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불뚝이 브라운관 TV에서 곡면형(커브드) OLED TV까지’
바야흐로 고화질·고성능 TV시대다.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과 같은 완벽한 자연색 표현은 물론 커진 화면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상상만 하던 꿈의 TV의 등장으로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3’에서는 차세대 TV시장 주도권을 두고 각축전도 벌어지고 있다. 전 세계 가전업체들이 치열한 기술경쟁을 벌이고 있는 TV는 어떻게 진화되어 왔는지 짚어봤다.
■한 세기를 평정한 배불뚝이 ‘브라운관 TV’
TV 기술전쟁은 브라운관(CRT) 방식 TV에서 시작됐다. 가장 널리 보급된 브라운관 TV는 1897년 개발돼 한 세기 이상 대표적인 화면 표시장치로 쓰였다.
브라운관 TV 원리는 간단하다. 전자총에서 음극 전자를 발사해 형광물질이 칠해진 유리면을 비추면 빛이 나는 원리를 이용해 화면을 표시한다.
초기에는 기계식 흑백 화면밖에 표시하지 못했다. 이 후 기술 발전으로 총 천연색을 표현할 수 있는 전자식 컬러 브라운관 TV가 등장하면서 상용화됐다.
그러나 브라운관 TV에는 구조적 특성 때문에 장치의 부피를 줄이기가 어렵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본체가 앞뒤로 튀어나와 많은 공간을 차지해 이동이나 배치에 어려웠다. 화면 크기가 점차 커질수록 더욱 그렇다. TV 대형화 바람이 불면서 이런 단점이 더욱 부각되기 시작하면서 브라운관 TV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 후 업체들은 볼록한 브라운관을 평면으로 깎아 만든 평면 브라운관 TV를 선보였다. 이역시 액정표시장치(LCD) TV가 등장하면서 대체되기 시작했다.
■브라운관 밀어낸 LCD·PDP TV등장...‘평면TV 시대’
한 세기를 풍미한 브라운관 TV를 밀어내고 2000년대 들어서면서 LCD TV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기존 TV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인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30인치 이상 커져도 10cm 이내로 두께를 얇게 만들 수 있어 벽걸이로 쓸 수 있을 정도다.
LCD TV는 주어지는 전압에 따라 빛을 투과시키거나 차단시켜주는 액정의 특성을 이용해 영상을 내보내는 원리를 이용한다. 다만 LCD 방식은 액정 자체가 빛을 내지 못하기 때문에 패널에 빛을 공급해주는 백라이트가 반드시 탑재되어야 하는 것이 특징이다.
LCD TV등장 초기에는 패널자체의 색 구현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응답속도가 다소 느려 잔상이 남는다는 단점이 지적됐다. 그러나 꾸준한 성능 개선이 이뤄지면서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디스플레이 장치로 자리매김했다.
이 가운데 PDP TV도 등장했다. 2장 유리판 사이에 가스 튜브를 배열하고 여기에 네온이나 아르곤을 주입해 전압을 가하면 이온화된 기체인 플라즈마를 유도한다. 플라즈마 방전을 일으키는 가스 튜브로 화면을 구성하게 되는 원리를 이용해 화면을 보여지도록 하는 것이다.
PDP TV는 LCD에 비해 색상 표현능력이 뛰어나며 응답속도가 빠르고 잔상이 적다는 점이 장점이다. 특히 대형화 측면에서 유리하다. LCD는 화면이 커질수록 생산 단가가 급격히 높아지지만 PDP는 상대적으로 낮은 생산 단가로 큰 화면 구현이 가능한 것. 같은 화면 크기일 경우 PDP가 LCD에 비해 저렴한 이유다.
그러나 PDP TV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전기 방전을 통해 빛을 낸다는 점 때문에 전력 소비가 많고 발열도 심하다는 점이다. 등장 초기인 2000년대 초반에는 평판TV가 보급되면서 40인치 이상 대형 평판 TV시장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소형 제품의 등장과 빠른 기술력 향상으로 LCD가 부상하면서 LCD TV에 자리를 내줬다.
때문에 현재까지 평판 TV시장에 대부분은 차지하는 것은 LCD TV다. 국내 가전업체들도 LCD TV 대형화와 슬림화를 이끌면서 글로벌 TV시장 선점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LCD에서 백라이트만 발광다이오드(LED)로 교체한 이른바 LED TV도 등장했다. 그러나 이는 정확히 말하면 LED 백라이트 LCD TV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하다.
