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마이SQL, 오픈소스로 남을까?

일반입력 :2012/12/18 08:25    수정: 2012/12/18 08:49

오라클이 '마이SQL' 수익성에 집중하면서 그 생태계에 의존해온 개발자와 사업자들이 불안에 떠는 모습이다. 아직 '개발중단'이란 극단적 우려는 이르지만 회사가 그 오픈소스 데이터베이스(DB) 사용자들을 홀대했다는 비판은 일견 타당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오라클은 지난 2009년 4월 썬 인수로 오픈소스DB 마이SQL을 얻게 됐다. 앞서 2007년에도 8억5천만달러를 베팅해 추진한 계획은 불발됐는데, 이듬해인 2008년 10억달러에 썬을 사들여 결국 뜻을 이룬 셈이다.

당시 업계는 '돈 꽤나 밝히는' 오라클이 썬을 인수함에 따라 자바와 솔라리스같은 오픈소스기술의 '생태계'가 존폐기로에 놓였다고 우려섞인 반응을 보였다. 유럽연합위원회(EC)같은 규제당국이 마이SQL을 확보한 오라클 때문에 DB시장 경쟁을 침해할지 검토하느라 그해말까지 인수 승인을 늦추기도 했다.

실제로 오라클은 썬 인수로 얻게 된 자바, 솔라리스, 마이SQL같은 오픈소스 자산과 커뮤니티를 통해 본격적인 수익화를 추구했다.

■오라클, 오픈소스 통제·수익성 강화 행보

일례로 지난해 2월 기술개발을 주도하는 '자바커뮤니티프로세스(JCP)'라는 협력사 커뮤니티에서 스스로 지위와 권한을 강화하고, 그 회원사인 아파치소프트웨어재단(ASF) 진영과의 갈등을 키웠다. 썬 인수후 오픈소스 커뮤니티들과 마찰로 늦어진 자바7버전 개발에 속도를 낸다는 명분으로 '오픈자바개발키트(JDK)' 운영정책을 꾸리면서다. 앞서 ASF에서 '하모니'라는 오픈소스 자바에 힘을 실었던 IBM마저 오라클 오픈JDK 진영에 가세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지난 2010년 이전에는 오라클이 썬의 솔라리스 운영체제(OS)를 가지면서 기존 오라클리눅스를 버릴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이 불안은 그해 4월 회사가 솔라리스와 리눅스를 함께 개발해나갈 계획을 밝히면서 사라졌다. 대신 오라클은 원래 무료였던 상용 솔라리스를 '90일시험판'으로 배포하며 그 이상 사용시 기술지원계약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오픈소스버전인 '오픈솔라리스'가 솔라리스의 모든 기능을 포함하지 않으며, 빠진 기능이 따로 오픈소스로 제공되지도 않는다.

이쯤 되니 마이SQL커뮤니티의 불안도 이해가 된다. 구체적인 문제는 지난 8월부터 불거졌다.

당시 오라클이 마이SQL 새버전의 테스트용 코드(테스트케이스)를 공개하지 않고 변화내역(커밋히스토리)을 세분화하지 않아 개발자들의 반발을 샀다. 이어 지난달엔 회사가 3년전 썬 인수당시 인수승인권한을 가진 유럽 규제당국에 마이SQL 기술을 계속 강화하고, 사용자와 개발자에 손해를 끼치지 않겠다며 내건 10가지 약속을 깨뜨렸다는 지적도 받았다.

■마이SQL 개발자-파생사업 생태계 위협하나

오픈소스라이선스는 그에 기반한 소프트웨어(SW)의 공개된 소스코드를 제3자가 고쳐 쓸 수 있도록 허용한다. 그리고 오픈소스SW를 제공하는 회사는 일반적으로 기술개발과정에 달라진 부분들을 외부 개발자들과 상세히 공유한다. 커뮤니티 참여 개발자들의 활동을 통해 기술을 개선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상업용라이선스는 물론 외부에 소스코드를 공개하지 않는다. 외부 개발자가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개발과정에도 참여할 수 없다. 단지 거의 만들어졌거나 완성된 제품을 놓고 성능과 오류를 추정해 개발사에 알려줄 수 있을 뿐이다. 최근 오라클 행보는 마이SQL을 상업용SW처럼 만들려는 듯하다는 평가다.

