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애플을 둘러싼 루머가 많은 이유는 간단하다. 그만큼 애플에 대한 대중과 언론의 관심이 높기 때문이다. 애플도 은근히 이를 즐긴다. 철저한 비밀주의만큼 돈 안들고 효과적인 홍보 방법이 없다.
최근 애플에 관한 눈길을 끄는 루머로 화면이 커진 아이폰이 있다. 4.8인치 크기와 함께 ‘아이폰 매스’라는 구체적인 이름도 나왔다. 한때 9.7인치 화면을 고집한 애플이 결국 아이패드 미니를 내놨으니 이 루머 역시 무조건 신빙성이 없다고 치부할 수는 없다. 어쨌든 두고 볼 일이다.
주목할 부분은 애플에 대한 루머가 대부분 그럴싸한 근거를 가진다는 점이다. 화면이 커진 아이폰 역시 마찬가지다. 최대 라이벌인 삼성전자가 화면을 키운 ‘갤럭시노트’로 톡톡히 재미를 봤고 애플을 제외한 모든 스마트폰 제조사가 5인치 이상 스마트폰을 만들고 있다. 그러니 당연히 애플도 결국 이러한 추세에 발맞추지 않겠냐는 이야기다.
그러던 중 최근 팀 쿡 애플 CEO가 이러한 루머에 못을 박았다. 24일 열린 1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화면이 큰 아이폰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것이다. 그는 여전히 4인치 크기야 말로 한 손으로 사용하기 가장 이상적인 크기이며 많은 고민 끝에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애플이 공공연하게 밝혀온 입장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러한 흔들림 없는 애플의 방침은 과연 지금도 옳은 선택일까? 흔히 한번 커지면 작아질 수 없는 것이 있다고 한다. 아파트 평수, 자동차 크기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추가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스마트폰 화면 크기다.
이미 소비자들은 5인치 이상의 스마트폰 화면 크기를 경험했다. 지금까지 줄곧 아이폰만 써온 사람을 제외하면 그렇다. 설령 아이폰만 써왔다고 하더라도 주변에서 화면이 큰 스마트폰을 잠시 써 볼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그리고 대부분 큰 화면은 결코 외면할 수 없는 매력이라고 입을 모은다.
물론 iOS의 완성도나 안정성은 여전히 안드로이드OS보다 뛰어나다고 믿는다. 디자인 측면에서도 아이폰을 따라올 스마트폰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폰의 작은 화면크기는 한 번이라도 대화면 스마트폰을 써본 소비자들에게 다시 아이폰을 사용하는데 망설이게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한 손으로 조작할 수 있는 아이폰 크기가 가진 장점을 결코 모르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미 소비자들은 두 손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에도 익숙해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애플이 소비자들에게 선택할 권리를 줘야 한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의 입맛은 갈수록 세분화되고 있다. 실제로 8.9인치 아이패드 미니가 이미 9.7인치 아이패드 판매량을 뛰어넘었다는 것만 봐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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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기업의 자존심은 자칫 고집으로 변질되기 쉽다. 한때 소니는 VHS 대신 베타맥스를 밀어 붙였다가 막대한 손해를 보고, IBM은 소형 컴퓨터를 무시했다가 PC 시장에서 낙오됐으며, 노키아는 스마트폰의 등장에 늦장 대응하다가 결국 몰락의 길을 걸었다.
루머는 그 자체로 소비자들의 바람이 담기기도 한다. 기업의 경영활동에 철학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그 철학의 중심에서 정작 소비자가 외면받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아이폰의 화면이 커졌다고 해서 비난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