■‘더 선명하게, 보다 얇게’...초고화질 OLED TV시대
해외 가전업계가 초고화질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면서 LCD와 PDP를 뛰어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가 등장했다. 백라이트를 아예 없애고 형광성 유기화합물을 기반으로 OLED 액정으로 스스로 빛을 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때문에 제품 두께는 더욱 얇게 만들고 특수유리나 플라스틱을 이용해 구부리거나 휘는 제품 구현이 가능해졌다.
우리가 흔히 아는 아몰레드(AMOLED)는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로 삼성이 마케팅 측면에서 사용한 이름으로 그냥 OLED로 보면 된다.
OLED TV는 LCD보다 반응속도가 1천배 이상 빠르고 보는 각도와 상관없이 언제나 선명한 화질로 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화질 측면에서 기존 LCD TV보다 유리한 이유는 명암비 때문이다. 화면상에서 가장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이 얼마나 잘 구분되는지를 보면 OLED기술이 월등히 좋아 더 선명한 화질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OLED TV는 생산 능력이나 단가가 높다는 점 때문에 보급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소니가 최초로 지난 2007년 11인치 OLED TV를 제품화했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보급화하지는 못했다.
OLED TV는 그러다 지난해 1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55인치 신제품을 선보이며 본격 OLED TV시대를 예고했다. 특히 LG전자가 최근 기술적 난관을 극복하고 세계 최초로 제품 판매에 돌입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당장은 생산효율이 좋지 않아 OLED TV 출시가격이 여전이 비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향후 2~3년 이내에는 기존 LCD TV와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가격 경쟁력이 생겨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멈추지 않는 TV의 진화...“3D, 인터넷까지”
초고화질 시대 더 이상의 화질은 없다고 할 정도로 TV가 진화했다. 이제는 3D 입체영상을 볼 수 있는 3D TV보급까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3D TV는 시청자 양쪽 눈에 다른 각도로 촬영된 영상을 전달해 입체감있는 화면을 볼 수 있도록 해준다. 안경을 착용해야한다는 불편한 점도 있지만 안경없이도 시청할 수 있는 3D TV도 등장해 향후 보급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TV를 PC나 스마트폰처럼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 TV’ 시대도 열렸다. 각종 응용프로그램을 설치해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인터넷 검색 기능 등을 모두 TV로 이용할 수 있다.
스마트TV의 등장으로 단순 방송수신기만이 아닌 디지털 종합 멀티미디어 기기로 진화했다. 이로 인해 최근에는 화질 뿐 아니라 가전업체 간 콘텐츠 전쟁으로 경쟁영역이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화질 전쟁?...이제는 시청자 사로잡는 기술 ‘곡면형 OLED TV’
초고화질 평면 OLED TV가 이번에는 곡면으로 변신했다. TV 양옆을 둥글게 휘어진 모습으로 만들어 시청자들의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제는 고화질이나 얇은 두께의 제품을 만들기 위한 경쟁에서 시청 태도까지 고려하는 사용자 중심의 TV 경쟁이 시작된 셈이다.
곡면형 OLED TV의 등장은 TV대형화로 평면 패널을 사용한 TV를 시청할 때 시야각을 분산시켜 몰입도를 저하시키는 점을 개선하기 위해 이뤄진 시도로 풀이된다. OLED 패널의 확산으로 구현이 용이해졌다는 점 역시 한 몫했다.
곡면형 OLED TV는 평면TV보다 더 넓게 보이는 파노라마 효과로 영상을 볼 때 시야에 가득차기 때문에 마치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어느 위치에서나 사람과 TV화면 간 거리가 일정해 눈에도 부담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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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CES에서 모두 55인치 곡면형 OLED TV를 선보였다. 두 회사 모두 평면 OLED TV와 같은 두께를 구현하면서도 휘어진 곡면 패널을 사용한 기술력이 눈에 띈다.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부사장은 “세계 최초로 선보인 ‘커브드 OLED TV’ 이후에도 새로운 삼성 TV를 지속적으로 선보여 혁신을 이뤄나가겠다”고 밝혔다. 권희원 LG전자 HE본부장 사장 역시 “공개된 OLED TV는 완벽한 화질은 물론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모든 디스플레이를 뛰어넘는 제품인 만큼 차세대 고화질 TV시장을 확실히 선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