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공공부문 상용소프트웨어(SW) 구매수요 총액이 지난해 보다 감소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조사 대상 기관들은 기획재정부에 새해 정보화예산 총액을 3천789억원쯤 더 쓰겠다고 신청했는데, 대부분 상용SW 구매가 아니라 SW 구축사업을 위한 증액이라 정부 방침이 무색해졌다.
현재까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취합한 새해 공공부문 정보화 예산 총액은 3조618억원이다. 이 가운데 상용SW 구매예산은 1억670억원(5.5%)에 불과하다. 하드웨어(HW) 구매예산은 6천998억원(22.9%)으로 SW구매의 4.2배 가량이다. 나머지 2조1천950억원(71.7%)이 시스템통합(SI) 성격인 SW 구축사업에 편성됐다.
예전부터 SW 구축이 전체 정보화 예산 상당량을 차지해왔지만 실제 우려되는 부분은 변화 추이다. 최근 정보화사업 총액은 지속 증가세를 보였고 그 안에서 HW 구매와 SW 구축사업 명목으로 신청된 예산도 늘었다. 하지만 상용SW 구매예산은 오히려 소폭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만큼 전체 정보화사업 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확 줄었다는 얘기다.
■2013년 상용SW구매 총규모 어떻게 줄었나
지난해 같은 조사에 따르면 공공부문 정보화 예산 총액은 2조6천829억원에 불과했다. 그중 상용SW 구매예산은 1천708억원(6.4%)으로, 금액과 비율 모두 올해보다 높았다. HW 구매예산은 6천831억원(25.5%)으로 올해보다 전체 비중이 높았지만 금액 자체는 낮았다. 그만큼 나머지 1조8천289억원(68.2%)에 달하는 SW 구축사업은 새해 비율과 액수 모두 늘었다.
이 내용대로라면 국내 공공부문에 상용SW를 공급해온 업체들이 새해 느낄 어려움은 HW 공급업체나 IT서비스업체들보다 클 수 있다. 물론 이는 지난해 9월~11월중 국회 승인을 받기에 앞서 기획재정부에 신청한 '예정조사' 결과다. 하지만 국회 예산심의를 통과한 '확정조사' 결과에서 상용SW 구매예산이 확 늘어난 전례를 찾기 어렵다.
새해 정보화사업 예산 확정내용에 대한 조사는 다음달이나 오는 3월중 발표될 예정이다. 지난해처럼 예정조사 내역보다 확정된 예산 총액이 급증한 경우도 있지만 그 내용을 보면 역시 상용SW 구매예산보다는 SW 구축사업예산과 HW 구매예산이 증가분의 상당 비중을 차지한다.
오히려 예정조사한 새해 정보화사업 예산은 지난해 확정된 총액보다 286억원 줄었다. 기관들의 지출 절감 성격이라면 HW 구매, 상용SW 구매, SW 구축사업 각 비중이 비슷하게 줄어들 것이라 기대할 수도 있다.
지난해 확정 내용으로 조사된 정보화예산 총액은 3조904억원이다. HW 구매 8천181억원(26.5%), SW 구축사업 2조543억원(66.5%), 상용SW 구매예산 2천180억원(7.1%)을 승인받았다.
앞서 지적한 대로 연말께 기획재정부에 신청된 정보화예산은 총액 3조618억원으로 줄었지만, SW 구축사업은 그 71.7% 규모인 2조1천950억원으로 집계돼 오히려 늘어난 금액과 비중을 보였다. HW 구매도 6천998억원(22.9%)으로 확정조사대비 떨어졌지만 이는 전년도 예정조사 결과보단 소폭 오른 금액이다.
그런데 이번 예정조사의 상용SW 구매예산 1억670억원은 전년도 확정조사 예산만이 아니라 전년도 예정조사 1천708억원에서도 줄어든 셈이다. 상용SW 구매예산이 다른 항목에 비해 보수적으로 잡힌다는 인상이 짙은 것이다.
정부가 지난해 상반기 업계 입장을 수렴해 공공부문에서 '상용SW 제값주기'와 신규 시스템에 상용SW를 우선 활용해 필요 기능을 구현하라는 지침을 강조하고 유지관리비용 합리화 대책을 추진해왔지만 이런 기조가 공공기관들이 신청한 예산에 반영됐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비관론 vs. 신중론…'긍정'하긴 어려운
공공발주사업에 참여해온 복수의 상용SW 업체 관계자들은 (확정 아닌 예정조사 결과라도) 지난해보다 새해 계획된 상용SW 구매 금액과 비중이 HW 구매나 SW 구축사업대비 줄어들었다면 사업상 부정적으로 체감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11일 NIPA 공공부문 SW수요예보담당 강임모 수석은 이와 관련해 수요예보조사는 각 기관들이 개별적으로 연말 신청하고 승인된 예산 가운데 정보화사업에 묶이는 항목들을 취합한 것이라며 국내 산업 종사자들에게 유용하도록 최대한 실제 현황에 가까운 자료를 제공하려 하지만 그 추세에 어떤 의미를 두기엔 다소 제약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각 사업별 항목마다 성격이 판이하며 상용SW 구매예산을 어떤 성격으로 줄였느냐를 가리지 못하는 상황에 마냥 부정적으로 인식할 수는 없다는 관측도 만만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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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상용SW업체 관계자는 공공부문에서 단순히 상용SW 구매예산을 줄인 게 아니라 계획했던 사업 자체를 줄인 사례가 적잖아 파장이 우려된다며 다만 새 정부가 출범해 신규 편성될 조직과 사업에 투입할 예산을 국회서 처리된 '예비비'로 충당할 것이란 기대가 있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다른 업체 관계자도 이전 정권에서 분위기를 조성해 추진해온 사업들을 차기 정부가 조직개편후 전문성을 갖춘 부처에서 본격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다만 집중이 예상되는 방송통신분야만큼 중소SW기업들을 위한 지원도 고려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