블로그(http://blogs.msdn.com/eva)에 각자 관심분야 기술이나 소식을 전했다.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은 이매진컵, MS스튜던트파트너(MSP), 드림스파크 등이 있다. 16세 이상 학생들이 모여 지역별 예선부터 MS본사 본선으로 이어지는 글로벌 SW경진대회 '이매진컵'은 SW월드컵이란 별명만큼 유명하다. MSP는 지난 2005년부터 학생에반젤리스트를 선발해 이들에게 MS 신기술을 먼저 접하게 하고 분야별 전문가 강연을 받을 기회도 제공하는 내용이다. 드림스파크는 학습, 교육, 연구 목적에 MS SW라이선스를 제공해 학생들이 경력과 기술을 쌓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신생기업의 성장기반을 돕기 위해 업무용 SW를 무상 지원하는 'MS비즈스파크'와 '웹사이트스파크' 프로그램의 학생판이다.
■구글, 학생 및 벤처 개발자-소규모 그룹활동과 현장 경험
구글코리아의 방식은 자사 SW기술과 서비스에 관련된 자발적 개발활동을 독려하는 성격이 크다. 기본적으로 상용라이선스 판매 형태의 SW가 없이 모든 개발자 관련 도구와 리소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서는 지난 2011년부터 개발자 발굴, 업그레이드, 커뮤니티 활성화, 취업과 글로벌 진출 등으로 생태계 활성화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그 일환으로 ‘코리아 고 글로벌’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며 개발자센터 사이트를 상시 운영하고 지역별 구글개발자그룹(GDG) 활동을 지원한다.
코리아 고 글로벌 프로젝트는 지난 2011년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과 면담하며 제안한 국산SW와 한류 콘텐츠 글로벌화 지원프로그램이다. 앱개발을 촉진하는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고 구글 네트워크를 활용한 글로벌 벤처투자자와 연결하고 케이팝전용 채널을 유튜브에 개설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그 일환으로 개발자들의 프로그래밍 마라톤대회 '해커톤(Hackathon)', 대학생 해커톤, 한국개발자를 위한 프로그래밍 경진대회 '코드잼'도 열렸다. 개발자들이 안드로이드, 크롬, 고, 다트 등으로 평소 구상했던 결과물을 만들며 기술력과 창의성 발휘를 유도하는 '핵페어(HackFair)'도 있다. 핵페어는 본사 연례컨퍼런스 '구글I/O'와 '메이커페어서울'에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GDG는 안드로이드, 앱엔진, 크롬, 맵API같은 구글 기술에 관심을 갖는 개발자커뮤니티그룹 단위를 가리킨다. 98개국에 351개 챕터가 활동중이다. 국내에는 안드로이드, 크롬, 앱엔진, 다트(Dart), 고(Go) 같은 기술별 GDG와 서울, 수원, 세종, 부산 등 지역별 GDG까지 9개 모임이 있다. 이들의 활동은 구글 기술 플랫폼에만 제한되지 않고 알고리즘 스터디, 미니 해커톤, 전체 개발자 컨퍼런스 개최 등 다양하다. 회사는 GDG를 위해 무료세미나 또는 모임장소를 지원한다. 소외되던 수도권 바깥 지역 개발자와 여러 학교 대학생이 함께할 수 있도록 주요도시와 대학교 네트워크 형성을 유도하고 있다.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프로그램 'K스타트업'도 있다. 구글이 방송통신위원회, 앱센터운동본부와 함께 진행하며 학생, 일반인, 기업을 대상으로 아이디어 공모, 개발, 사업화, 글로벌진출 지원을 통해 목표를 이룬다. 아이디어와 서비스를 발굴하는 단계부터 구글이 회사 전문가를 참여시키고 인력과 자금을 지원해 개발과 창업까지 함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지난해부터 국내서도 신입 엔지니어들이 구글 본사에서 정규직으로 일할 기회를 제공하는 글로벌 인턴십 프로그램 '볼드(BOLD)'에 지원할 기회가 열렸다.
■애플, 현지 개발자에 초점?
애플의 방식은 미국 본사 중심의 정기 행사에 집중돼 있다. 애플이 2012년 한 해동안 국내서 기술관련 행사를 진행하지 않아 현재 1년2개월가량 개발자 관련 활동이 공식적으로는 없는 상태다. 각 지역별로 현업 개발자와 전문가들의 비공식적인 플랫폼 관련 활동이 전개되긴 하지만 애플과 직접 협력하거나 지원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때때로 다른 회사처럼 현지화된 행사를 준비하는 대신 본사의 담당자들이 세계개발자컨퍼런스(WWDC)에서 나온 주요 내용을 추려서 일부 국가를 돌며 다시 공유하는 비정기 기술세미나 '테크토크 월드투어'를 열기도 한다.