현재 페이스북, 트위터, 마리아DB같은 회사가 마이SQL '변종'을 만들어 사업에 동원할 수 있는 배경은 마이SQL이 오픈소스로 제공돼왔단 점 덕분이다. 사실 마이SQL은 오픈소스와 더불어 상업용(Commercial) 라이선스로도 제공됐다. 동일한 기술을 오픈소스의 의무를 따를 수 있으면 그냥 쓰고, 그런 제약을 피해야할 땐 돈을 내고 썼던 것이다.

그런데 지난 9월 오라클은 마이SQL의 오픈소스 버전과 상업용 버전간 기능을 확 차등화했다. 오라클은 마이SQL '엔터프라이즈에디션'만을 위한 3가지 확장판을 내놨다. 오픈소스 버전에는 핵심기능만 구현하고, 고성능이나 기업환경에 알맞은 부가기능을 숨기는 '오픈코어' 전략이다. 1개월 전 테스트케이스용 코드를 안 내놓은 것도 의도했단 얘기다. 썬도 마이SQL을 인수하며 같은 시도를 했지만 커뮤니티 반발에 물러선 이력이 있었다.

3년전 썬 인수를 반대했던 마이SQL 창시자 몬티 와이드니어스는 오라클의 행위가 계속되면 마이SQL에서 갈라진 자신의 '마리아DB'나, 마이SQL을 특수한 환경에 개조해 적용한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오라클과 공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오라클이 마이SQL 개발 중단할까 겁나…과연?

와이드니어스는 오라클이 2가지 버전의 기능을 차등화시킴에따라 마이SQL 오픈소스버전이 오픈솔라리스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표한 것이다. 그는 오라클이 이미 마이SQL 개발계획에 대해 커뮤니티와 협력하지 않는다며 회사가 마이SQL 오픈소스 개발을 중단할 가능성을 걱정했다.

그가 파생시킨 마리아DB는 동명의 회사가 연구개발을 맡고 스카이SQL이라는 서비스전문업체가 유지관리를 통해 수익을 낸다. 오라클이 마이SQL 오픈소스버전 개발을 중단하면 그에 의존해온 마리아DB 사업기반 자체가 사라져버린다. 이 경우 고객사들에게도 마이SQL의 대안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라 손해다.

결국 오라클은 기업들이 기능적으로 부족한 마이SQL 오픈소스판보다 상업용 버전으로 갈아타는 그림을 바라는 듯하다. 이와 동시에 최신기능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마이SQL 파생제품 경쟁자들을 따돌리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오라클이 요구하는 대가가 적당하면 시장이 원하는대로 흘러갈 수도 있지만 당장 그렇게 되리란 보장은 없다.

지난 13일 한 업계 관계자는 오라클이 오픈소스 마이SQL 개발을 진짜로 중단할 것같진 않다면서도 그 정책을 바꿔가면서 기존 오픈소스의 방식과 거리를 두다보니, 이탈한 사용자들이 포스트그리(Postgre)SQL이나 큐브리드를 대안삼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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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마이SQL 새버전은 연내 공개가 불투명하다. 업계는 2년전 마이SQL5.5 버전에 이어 올연말 5.6 버전 등장을 점쳤지만, 오라클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회사측에 따르면 내년초 정식 공개될 마이SQL 5.6버전은 '플러거블인터페이스', '강화된 NoSQL 옵션'을 지원하며 OS와 파일시스템에 의존적 요소를 걷어 설계구조가 단순화될 전망이다. 오픈소스와 상업용 버전간의 차이를 더 늘려갈지 주목된다.