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4대강 덕에, 공공IT 씨말랐다"

기자수첩입력 :2013/01/14 08:31    수정: 2013/01/14 09:29

지난해 하반기 기업용 솔루션업체들은 공공IT 시장 찬바람에 힘들어했다. 특히 IT업체 공공시장 영업직은 사상최악의 겨울을 보냈다. 현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빚어진 공공기관 IT예산 축소가 임기말 IT예산 증발 수준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기업용 IT솔루션업계에게 4분기, 특히 11월과 12월은 원래 호황기다. 특히 공공시장의 경우 연초 책정받은 IT예산을 연말에 소진하기 때문에 활발한 구매가 이뤄진다.

그러나 현 정부가 2009년부터 4대강 사업을 진행하면서 공공IT 시장상황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22조원을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진 4대강 사업 덕분에 공공기관의 IT예산이 대폭 줄어든 것이다. 더구나 정부 IT예산을 상반기에 조기집행하면서 하반기 시장 환경이 급격히 악화됐다.

작년 겨울은 공공시장이 최악의 상황을 보였다. 줄어든 예산 속에 공공기관의 소규모 구매사업이 가뭄에 콩나듯 나왔다. 소규모 사업에 모든 시장 사업자들이 달려드는 아귀다툼이 벌어졌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할 것 없이 상상하기 힘든 가격할인이 등장했다. 업체들은 일단 매출이라도 확보하자는 심정으로 막대한 출혈을 감수했다.

어느 한쪽에서 ‘지르면’ 다른 한쪽도 더 세게 ‘지르는’ 치킨게임이 지난 겨울 공공 IT시장의 풍경이었다.

혹자는 이를 시장 경쟁의 당연한 모습이라 할지 모르겠다. 경쟁 속에서 가격이 낮아지니 좋은 것 아니냐고 반문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해진 매출 목표를 채워야 온전한 월급을 받는 영업직 종사자의 심정과, 수익성있는 사업을 벌여야 고용과 투자를 유지할 수 있는 기업의 입장을 생각해 보자.

가격도 적정 가격이란 게 있다. 적정 가격이 유지될 때 수요자와 공급자의 욕구가 모두 충족된다. 그리고 시장이 건전하고 안정적으로 운영된다.

공공시장에서 IT기업들이 가격을 마구잡이로 할인해서 손해만 봤을까. 기업대상 IT업체의 경영방식은 한쪽에서 입은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또 다른 사업 어딘가에서 마진을 높이는 식이다. 공공이 엄청난 가격 할인의 혜택을 톡톡히 봤다면 민간은 가격 상승의 피해를 입었다고 봐야 한다.

공공기관도 이익을 본 게 아니다. PC든 대형 시스템이든 IT는 유지보수를 필요로 한다. 실제 돈을 받아야 할 유지보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업계 관행 속에서 고품질의 서비스를 기대하는 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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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단가에서 출혈을 보는 IT회사가 서비스 수준 유지에 투입할 여력은 없다. 서비스 품질이 나빠지고, 결과적으로 공공기관의 IT는 고쳐가며 계속 사용할 수 있음에도 몇 년 안돼 버려지는 대상으로 바뀐다. 이 현상이 민간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건 당연하다. 기업을 살리겠다는 공공이 수많은 IT업체를 도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의 폐해는 강물에 돈을 퍼부은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세금 낭비와 환경오염 외에도 전반적인 IT산업 생태계를 파괴했다는 평가를 면키 어렵다. 기업 살리기과 일자리 창출을 내걸었던 정부의 표리부동이 곧 출범할 정부에선 나타나지 않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