구글과 MS처럼 애플도 온라인으로 개발자를 위한 기술지원과 정보공유를 돕는 '애플개발자센터' 사이트를 운영한다. 한국어판 개발자센터(https://developer.apple.com/kr/)도 따로 마련돼 있지만 첫 페이지만 구별되고 세부 콘텐츠들은 모두 영문으로 연결된다. 지원 영역이 크게 OS X(맥PC), iOS, 사파리(브라우저), 3가지로 나뉜다. 등록후 일정 비용을 지불해야 플랫폼별 기술지원 자료와 앱개발도구를 얻을 수 있고, 개발한 앱을 애플 앱스토어에 제출해 판매할 수 있게 되며, 신제품 업데이트에 대한 개발자용 시험판 빌드를 접할 수 있다.
애플은 학생개발자 개인을 위한 지원프로그램을 따로 운영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앱개발 교육과정을 운영하려는 대학교와 그 학생들을 위해 운영되는 '아이폰 디벨로퍼 유니버시티 프로그램(IDUP)'이란 게 있다. 대학교나 사설교육기관에 iOS 앱개발에 필요한 리소스를 제공하고 교육과정을 인증받을 수 있다. 기관의 강사가 일정규모까지 학생개발팀을 구성해 개발도구 등 자원을 공동 사용하고 앱의 소스 공유, 리소스 지원, 테스팅, 디버깅을 돕고 만들어진 앱을 앱스토어에 올려 배포할 수 있다.
WWDC는 애플이 매년 6월께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한다. 개발자들을 상대로 새로운 제품의 SW와 주요 기술을 공개하는 자리다. 지난해 WWDC에는 13~17세 청소년 개발자 150여명이 참석했는데 애플이 1천599달러짜리인 입장권과 교통비를 지원했고 그들과 동석할 부모의 편의도 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크토크월드투어는 WWDC 축소판이다. 국내서도 아이폰 출시후 처음으로 지난 2011년 12월 회사의 최신 플랫폼 iOS5를 주제로 열렸다. 앞서 애플이 국내에 맥PC 보급에 힘을 쏟을 때 몇차례 열리다 만 뒤 오랜만이었다. 애플 본사는 지난해에도 WWDC를 통해 iOS6을 선보였고 이를 탑재한 아이폰과 아이패드 신모델을 출시했지만 그 후속행사는 없었다.
■왜 다른가
MS와 구글이 주요 시장에 진출해 개발자 기반을 다지고 있는 상황에 애플은 다소 무신경한 태도로 제품 개발과 판매 위주의 움직임을 잇는 배경은 뭘까. 각사마다 지역별로 특화된 개발자 유치가 전략적으로 얼마나 시급하냐에 따라 집중하는 방식과 지원체계가 형성되는 듯하다.
MS는 엔터프라이즈시장 공략에 초점을 맞췄기에 중소기업체 이상의 조직에 몸담거나 그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현업 개발자들을 지원하기에 관심을 두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그들의 결과물이 기업간 거래 플랫폼이나 솔루션으로 활용될 가능성 때문에 MS는 현지화에 공을 들이는 경향을 보여 왔다.
관련기사
- 새해 SW개발자 구애 시작됐지만…2013.02.01
- 윈도폰 최대 약점, 쓸 앱이 없어…새해는?2013.02.01
- 모바일 개발자 쏠림…IT서비스업계 인력난2013.02.01
- 기업용 앱장터 생태계 '같은듯 다른꿈'2013.02.01
구글은 일반인들을 겨냥한 온라인서비스를 통해 자사 제품과 기술이 확산되는 것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현업에 매몰되지 않고 일반인과 학생 개발자, 그들과 교류하는 다른 사람들의 활동 자체를 장려하는 모습이다. 현지화가 체계적으로 이뤄지면 좋겠지만 아니라도 당장 큰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일 것이다.
반면 애플은 이미 형성된 시장점유율과 앱 및 콘텐츠 구매력을 무기로 비주류 지역의 개발자들에게도 자발적인 관심과 참여를 확보한다. 앱과 콘텐츠 수요층이 주로 개인소비자라 현지화 필요성이 크지 않다. 이를 방증하듯 회사는 어떤 기능이 실정법에 어긋날 때 개정 대신 해당 지역에서만 차단하는 식으로 대응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