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결제 사기 피해자가 늘고 있으나 정작 당사자들은 피해보상을 받을 길이 없어 막막한 상황이다. 배상책임을 져야하는 피의자를 적발하기 힘들고 사이버머니, 게임 아이템, 물품 등과 같이 실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결제를 승인한 이동통신회사, 두 회사 사이에서 관련 업무를 대행해주는 소액결제대행회사(PG) 등이 모두 법적인 책임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18일 경남 부산에 거주하는 장모씨㊲는 자신도 모르게 네 건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A 온라인 게임에 대한 휴대폰 소액결제가 세 차례 실패했다가 네번째에 승인됐다는 내용이다. 이날 오후 5시 24분, 25분, 26분에 차례로 시도실패했다는 문자가 온 뒤 뒤 마지막 27분에 23만원의 소액결제가 완료됐다는 문자를 추가로 수신했다. 그러나 장씨는 이같은 내용을 전혀 알지 못했다. 자신의 스마트폰에는 관련 문자가 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피해자에 대한 이름, 주민등록번호, 휴대폰 번호, 이통사 등에 대한 정보를 미리 파악한 해커가 스마트폰을 악성코드에 감염시킨 후, 당사자는 문자 수신 사실을 모르게 한 뒤 결제승인번호를 해커가 전송 받아 결제를 완료하는 사기수법이 유행을 타고 있다. 장씨도 실제로는 약 이틀 간 문자를 받은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 뒤 장씨는 당 이동통신사, 게임회사, 소액결제대행사 등에 차례로 문의했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결제가 승인됐고, 실제 게임 상에 결제된 아이템에 대한 거래가 이뤄졌기 때문에 복구가 불가능하고, 보상하기도 힘들다는 내용이었다.
■휴대폰 소액결제 사기...피해자 구제 방법 없다
이같은 사례는 장씨 뿐만 아니다. 최근 전국 각지의 사이버수사대에는 주로 온라인 게임, 웹하드 등과 관련 소액결제 사기를 당했다는 신고가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문제는 피해자가 따로 손실을 보전할만한 방법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 내용에 대한 민원을 접수받은 휴대폰결제중재센터측은 인증번호를 입력해 발생한 소액결제이기 때문에 결제시스템에는 문제가 없고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 명의도용신고를 통해 절차를 거쳐 문제를 해결해 보라고 장씨에게 통보했다. 결론적으로 소액결제 관련 이해 당사자들에게는 책임을 묻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한국전화결제산업협회 관계자는 보이스 피싱과 마찬가지로 명백한 피의자가 존재하며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 회사들은 정상적인 절차를 거친 사항이기 때문에 피해사례에 대한 배상 책임을 묻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도의적 책임'...결제 한도 사용자가 결정해야
그러나 관련 회사들에게 도의적인 책임은 물을 수는 있다. 장씨는 소액결제한도에 대해 별다른 통보없이 한도를 높인 이통사들에게 일부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이통사를 통한 소액결제는 월별 결제 한도는 별다른 조정을 하지 않는 한 30만원으로 늘어난다.
다만 소액결제한도를 사용자에게 통보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장씨의 경우에도 2~3만원 정도면 그냥 술 한번 먹는 돈 버렸다고 생각하면 그만이지만 수십만원씩 결제가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명확한 고지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통 3사는 별다른 동의를 받지 않고 신용카드처럼 휴대폰 소액결제에 대한 한도를 상향 조정한다. SK텔레콤의 경우 5등급으로 나눠져 있으며, KT는 개통 후 90일까지 12만원으로 제한되다가 이후에는 30만원으로 한도가 자동조정된다. LG유플러스도 최초 개통시 5만원인 소액결제 한도가 별도 고지 없이 30만원까지 변경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도의적인 책임에 불과해 실제 손실을 보상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피해사례가 늘자 방통위는 이통 3사에 요청해 소액결제사기와 주의해야한다는 내용의 공지를 문자메시지를 이용해 사용자들에게 알릴 방침이다. 이밖에도 일부 게임회사에서는 소액결제사기가 빈번하자 아예 결제한도를 5만원까지 낮춘 사례도 있다.
이와 관련 국내 업계관계자들은 미온적인 대책이 아니라 스마트폰 개통때부터 소액결제한도를 본인이 직접 설정하도록 강제하고, 피해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인증번호 외에도 추가적인 본인인증방법을 사용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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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구태언 테크앤로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자동차 사고에 대해 보험을 통해 처리하는 것처럼 소액결제나 인터넷 뱅킹 사기 등에 대해 보험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예금보험공사가 금융기관 부실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에 대해 5천만원까지 손실을 보전해주듯이 해킹이나 결제사기 등에 대해서도 피해를 보전해 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방통위에 접수된 지난해 상반기 통신관련 민원 가운데 부당요금 청구 처리 건수는 7천519건으로 이중 소액결제 관련 민원은 60.9%를 차지했다. 피해가 늘고 있는만큼 보다 현실적인 구제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